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지상 토론

행정안전부가 ‘주민’도 ‘자치’도 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주민자치회’를 입법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간 시범실시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가 노정되었음에도 보완 과정 없이 법 개정을 강행해 주민자치 현장에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해당 법률안 주민자치회 규정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지상토론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공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공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1대 국회에 제출됐다. 한국의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고 자치분권종합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제시한 과제들을 구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정법률안이다. 주된 내용을 보면,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즉 자치분권종합계획에서 획기적으로 제시된 ‘주민주권’의 개념을 지방자치법상에 구현한 것이다. 이어서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회’의 설치 근거를 지방자치법 제26조에 신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회의 설치가 제2장 주민 권리의 하나로서 언급되고 있는 부분은 주목된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다양화에 대한 근거, 주민의 감사청구제도 개선,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운영의 자율성 확대,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설치 근거,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여기서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중에서 주민자치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과연 이 신설 규정이 주민자치의 실질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가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한 측면으로서 단체자치와 결합해 하나의 지방자치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만일 지방자치라고 하면서 주민자치가 없거나 단체자치가 미약하다면, 온전한 지방자치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주민자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지방자치정부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근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정부는 집권화 되어 주민의 참여나 주민의 통제에서 멀어져 ‘자치’가 아닌 ‘통치’가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치가 자치답기 위해서는 자치의 규모(size)가 근린 규모에서 자치(self-government) 할 수 있어야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근린정부 구성과 운영에 참여하는 주권자로서의 주민의 권리를 가질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와 자율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21대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자치회가 자치다운 자치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자치’와 ‘참여’ 구분 없어 오해 불러일으켜…읍·면·동 자치단체 규정도 필요

지방자치법 제1조를 보면, 법의 목적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주권과 관련되어 법률에서 새롭게 들어간 문구가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고 있는 점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자치(self-government of residents)가 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 법 규정이 의미하는 것은 주민의 참여(participation of local government)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자치’와 ‘참여’는 현격하게 그 의미와 철학이 다른 것임에도 이를 마치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즉 ‘참여’를 이야기하면서 ‘자치’라고 하면, 자치의 개념과 본질을 왜곡하는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이 점에서 자치분권종합계획에서 제시했던 ‘주민주권’의 개념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와서는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 셈이다. 

제1조에서 또 지적할 점은 지방자치행정에 ‘참여’함으로써 과연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으로 수행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충분한 조건이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경험과 제도설계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토크빌이 제시한 미국의 타운미팅 전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즉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는 물론, 근린생활계층에서도 타운미팅과 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도설계가 필요하고, 이러한 근린자치가 가능한 주민자치(self-government of residents)가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한 측면으로서 단체자치와 결합해
하나의 지방자치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만일 지방자치라고 하면서
주민자치가 없거나 단체자치가
미약하다면,
온전한 지방자치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주민자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지방자치정부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근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정부는
집권화 되어 주민의 참여나
주민의 통제에서 멀어져 ‘자치’가 아닌
‘통치’가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서 제시한 주민자치회 규정은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자치계층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2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서 두 가지 종류를 규정하고 있고, 그것은 ‘1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 2 시, 군, 구’라고 하여 읍면동은 자치단체로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즉 지방자치법이 인식하는 주민자치회는 ‘자치’계층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회는 사실은 행정기능하부조직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지방자치법 제134조에 하부행정기구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치구가 아닌 구와 읍면동에 소관행정사무를 분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정기구를 둘 수 있다’라고 하고 있고, 읍면동은 행정사무를 분장하기 위한 행정기구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하부행정기관의 장으로서 법 제132조에 보면 읍장, 면장, 동장을 두고 이들은 ‘일반적 지방공무원’으로서 시장, 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읍·면·동 주민자치회, ‘권한’ 없이 ‘기능’만 가져

여기서 지적할 것은, 읍면동에 설치되는 주민자치회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법 제 26조의 주민자치회 규정을 자세히 보면, 2항에서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서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기능은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지역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 ‘그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이는, 행정사무를 처리하거나 협의하는 것이지 ‘자치(self-government)’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자치’에 대한 규정은 지방자치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하는 점을 비교해 설명하면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회’에 대한 규정은 지방자치법 제5장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의회를 두고 지방의회의원들은 주민이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바로 이 지방의회의 권한에 대한 규정을 지방자치법 제5장 제3절 이하에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의회는 의결사항으로서 ‘조례의 제정 개정 및 폐지’ ‘예산의 심의 확정’ ‘결산의 승인’ ‘사용료, 수수료, 분담금, 지방세 또는 가입금의 부과와 징수’ ‘기금의 설치와 운영’ ‘재산의 취득 처분’ ‘공공시설의 설치 처분’ ‘청원의 수리와 처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자치라고 하면 이처럼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자치인 것이지 권한이 없이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주민자치회를 ‘자치’라고 이름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하면, 지방자치법 제26조는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주민참여회’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용어 사용법이지 않을까 한다. 

주민자치위원은 ‘자치’ 아닌 ‘기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

하나 더 자치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제5장 제6절을 보면 ‘위원회’를 규정하고 있고, 위원회는 지방의회에 두는 것으로서 그 종류는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가 있고 자문위원회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위원회는 지방의회의 권한 중 소관의안과 청원을 심사 처리하는 조직이다. 주민자치회 이전에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조직이라기 보다 읍면동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주민자치회 역시 여전히 읍면동장의 사무를 협의하는 기능조직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법 제26조 3항에는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 ‘각 호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주민자치회에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둔다’로 하고 있어 주민자치위원들은 자치(self-government)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기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법 구조 속에서
주민자치를 자치답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제2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서 ‘3 읍·면·동’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즉 주민자치가 주민의
자치정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고,
만일 주민자치를 자치정부가 아닌
지연(地緣)시민사회단체로 할 것이라고
한다면, 자치권을 부여해 행정에서는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또 4항에서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회원 중에서 지역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며, 명예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자치회 회원 중에서 선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회 회원은 누구인가가 궁금해진다. 통상적으로 회원이라고 하면, 모임의 구성원을 의미하므로 주민자치회의 회원은 주민일 것이므로 ‘주민’ 중에서 지역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선출’하면 될 것인데, 지방자치법 제26조의 4항은 ‘주민자치회의 회원’ 중에서라고 하고 있고, ‘선정’한다고 하고 있어 역시 자치(self-government)를 행하는 자기입법과 자치통제를 위한 근린정부(neighborhood government)를 구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자치회 관련 별도의 독립된 법률 제정 필요

그렇다면, 자치다운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지방자치법을 규정해야 할 것인가? 이미 2018년부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 대해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회라는 비판이 있었다. 자치(self-government)로서 고유사무나 재원, 자치권도 없는 주민단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한국주민자치중앙회에서도 제시한 바 있다. 2013년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의 구역규모를 현재의 읍면동보다는 근린단위가 되어야 실질적 구성과 운영이 가능할 것이며, 주민자치의 대표들을 주민총회에서 선출하고, 주민자치의 규약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주민자치사무를 주민들이 자율적 의사결정과 의결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현재의 지방자치법 구조 속에서 주민자치를 자치답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제2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서 ‘3 읍면동’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즉 주민자치가 주민의 자치정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고, 만일 주민자치를 자치정부가 아닌 지연(地緣)시민사회단체로 할 것이라고 한다면, 자치권을 부여해 행정에서는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즉 주민자치가 지연시민사회단체라고 해도 주민총회와 규약, 그리고 회비(혹은 자치관리비)를 징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자치로서의 기본요소를 구비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는 주민자치권을 부여하는 법규를 두는 선에서 그치고, 구체적 주민자치회에 관한 것은 별도의 독립된 주민자치회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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