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_주민자치회 표준조례 해설 및 금정구 주민자치회 조례 방향

송문식 마을 이사장
송문식 마을 이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 = 이은숙 기자

지난 7월 25일, 부산광역시 금정구 주민자치협의회가 '금정구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금정구청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주민, 학계, 주민자치회 위원 등 2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토론회는 금정구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제정과 관련된 추진방향 및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학계, 주민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문식 마을 이사장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해설 및 금정구 주민자치회 조례 방향'에 대한 발제문을 발표하며 금정구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제장과 관련된 추진 방향들에 대한 주요 쟁점들을 설파했다. 

동중심의 주민자치 개념과 중요성

송문식 이사장은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있다. 지방자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를설정하는 단체자치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주민자치로 구분된다. 주민자치가 지방자치 구성요소임이 분명하지만, 지방자치 20년 역사에서 주민자치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주민자치가 활성화될 때 지방자치가 완성된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지역 사회의 주인으로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은 ‘참여할 때’ 주인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참여하는 주민에 의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완성된다. 주민 참여는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의견만을 제시하는 ‘주민 의견 수렴 단계’에서 주민 스스로 의제와 정책을 생산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시민 통제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마을이나 동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은 많은 영역에서 일상의 욕구를 공유한다. 골목길, 아파트단지, 주차장, 녹지 공간, 문화 공간과 활동, 보육환경, 초·중·고 교육 문제, 운동 공간, 안전 등은 개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 영역에 해당한다. 공공 영역의 문제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다수 주민이 상호작용과 연대를 통해서 함께 노력할 때 문제 해결력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상호 관계망이 확장되고,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실행하고, 마을의 주인으로서 참여하는주민자치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주민자치, 마을 공동체는 원리적으로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다. 주민자치와 마을 공동체는 서로 존재의 근거가 되고, 상호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 된다. 마을 공동체 활동은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주민과의 관계망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고, 주민자치는 ‘주민 대표성과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주민의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준비와 주민자치의 출발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라고 했다. 시민 각자가 어떻게해야 스스로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국가가 훌륭한 시민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이 제도가 주민자치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도부터 새롭게 추진해온 주민자치회는,2013년부터 시행해온 주민자치회를 현 시대에 맞게 구체적 내용을 변경해 진행하고 있다. 변경 내용은 표준조례(안), 매뉴얼, 컨설팅,교육(워크숍), 경진대회, 우수사례 전파 등을 통해자치단체와 공유해 나가고 있다. 진행과정에서 가장많이 받고 있는 질문은 ‘지난 주민자치회 정책과는무엇이 다른가’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 비교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민자치회 정책 방향은 단순히 주민자치위원을 50명으로 확대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위원 수 확대도 중요하지만 핵심 사항은 아니다. 읍·면·동의 주민자치를위해 몇 명의 위원이 필요한가는 지역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에서도 도시지역, 농촌 지역, 도농복합 지역이 다르다.

핵심은 주민자치위원회와 근거, 성격, 구성, 기능,지원체계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전환하는 것이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변화하는 새로운 기구다. 주민자치회는 직접 집행기구라기 보다는 주민의 의사결정과 활동을 지원하는 기구다.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기구가 아니라, 주민 개인의 참여와 권한 행사를 돕고 지원하는 기구다.

[표]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에 근거한 비교
[표]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에 근거한 비교

우선 과제는 새로운 지원체계 구축

2013년, 2015년부터 운영됐던 주민자치회 행정지원체계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지원하는 체계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행정지원보다는 주민 스스로의 자발적인 자치 활동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았다. 행정이 주민 스스로 하는 자치 활동을 섣불리 지원해 관변화 혹은 관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과거의 좋지 않은 경험이 두려움으로 발현됐다.

2018년부터 진행되는 주민자치회 지원 방향은 다르다. 본격적인 행정지원체계를 갖추도록 권장한다. 주민자치 활동이 개인의 의지에 따른 자발적 봉사활동을 넘어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실시돼야 하는 공공적인 일로 해석하고 있다. 주민자치는 공공적 활동이기에 주민으로부터 공적 활동을 위임받은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하
는 일 중 하나다. 다만, 그 지원이 과거와 같은 의존성을 높이는 방식을 탈피해 주민의 주도성이 높아지고, 지속적인 자치 활동이 가능하도록 촉진·지원하자는 것이다.

권한이 있는 곳에 주민이 모인다는 생각으로 주민세 환원, 주민참여 예산 연계, 공모사업,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등을 연계하고자 노력하며, 이 권한이 민주적으로 논의·결정돼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자치계획과 주민총회를 핵심 수단으로 제안하고있다. 또 진행과정이 유연하고 자치정신이 살아나도록 행정실무 인력과 전문지원기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행정은 지원체계를 잘 갖추는 게 역할이고, 주민자치가 현장에서 지속가능해지는 것은 주민의 몫이라는 것이 현재의 주민자치회 정책 방향이다.

함께 준비하고 단계적으로 변화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오랜 동안 지역을 이끌어 왔던 주민 리더들이 있고, 이에 관심을 두지 않던 더 많은 주민들이 있고, 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가 있으며, 주민과 협치하는 행정기관이 있다. 주민자치가 활성화되려면 모두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함께해야만 가능하다. ‘혼자가면 빨리 가고, 함께가면 멀리간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함께 준비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충실해야만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금정구 주민자치회 방향 제안

첫째, 2019년도 하반기에는 조례 제정을 위한 공론과 논의 진행이 필요하다. 금정구 주민자치회 조례가 행정, 의회, 전문가들, 그리고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금정구형 주민자치 조례를 만들면 좋겠다.

둘째, 2020년도에는 지역적 환경과 주민 기반이 마련돼 있는 곳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면 좋겠다.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의제나 사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이를 추진할 주체로서 주민자치회 전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색이 있는 바 ‘노인 케어’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올릴 수 있다. 생활형 SOC사업이 선정된 동이 있고, 커뮤니티 공간 운영과 주민자치 시범사업과의 연계 방안도 필요하다.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한 주민의 준비 정도나 공동체 존재 여부, 명확한 의제의 부상 등을 감안해서 한 개 정도의 시범동 선정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 동에서 먼저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다면, 여타 16개 동에서도 많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셋째, 행안부 표준조례안의 기조를 유지하되 유연하게 진행되길 권유한다. 전면 추첨제, 주민총회와자치계획 수립, 위탁사무 등을 바로 시행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단계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이미 많은 자치단체에서는 지역 특색에 맞게 시행을 준비하는 곳이 있다. 타 지역의 경험을 거울삼아 금정구에 맞는 사업 추진이 되길 희망하며, 행정에서도 지원정책에 대한 중기적·단기적 목표를 담는 주민자치회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차질 없이 시범사업을 추진하면 좋겠다.

넷째, 부산시와 협치가 필수요소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초단체에서 주민자치회 정책을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광역단체의 재정적·행정적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해 부산시는 5개 자치구에 시범사업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자치구 시범사업에는 적극적 지원을 약속해야만 주민자치 시범사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행안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주민자치위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즉 “주민자회로 전환하고자 해도 함께 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주민자치를함께 할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 다양한 주민들을 참여하게 하는 일, 각 동 주민자치회 역할이기도 하지만 자치구에서도 함께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주민의 참여로, 함께 여는 주민자치’가 될 때 주민자치는 성공할 수 있다. 기본계획에 담겨야 할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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