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에도 공무원·구의원과 업무 겹쳐 '교통정리' 필요
불투명한 채용 기준·과정, 정치적 악용 가능성도 제기

서울 강동구 명일2동은 고덕1동, 천호3동, 성내2동, 길동과 함께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선정, 지난 3월부터 주민자치회와 자치지원관 제도를 운영해왔다.
서울 강동구 명일2동은 고덕1동, 천호3동, 성내2동, 길동과 함께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선정, 지난 3월부터 주민자치회와 자치지원관 제도를 운영해왔다. (사진=김종득 기자)

서울시가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시행한 지 2년 여가 지났다. 일부 지역 시범 운영을 거쳐 이제는 모든 동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대전시에서도 이를 참고해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자치회 제도와 함께 도입된 자치지원관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민자치회 정착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의견과 예산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인력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치지원관은 동 주민자치회의 안착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전문가다. 관계자 교육, 분과 구성‧총회 운영 등 주민자치회 활동에 대한 컨설팅 및 지원, 지역 내 단체‧기관 간 협력 촉진 등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주민들 스스로 지역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활동하는 권한과 책임이 강화됐는데, 아직 주민자치 경험이 많이 축적되지 못한 우리나라 여건 상 전문성을 가진 지원 인력이 주민들의 자치역량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하반기 금천구, 도봉구, 성동구, 성북구 등 4개 구의 행정구역 중 26개 동에서 지원관을 선발해 시범 사업을 실시했으며, 이후 작년 6월까지 81개 동에서 제도를 운영했다. 작년 7월부터는 '3단계' 사업을 시작해 8개 자치구에서 계속해서 신임 자치지원관을 채용하고 있다.

대전시는 4개 구 8개 동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며, 내년에 21개 동에서 자치지원관 제도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대전시 모두 구청이 민간 위탁을 통한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자치지원관을 선정하고 있다. 임기와 급여, 동별 채용 인원 등은 모두 각 구의 재량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채용 기준과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동 단위 조직을 상대하는 만큼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오동환 대전시 대덕구의회 의원은 "동 자치지원관 채용은 결국 시민단체 활동가 등 좌파 일자리 창출에 불과하고, 대전시장 선거 공신을 위한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며 "실제로 허태정 시장 선거 공신이자 시민단체 활동가의 아들이 우리 구의 모 동 자치지원관에 채용됐다"고 지적했다.

급여가 과도하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자치지원관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역을 위해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이기 때문에 대략 3,500만 원~4,000만 원 정도 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별도의 사무실과, 업무를 돕는 간사도 제공된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임용된 공무원이나, 선출직 구의원보다도 훨씬 많은 보수를 받지만, 정작 하는 일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소연 대전시의원은 "행정안전부 메뉴얼에 따르면 각 동 행정복지센터 동장과 소속 공무원만으로 주민자치회를 충분히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다"며 자치지원관 보수를 차라리 동네 사업에 직접 투입하면 자치 활성화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액 연봉을 주고 선발해야 할 만큼의 전문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법령상 근거와 업무 관련 정의가 필요하다"면서 "업무가 겹치는 공무원과 구의원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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