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형식보다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제공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제공

자원봉사자로 계약했다 할지라도 전일제로 일하면서 회계 처리를 포함한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등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성남시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경기도 성남시 산하의 주민자치센터 시설관리 자원봉사자로 위촉돼 근무를 시작했다. 오전·오후 2교대 방식으로 4년간 일하며 일당 2만원을 봉사실비 명목으로 받았다. 이후 2013년 1월 자원봉사자로 재위촉된 A씨는 주민자치센터의 자원봉사자 총괄관리 업무와 회계 업무를 맡았으며, 근무 방식은 일 8시간씩 주 5회 근무로 바뀌었다. 수당도 월 평균 135만원으로 올랐다.

A씨는 2015년 11월 자원봉사자 공개모집 공고에 다시 지원했으나, 재위촉이 되지 않자 경기도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고, 해고 시기도 서면으로 통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 

노동위는 재위촉 거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씨를 복직시키고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성남시는 A씨를 복직시키면서 일 4시간씩 주 4회, 월 평균 22일 동안 근무하도록 했다. 노동위는 성남시가 구제명령을 불이행한 것으로 보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고, 성남시는 이에 반발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구제명령에 따른 A씨의 원직복직의무,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지급 의무를 각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행강제금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에선 "자원봉사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다. 자원봉사자 재위촉 거부를 '부당해고'로 보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성남시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이 무보수 자원봉사 활동의 범위를 벗어났고 주민센터 측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즉, A씨를 자원봉사자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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