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자치회·정내회는 근린지역 공공의 장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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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자치회·정내회는 근린지역 공공의 장 형성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과 교수
  • 승인 2020.03.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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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새로운 공공을 형성·추진할 수 있는 조직 육성
시민성과 자발성 회복으로 시민사회가 관의 역할 견제

일본의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은 ‘사회적 가치 창조’라는 용어로서 사용된다. 이 때 사회적 가치 창조라는 단어는 ‘매일 매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서 사용된다. 즉 사회적 가치 창조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업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의 삶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편한 생활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의 풍요로움을 가진 삶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것과 연결된다는 인식이다. 집단으로서의 경제적인 삶의 윤택함만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역이란 것이다.

그러면 사회적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은 어떤 사업 혹은 영역의 정책과 관련을 갖고 있는가를 보자. 첫째, 사회 제도의 종합적인 재설계(redesign)를 통해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는 것이다. 둘째, 물건을 만들거나 이벤트를 통해 사람을 모으는 것을 넘어 문화 활동의 거점으로서 후세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사회 발전의 투자다. 셋째, 삶 속의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통해 노동의 경감과 매일의 삶속에 행동 패턴을 개선하는 것이다. 넷째, 교통수단의 편리성 개선, 비용 경감, 시간 단축, 안전성 향상이다. 다섯째,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의사소통, 정보 공유의 방식 개선이다. 여섯째, 지역에 뿌리 내린 문화 조성이다. 일곱째, 문화 전승이다. 여덟째, 역사유산의 후세 계승이다. 아홉째, 생태계 전체의 살아있는 환경육성 활동이다. 열째,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증가시켜서 시민성 계발 활동과 관용성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활동이다(이케나베쥰이치의 글에서 인용).

일본의 사회적 가치와 새로운 공공

일본에서 사회적 가치는 시민사회를 성숙시키고, 개인 삶의 질을 행복하게 발전시키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의 자치회를 둘러싸고 논의되는 ‘새로운 공공(新しい公共)’이라는 가치와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새로운 공공이란 ‘사람의 삶을 지원하는 역할을 관(官)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나 자녀 양육, 마을 만들기, 방범이나 방재, 의료와 복지 등 지역 생활 속에서 만나는 주민들에 의해서도 참가하도록 하고, 이것을 사회 전체로서 응원한다고 하는 새로운 가치관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일본하토야마(鳩山 전 총리 소신 표명 연설에서 인용함).

이런 새로운 공공을 위해서는 의식적이든 자발적이든 주제를 정해서 생활 현장에서부터 문제를 정하고 풀어내는 ‘자립 자발성(自立自發性)’ 과 ‘시민성(市民性)’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公)이라고 하는 것은 관과 민의 중간 영역으로서 농촌 사회에서는 근린 주민(近隣住民)이 중심이 돼 지역 커뮤니티(공동체)가 담당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경제 발전과 도시화가 심화되면서, 또 글로벌과 정보통신 사회에 의해 정보가 일극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원자화되고, 고립됐던 것이다.

그리하여 중요한 동료들 간의 인간관계나 사회성이 점점 약화돼, 공공(公共)에 대한 무관심으로 근린지역 사회의 문제를 관(官)이나 관에서 외주화된 조직(공사, 공단, 재단, 시민단체, 기업 등)에서 처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관(官)과 국가 영역이 점점 커져서, 시민사회는 붕괴돼 민주주의가 무너질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에 의식적·정책적으로 ‘커뮤니티의 재생’이 필요하게 됐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새로운 공공을 형성하기 위한 정책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첫째는 이전부터 지역에서 존재했던 지역 커뮤니티 조직의 개혁을 지원하는 것이고, 둘째는 NPO 등 새로운 커뮤니티 조직을 지원하는 것이다.

첫째와 관련된 것이 바로 자치회(自治會)·정내회(町內會)와 같은 지역 조직의 개혁과 연대 지원하는 것이고 부녀회, PTA와 같은 개별 조직의 개혁과 연대 지원을 통해 새로운 사회기업 육성을 지원하도록 한다. 둘째와 관련된 것이 NPO, 사단과 재단법인 등 새로운 커뮤니티 조직의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고, 노동협동조합 등의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자치회·정내회의 근린 공공의 장 역할

여기서 주목할 것이 바로 새로운 공공을 형성하는데 자치회 혹은 정내회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인데, 일본에서도 자치회가 점점 주민들의 참가가 줄어들고 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활동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행정에서 재정적인 지원이나 법제도적 지원 없이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공공의 공간’이 사라지게 되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즉 일본에서 자치회 혹은 정내회는 근린지역 사회에서 ‘근린 공공의 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일본에서 자치회는 일본 최대의 볼란티어 조직으로 볼 수 있고, 자치회 활성화 여부는 지역의 근린 과제를 해결해 지역 커뮤니티(공동체)를 형성하고,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자치회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친목을 도모하면서 서로 교류하는 공간이고, 이를 통해 유대감을 심화시키고 호혜성을 형성하는 ‘커뮤니티’인 것이다. 그리고 자치회 활동을 통해서 생활상의 여러 가지 문제, 즉 환경 정비나 방재, 방범, 복지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을 도모해 주민들 간의 연대감을 높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안심하고 풍요로운 지역 만들기를 해온 자주적인 조직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자치회 활동을 위해서 주민들이 자치회비(혹은 정내회비)를 내서 운영경비를 자립적으로 조달했다. 이외에도 행정으로부터의 업무 위탁비나 주민들의 기부금, 사업 수익 등이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가 정비됐다. 일본의 자치회는 ‘상부상조의 정신’으로서 성립하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근린지역 사회의 공동체 활동이 필요한데, 그것은 자치회(정내회)가 그 관할구역으로 하는 공간에 대한 ‘근린생활 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표] 자치회(정내회) 근린생활 관리 서비스.
[표] 자치회(정내회) 근린생활 관리 서비스.

새로운 공공과 자치회·정내회

그리고 자치회(정내회)는 자체의 활동만으로 이런 근린지역 사업들을 하기 어렵기에, 부녀회(일본어로는 ‘부녀의 회’라고 함), PTA, 어린이회, 노인회, 농협, 생협 등의 다양한 조직들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조직들이 존재한다. 자치회가 조직돼 있는 공간 단위로 존재하는 것도 있고, 광역으로 존재하는 것도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마치즈쿠리 단체, 볼런티어 단체, 소방단, PTA, 부녀회, 어린이회 등이고, 후자에 속하는 것이 상공회의소, 상공회, 상점가조합, 공익법인,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법인, 라인온스클럽, 로타리클럽, NPO,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체육협회, 제3섹터 등이다. 즉 이들 지역 커뮤니티 단체들이 이제는 관(官)만이 담당했던 교육, 어린이 양육, 마을 만들기, 방범이나 방재, 의료와 복지 등의 지역 생활과 관련된 공공 서비스의 공급에 주민들이 참가하고, 이런 근린생활 서비스 공급을 사회 전체로 지원하는 것을 ‘새로운 가치관’이라고 보는 것이다. 즉 이것이 새로운 공공이다. 이를 통해 생활 현장에서 ‘자립과 자발성’ ‘시민성’을 함양하는 것이고, 이런 지역 커뮤니티 단체의 중핵 조직이 바로 자치회 혹은 정내회다. 물론 자치회 이외에 새로운 공공 서비스를 공급하는 별도의 중핵 조직을 만들 수도 있지만, 일본의 근린지역 현실에서 자치회가 중책 조직으로서 ‘겸무’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중핵 조직이 외부 조직과의 조정을 통해 사회적 공공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점에서 자치회를 법인화하거나 인가지연단체로 하고, 자치회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과제고, 이외에 사회기업, NPO를 육성하거나 사회기업가를 육성하며, 마을 재생과 연동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지역 커뮤니티 단체 육성을 통해 자치회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고, 자치회 임원의 부담을 경감하며, 팽창하는 행정 부담을 억제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런티어의식을 고양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인재 역량이 강화되고, 마을 환경이 개선될 것이다.

요컨대 일본에서 사회적 가치란 시민사회가 시민성과 자발성을 회복해 관(官)과 행정의 역할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을 막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공공을 형성하고 설계하며, 기획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을 육성하고, 이에 개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주권의식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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