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절망이다.

행정안전부에게 주민자치회를 시범 실시하라고 방향도 주고, 시간도 주고, 권한도 줬는데,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 전혀 성실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때는 잘못된 정책이었지만 그래도 행정자치부는 해보려고 몇 가지 노력을 했다. 문재인정부는 아무런 노력도 없었다. 오히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개정안을 만들어서 주민의 자치를 와해시키려는 꼼수만 부렸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하게 획기적인 분권을 하겠다고 했다. 여러번에 걸쳐 풀뿌리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주민권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국민을 우롱하고있다.

주민자치회 정책의 잘못된 경로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보조하자는 것이어서 주민자치에서는 논의할 가치가 없는 제도다. 그럼에도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용어를 써서 주민자치정책의 경로에 포함됐으며, 이어서 실시되는 주민자치회 정책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첫째, 읍·면·동 계층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다는 경로를 만들어 버렸다. 주민자치회를 읍·면·동과 기관대립형으로 설계하는것은 어불성설이다. 용어로는 ‘협력형’이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대립형’이다. 따라서 실패는 설계에서 이미 잘 반영돼 있었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둘째, 주민자치에 가장 중요한 ‘입법권’을 빼앗는경로를 만들어버렸다. 주민들이 자치로 정해야하는 주민자치회칙을 시·군·구의회가 주민자치 조례로 정하는 우스꽝스러운 경로를 만들었다. 주민자치의 기본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구도가 비판도 없이 쉽게 형성됐다.

셋째, 주민자치회의 ‘인사권’을 빼앗은 경로를 만들어 버렸다. 주민자치는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자치’로 입법권도 인사권도 주민들에게 있는것이 근본이다. 입법권이나 인사권이 없다면 ‘자치회’가 아니라 ‘협력회’가 되고 만다.

특히 주민의자치는 주민들에게 인사권이 있을때, 주민들의 의사가 대표자로 결집되고, 대표자는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순환의 조직적인 구조를 가진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인사권은 읍·면·동장-선정위원회-추첨으로 변환돼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주민자치회의 고유의 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하거나 제약하는 것이 불가하다.

주민들에게 주민자치회를 돌려줘야

문재인 정부도 주민자치정책 중에서 가장 잘못됐다고 하는 주민자치위원회 정책의 잘못된 경로에서 전혀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설치계층의 오류, 설치규모의 오류, 자치사업의 오류를 수없이 지적했는데도 어느것 하나 반영하지 않고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행정안전부에게 시범실시권한을 줬고, 지난 5년간 시범실시를 했지만, 참고할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시범실시 실패는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가 행정안전부의 의도를 매우 우려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서의 주민자치 조항대로 하면, 지금의 시범실시 표준조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주민자치회가 전국에 확대 시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준조례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조례’와 유의할만한 차이가 없고, 주민자치회위원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은 주민자치회를 무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범실시로는 폐기하고, 새로운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법에서 구체적으로 명기해야 한다.

근본 처방은 주민자치회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면 된다. 시간이 걸리든 경로가 얽히든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하는 것이라, 주민들이 경험으로 축적하면서 절로 훌륭하게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