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노력만으론 저출산·고령화 해결 힘들어…살고 싶은 곳 만들기는 지역 어른·리더들의 중요 과제

지방자치단체 인구 감소 현황.
지방자치단체 인구 감소 현황.

지방소멸 문제는 절박한 국가적 문제이자 지방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인구이동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역의 기업 등 민간 인프라와 주민 참여 등 주민자치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주민들과 주민자치 조직들, 그리고 주민자치 주체기구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방소멸 대비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에너지보다 주민들과 주민자치 조직들이 자신의 마을을 위해 활동하는데 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행·재정 및 제도적 지원 없이는 주민자치 인프라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지방소멸은 절박한 국가적 문제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30년 내에 84개 시·군, 1383개 읍·면·동이 소멸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지자체 간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검토하며, 이에 발맞춰 지역 공동체 활성화도 추진한다고 2017년 1월에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 가지정책들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만큼 지방소멸 문제는 지방의 존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한국 미래의운명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 가치의 다양성과 고향 사라져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행정에서는 납세자가 줄어드는 것이고, 기업에게는 고객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정치가에게는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문제고, 정치적으로는 유권자 대부분이 노인이 된다는 의미다. 즉 선거정책이 노인 편중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 설치 단위인 읍·면·동이 30년 내에 1383개(전국 3500여 개의 약 40%)가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지방의 존폐를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 열강들 틈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 문제가 왜 심각하냐면, 누구나 알다시피 그동안 대한민국의 다양성은 변화가 풍부한 지역 사회를 통해 담보돼 온 것이다.

지방소멸은 대한민국 가치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지역의 전통 1383개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거리(골목), 가옥, 음식, 패션, 문화, 역사, 전통, 관습, 예절, 생활패턴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최소 행정 단위인 읍·면·동 아래에 통·리가 있고, 특히 시골이라 불리는 ‘리’에는 리만의 독특한 생활양식과 전통·역사가 계승돼 내려오고 있다. 대도시의 통(전국 5만8114개)을 제외 하더라도 전국 3만6836개의 리의 다양성과 가치 중 약 40%가 소멸된다는 것은 대한민의 정체성까지 뒤흔들 수 있는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권으로 이동한 사람들에게는 고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방소멸은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사진은 향풍 바로 세우기와 동민 화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고현향약 재현행사인 전북 정읍시 ‘최치원태산선비문화축제’로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지방소멸은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사진은 향풍 바로 세우기와 동민 화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고현향약 재현행사인 전북 정읍시 ‘최치원태산선비문화축제’로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제공 = 정읍시청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최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 하에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든 국가 예산만 144.2조원이다(‘표1’ 참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사이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32명에서 0.977명으로 떨어졌다(‘표2’ 참조).

이는 부부(2명)가 아이를 한 명 정도 낳는 것으로 다음 세대는 인구가 절반, 그 다음 세대도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의인구수를 유지하려면 부부가 최소2명의 자녀를 낳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2019년 8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통계’에 의하면, 2018년 합계출산율은 출생아 수는 32만68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900명(-8.7%)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 통계 작성(1970년)이래 최저치다(‘표2’ 참조).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천명당 명)은 전년 대비 40대를 제외한 전연령층에서 감소했다.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은 30대 초반이 91.4명으로 가장 높다. 20대 후반 출산율은 47.9명에서 41.0명으로 가장 크게 감소했고, 20대 후반 출산율이 처음으로 30대 후반 출산율보다 낮아졌다.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은 32.8세로 전년대비 0.2세 상승했다. 첫째아 출산연령은 31.9세, 둘째아 33.6세, 셋째아 35.1세로 전년대비 0.2~0.3세 상승했고, 35세 이상 산모의 비중은 31.8%로 전년대비 2.4%p, 10년 전 대비 17.5%p 증가했다.

시·도별 합계출산율은 세종(1.57명)과 전남(1.24명)이 높고, 서울(0.76명)과 부산(0.90명)이 낮았다. 시·도별 출생아수는 세종(5.7%)만 증가하고 나머지 모든 시·도에서 감소했고, 합계출산율은 17개 시·도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시·도 간 합계출산율 격차는 최대 0.81명(세종 제외하면 최대 0.48명), 주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출산율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출산율이 높은 시·도는 20대 후반은 세종, 충남, 전남 순이고, 30대 초반은 세종, 전남, 울산 순, 30대 후반은 세종, 제주, 전남 순이었다.

시·군·구 합계출산율은 전남 해남군(1.89명), 전북 순창군·전남 영광군(1.82명) 순으로 높고, 서울 관악구(0.60명), 서울 종로구(0.61명) 순으로 낮았다. 모든 시·군·구의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2.1명)보다 낮았고, ‘대체출산율’이란 현재의 인구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의 수준을 말한다.

출생아 수 상위 10순위는 경기 수원시·화성시, 경남 창원시, 경기 용인시·성남시, 충북 청주시, 경기 고양시·부천시, 충남 천안시, 서울 송파구로 6개 시·군·구가 경기 지역이다. 출생아 수 하위 10순위는 전남 해남군, 전북 순창군, 전남 영광군, 전북 장성군·진안군, 경북 의성군, 전남 완도군, 대구 달성군, 경기 연천군, 부산 강서구로 6개 시·군·구가 전·남북 지역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인구 감소 해소 정책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2017년 1월에 범부처-지자체 간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검토하며, 이에 발맞춰지역 공동체 활성화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5월 10일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같은 해 6월 29일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를 통해 “2017년 인구 급감지역 9개 시·군에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며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당시 9개 시·군은 강원 평창군, 충북 음성군, 충남 예산군, 전북 고창군, 전북 정읍시, 전남 강진군, 경북 영양군, 경남 하동군, 경남 합천군이다.

또 2018년 5월 28일 행정안전부는 ‘30년 후, 80여 개 지자체 인구 감소’ 해결을 위한 국민 소통판,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주제로 ‘제3차 열린소통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최근 지방 중·소도시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이에 따른 지역 발전 방향에대해 보다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2019년 3월 20일 행정안전부는 ‘사라져 가는 지방도시, 주민이 직접 해법 찾는다’는 모토 하에 청년이 살기 좋은 마을 등 국민 협업과제를 공모했다. 즉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청년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구축하고, 주민들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스스로 참여해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다함께 잘 사는 마을’ 만들기에 참여할 국민사업자를 공개모집했다. 이 공모사업은 전국 소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선정된 단체에게는 국민참여형 사회혁신 프로그램 운영비 17억원(국비)을 지원한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따라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3차(2016~2020)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정했다(2019.2.). 수정된 기본계획에는▲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을 삶의 질 제고 패러다임으로 전환 구체화 ▲기존 과제 정비 및 핵심정책 과제 마련으로 급격한 인구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주요 분야별 정책을 제시했다.

비전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 목표는 △삶의 질 향상 △성 평등 구현 △인구 변화적극 대비다. 목표를 위한 추진 영역은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노후 ▲인구 변화 적극 대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 체계는 ▲(거버넌스) 민간, 지역, 정부 협력체계 강화▲(서비스·재정) 공공서비스 안정적 제공과 국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다(‘그림1’ 참조).

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 수정 세부 과제 추진배경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로 우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주요 걸림돌인 3대 장애요인(출산·양육비 부담,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 부족,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서다. 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결혼, 출산 여부와 관계 없이 당당할 수 있는 문화와 청년, 여성, 아동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의 기반 마련이다(비혼출산 비중 : 한국 2% vs OECD40%, 모자가구의 45%가 빈곤가구).

둘째,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한 노후’로 은퇴와 나이 듦에 따라 소득 감소, 건강 악화, 준비되지 않은 마무리 등으로 삶의 질 급격한 저하다.

셋째,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로 ▲인구구조 변화에 집중 대비가 필요한 분야별 대책 마련 ▲지역 정책 패러다임 전환 및 인구 대응 사업 활성화 ▲인구 변화 대응기반 강화 및 국민 인식 개선 ▲사회적 논의 과제에 대한 방향성 제시다. 여기서 사회적 논의(안)은 ① 아동 중심으로 양육지원체계 및 육아휴직 제도 개편 ②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 사회 만들기 ③ 활력 있고 건강한 고령사회에 맞도록 시스템 재설계다.

추진 체계 중 첫째, 민간, 지역, 정부 협력체계 강화다(거버넌스). 이를 위해 기업, 시민사회, 지역, 중앙정부 간 협의체 구성 및 내실화를기하고, 또 부처별로 각각 관리되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예산을 위원회에서 통합 평가·관리하는등 위원회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

둘째, 공공서비스 안정적 제공과 국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다(서비스·재정). 이를 위해 역량 집중 과제 추진을 위해 안정적 재원 확보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인구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원체계(국비, 지방비 등)를 검토하며, 재정 지출의 효율화를 위해 성과 평가 및 환류체계를 강화한다.

■인구 감소, 농촌이 더 심각

젊은이가 많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및 대도시권 사람들에게는 인구 감소 문제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많은 국내 학자들과 정부는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인구수에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은 농어촌의 인구 감소는 미래의 문제가 아닌 바로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농가는 이미 초고령화, 일본 농촌 추월

2015년 4월 14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체 농가인구는 284만7000명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농가인구 비중은 37.3%(106만2000명)로 집계됐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불리는 일본 농촌(36.1%)을 추월한 것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60대 청년회장’이란 말이 익숙할 정도로 농촌 인구의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지역 사회 붕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주민자치위원 대부분이 50~60대라며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되려면 젊은이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현장과 학계의 지적은 30년 후엔 그 푸념마저도 행복한 추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혼자 사는 고령자가 급증할 것이므로 이들을 위한 이동(디맨드 버스 등), 쇼핑, 관찰, 눈 치우기 등의 서비스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인구 감소 지역(고령지역, 초고령화지역, 초고령지역)에서는 저출산의 마이너스를 메울 고령자의 새로운 역할이 기대된다. 따라서 고령자에 대한 인식과 정의를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즉 고령자는 무조건 ‘보살핌을 받는 사람’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마을에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 말이다. 특히 인구가 적은 농촌, 초고령화 마을에서는 고령자가 지역의 중추역할을 한다.

고령자에게도 마을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시립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의 ‘We Can(위캔) 시니어봉사단’.
고령자에게도 마을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시립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의 ‘We Can(위캔) 시니어봉사단’. / 제공 = 서울특별시청

 

고령자에게 기여자가 될 기회 제공해야

따라서 고령자에게도 ‘수혜자’에서 ‘기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마을을 위해 활동하고 싶어 하는 고령자에게는 경력과 전문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자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도 하고, 더구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를 하면서 자신의 생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자리(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가 마련돼 경륜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지역 사회가 되면 좋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 내 주민자치센터와 평생교육기관에서는 인구 감소에 따른 주민의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설과 운영은 필수다.

또 육아는 한 가정에게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이 나서서 함께 책임지며 키우는 사회가 돼야한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등에 대한 단계별 지원은 중앙부처나 지자체가 육아시설,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등 예산·시설·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출산장려정책에 돈을 퍼부울 수도 없고, 이를 위해 세금을 무한정 더 걷을 수도 없다.

■주민자치 인프라가 왜 중요한가?

출산·육아·고령·인구 이동에 있어서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정책에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주민들 간의 신뢰다. 이 부분에주민자치 인프라가 접목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부의 정책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예컨대 부모들 혹은 주민들로 구성된 육아공동 돌봄, 방과후 학교 운영, 예절과 관습 물려주기, 여성과 아이들이 안전한 마을지킴이 운영, 안심 학교 등하교길, 주민자치센터에서의 출산과 육아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은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이 스스로 나설 때만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고, 그 실효성도 크다.

2015년 7월 1일 전라북도 익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2015년 7월 1일 전라북도 익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 제공=익산시청

지역의 주인인 주민이 나서야 한다

최근 지자체들의 미래 발전전략을 보면, 사람이 늘고 마을이 번영하는 비전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이 줄고 마을이 축소되고있다는 경고와 함께 실천전략을 제시하기에는 쉽지 않다. 아무도 그런 미래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중소 시·군과 읍·면의 인구 감소는 심각하다. 따라서 지역 사회의 주인인 주민들도 인구 감소 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인구 유출 방지와 인구 유입 확대를 위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이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과 제도 마련은 지자체가 주도하지만, 살고 싶은 지역 사회 만들기는 주체인 주민들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역을 위한 제도 또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주민자치와 지방자치에 대한 신념이 공유되고, 지역 주민들의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 그에 앞서 주민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자율적인 조직체를 만들며, 조직들 간 생태계를 구축해 자율적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물론 주민 조직체들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행·재정 지원은 필수다. 그리고 주민조직체들의 허브인 주민자치주체 기구는 행정과정(예산심의 및 의사결정과 집행)에 참여하면서 지역 문제를 지자체와 대등한 관계에서 민관협치를 이뤄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넘어 종합적 검토 필요

그렇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대비하는데 왜 주민자치 인프라가 중요한가? 이제 인구 감소로 인한 고령화 및 초고령화 지역은현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의료·보건, 교통, 교육과 같은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도로, 교량, 건축, 에너지와 같은 인프라를 어떻게 보수해 나갈지 ▲지역의 산업이나 고용, 기업유치, 도시재생을 어떻게 개발해 나갈지 ▲지역의 공동체, 주민자치(위원)회, 평생교육관 등 각종 민·관 단체와 기구·조직들은 지역의 특성과 변화되는 미래 상황에 맞춰 어떻게 지역 생태계를 구축할지 등 수많은 문제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인구 감소 대비 新발전전략’을 재설계한 후 그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그 방안은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안전·안심하고 살기 좋은지역 사회를 만들어 주민이 행복한 방법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기존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틀을 넘어 종합적인 정책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할 것이다.

최근 국가 영역(특히 행정)에서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수많은 인구 감소 관련 정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도 이에 발맞춰 스스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야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도 민간 인프라, 특히 ‘주민자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정책의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민자치 인프라를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발하게 연결하고 작동시키는 허브인 주민자치주체기구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행·재정적 지원책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주민자치 인프라란?

주민자치의 장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무엇을 위해 살고 죽느냐하는 철학과 위민정치사상의 본질인 ‘민본’을 근본으로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 인프라는 일부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공론의 네트워크이자 장이며 공공재다. 또 안전·안심하고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주민이 주인으로서 지역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활동의 근원적인 원동력이다. 아울러 대의민주주의의 보완, 행정의 사각지대 보완, 행정·정치참여 고취, 공론의 장 확대, 지역 사회 주민 조직 생태계 구축, 지역 사회 일꾼 육성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민간 인프라(편의점, 배달서비스업체, 주택업자 등)는 물론 지역 공동체,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내 다양한 주(시)민 단체·조직·기구 등과의 ‘주민자치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고, 주민자치주체기구는 지역의 주인인 주민의 대표기구로서 인구 감소에 따른지역 사회의 침체에 대비(혹은 방지)하고, 지방소멸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인구를 증가시키데 적극 나설 의무와 권리가 있다.

■지방소멸을 대비한 주민자치 조직 역할

인구 감소 고려한 주민자치 조직 재구성

읍·면·동 주민자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그 운영을 주민에게 맡기겠다는 정치권과 행정의 방침(사실은 관에서거의 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슬픈 현실이지만)을 보면, 주민자치회 조직 구성에 있어 저출산·고령화·인구 이동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

따라서 읍·면·동 지역에 설치하고자 행안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모델은 물론, 각 지역별로 추진하고 있는 충남형·광주형·서울형·세종형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등의 모델, 그리고 지역공동체 형태들을 모두 아우르는 모델을 검토해서 다양한 주민자치 조직모델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각 지역(읍·면·동)은 다양한 모델들 중 인구 감소·증가를 감안, 지역 특성과 실정에 맞는 것을 선택해 현 지역 내 주민 조직들에게 접목해서 지역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이들의 대표조직인 주민자치 주체기구를 지역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이런 생태계 구축과 주민자치주체기구 재설계에 있어 인구 감소(저출산·고령화·인구 이동) 고려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인구절벽으로 지역의 사회시스템이 종래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주민이 여러 가지 생활상의 불편을 겪게 되거나, 지역의 기능이 저하돼 주민들이 일정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2일 생활자치 실현을 위한 주민자치회 제도 개선 및 교육·홍보 강화(안) 등 향후 계획을 밝히는 ‘주민자치회 활성화 워크숍’이 개최됐다.
2016년 12월 2일 생활자치 실현을 위한 주민자치회 제도 개선 및 교육·홍보 강화(안) 등 향후 계획을 밝히는 ‘주민자치회 활성화 워크숍’이 개최됐다. / 제공=경기도

인구 감소 지역이 고려해야 할 사항

지방소멸 조짐이 보이는 지역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의 부연구위원이 ‘마스다 보고서’의 연구방법론에 착안해 65세 고령인구수와 20~39세 여성인구수(가임여성의 90%)의 비율로 만든 ‘소멸위험지수’가 1.0미만에서 0.5 이상 사이에 놓인 지역이다.

이런 지역의 주민자치주체기구(혹은 주민자치회)의 모델들은 인구 구성에 따른 도심지역, 고령화지역, 고령지역, 초고령화지역, 초고령지역으로 구분해 전통과 특성을 가미해 만들어져야 한다. 아울러 핵심도시, 압축도시(콤팩트시티), 거점도시, 근린도시에 따라 주민자치주체기구의 형태가 다 달라야 한다. 이런 지역들의 주민자치 주체기구의 역할은 인구 감소를 대비하면서 인구를 증가시키는데 무게 중심을 둬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 가능성 가속화지역 인구가 급감해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지역이다. 지역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해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 공공서비스를 제때에 제공받지 못하거나,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누리지 못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은 저출산 문제보다 젊은이들의 대도시 유출 문제가 더 심각하며, 노령인구 또한 감소해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곳이다. 이 지역의 주민자치 주체기구는 행정을 보완해서 생활 공공서비스를 주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며, 지역이 소멸되지 않도록 인구 감소를 멈추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인구 증가(출산율, 인구유입)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해야 할 것이다.

남양주시 평내동 제3기 청소년자치위원회 하계캠프. 미래의 현장을 담당할 청소년들에겐 현실 문제보다 희망찬 미래를 풍부하게 꿈꾸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양주시 평내동 제3기 청소년자치위원회 하계캠프. 미래의 현장을 담당할 청소년들에겐 현실 문제보다 희망찬 미래를 풍부하게 꿈꾸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 제공=남양주시

■미래세대 위한 미래사회 구상하자

주민자치주체기구의 중요성

지금 우리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미래의 세대인 우리의 아들과 딸, 더 나아가 손자·손녀들이 물려받을 수 있는 마을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앞서 말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인구이동 정책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앞서 말했지만 2019년 8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통계’에 의하면, 2018년 총 출생아 수는 32만6822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44.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1.132명에서 0.977명으로 더 떨어져 정책효과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기업 등 민간 인프라와 주민 참여 등 주민자치 인프라를 어떻게 형성하고 활용할지다. 그러나 지방소멸을 대비하기 위한 사업(정책) 추진은 정부·지자체보다 주민자치 주체기구가 훨씬 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주민자치 주체기구(혹은 주민자치회)는 인구 감소 대비를 위한 사업을 펼치려고 할 때 무엇보다 ‘주민 합의 이끌어내기’라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고로 주민자치주체기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즉 지역의 주민 조직들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그 주민조직들 간 의견을 조율하며, 그 주민 조직들이 지역 사회의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민 조직은 물론이지만, 주민자치 인프라의 구심점인 주민자치 주체기구엔 지역의 인재들이 많이 몰려들어야 한다. 인재는 지역 경쟁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세대를 어떻게 키우고, 그들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지역의 어른들과 리더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리더가 있느냐 없느냐가 지역 운명 좌우

많은 사람들이 “리더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곳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한다. 리더에게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 마을에 대한 애착(attachment), 할 수 있다는 믿음, 끈기 있게 설명하는 에너지라는 종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리더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그러니 리더라는 위치는 여간어려운 일이 아니다. 즉 리더가 마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어떤 인재를 활용할지 결정하려면 먼저, 마을 자산과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요구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주민들과 소통하려면 끈기 있게 대화해야 하고, 서로의 의견 차이를 존중하고, 그 차이에서 오는 다양성의 가치를 마을의 이익으로 기여하도록주민들이 마을 일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리더는 그 지역에서 나올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

※ 본고는 ‘박철, 지방소멸과 주민자치 인프라‘(월간<주민자치>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것을 현재에 맞게 내용을 수정해서 재구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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