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지상 토론

행정안전부가 ‘주민’도 ‘자치’도 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주민자치회’를 입법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간 시범실시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가 노정되었음에도 보완 과정 없이 법 개정을 강행해 주민자치 현장에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해당 법률안 주민자치회 규정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지상토론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최철호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공
최철호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진=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제공

주민자치회에 대한 입법 방식

21대 국회가 구성된 이후인 지난 7월 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전부개정법률안(이하 지방자치법개정안)’에는 주민자치회에 관해 1개의 조문으로만 규정하면서 기타 구체적 사항에 대해 별도의 독립된 법률로 정하도록 하지 않고 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는 경우 지방자치법에 근거 조항을 두고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가칭 ‘주민자치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같은 독자의 특별법으로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 입법 방식 별로 장단점이 있다. 

어떠한 입법 방식이 되었든 주민자치회가 법적인 조직체로서 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분명 진전된 것이다. 지방자치법에 규정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와의 관계 및 다른 지방자치제도와의 체계적 정합성을 도모하면서 그 법적 지위와 기능, 조직 구성 등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자적인 개별법 방식은 주민자치 개념과 목표와 지향점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 관련사항(조직 인력 재원 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주민자치회에 관해서는 입법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각 입법 방식의 장점만을 취해 주민의 근린생활자치를 더 내실 있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주민자치회에 적절한 법적 지위와 기능을 부여하도록 설계하는 등의 입법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민자치회 조항 검토

(1) 주민자치회의 지역적 범위

제26조(주민자치회) ① 주민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읍ㆍ면ㆍ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를 읍·면·동의 행정구역별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분권법 제27조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규정에 비하면 개정안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요건이 빠져 있는데 이는 법적인 주민 이외의 사람에게도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려는 취지라고 해석된다. 구성단위에서 지방분권법은 반드시 읍·면·동 단위의 한 개의 주민자치회를 구성해야 되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해석되어 더 작은 규모의 주민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정안에서는 행정구역인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행 행정단위인 읍·면·동의 면적, 인구규모, 지리적(위치적) 여건 등이 대도시와 지방 특히 인구과소지역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개정안에 ‘읍·면·동별로..’ 외에 ‘근린생활권을 기반으로 하는 단위(또는 지역, 구역)에서...’라는 설치 요건을 추가한다면 풀뿌리자치조직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를 읍·면·동별로 두게 되더라도,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장)의 지원조직 내지는 하부조직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근린생활지역에서 풀뿌리자치라고 하는 주민자치의 본연의 모습과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민자치회 설계 여하에 따라서는 읍·면·동에서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의회’의 역할을 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주민자치회의 기능(제26조 제2항)

1호.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제1호는 제2호 이하의 주민자치회의 다른 기능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제2호~제5호의 기능은 법제도적으로 주민자치회에 부여된 실정법적 기능이라고 한다면 제1호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기능은 실정법제도 이전부터 관습적으로 존재하는 주민자치회의 원래적 기능을 법률안에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법률로 규율하지 않아도 마을관습이나 주민자치회의 원래적 기능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다면 규약으로 규정해도 무방한 것이다.

2호. 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

일단 이 조문은 구조와 의미가 불명확한 것 같다. 문언의 해석상 ‘...읍·면·동장이 주민자치회와의 협의’라고 되어 있지 않고, ‘...읍·면·동장과의 협의’라고 되어 있어서 이는 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의 처리권한이 일단 주민자치회에 위임 내지 위탁된 것을 전제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처리할 때 읍·면·동장과 협의하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러면 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어떠한 사무가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 아마 이는 제5호 ‘그 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법체계상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5호와 관련짓지 않더라도 제2호의 해석상 어떠한 사무가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인지 판단해 읍·면·동장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결정권이 읍·면·동장에게 부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주민자치회의 자치적·자율적 기능은 상당부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라도 이것이 읍·면·동의 행정기능의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기존 읍·면·동장의 하부조직으로서 통·리·반장이 처리하는 주민생활사무와 어떻게 다른지, 차별성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큰 차이점이 없다면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장의 하부조직 내지 지원조직으로 기능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3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제3호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8조(주민자치회의 기능) 제2항 제2호 지방자치단체가 위임 또는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에 관한 사항과 유사한 조항이지만 ‘위임하는 사무’가 빠져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법리적으로 보면 ‘위임, 수임관계’는 상하기관 사이에 사무의 처리권한을 위임한다고 하는 것인데,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법상 하급행정기관으로 볼 수 없으므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임을 받을 수 있는 수임기관이 될 수 없어 위임사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위탁, 수탁’은 법적으로 대등한 기관 사이에 사무의 처리를 위탁한다고 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위임하는 사무’가 빠진 것은 주민자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하급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일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위탁은 보통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주민자치회가 대등한 법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조문이기도 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에 법인격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위탁하는 사무의 종류나 범위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4호. 지역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

주민자치회가 수행하는 대표적 사무로 보이나 주민의 복리증진은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사무로서 재정적 기반이 취약한 주민자치회가 수행하는 역할은 한정적일 것이다. 또, 주민의 복리증진은 결국 주민의 복리사무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자치사무로 인식되어 있어서 그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발전은 주민의 복리증진과는 분리해 사실상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 보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하는 주요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어서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5호. 그 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

근린생활자치의 영역에서 주민자치회와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의원(지방의회)과의 사이에 주민을 위한 사무의 처리가 겹칠 수도 있다는 점이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관련한 조례 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도 과거와 같이 자생적·관습적으로 유래하는 조직이 아닌 법적 질서 내에서 설치되는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된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제정하는 규칙에 정하도록 한 것이다. 

(3)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자치회에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둔다(제3항),

(4)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회원 중에서 지역 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며, 명예직으로한다(제4항)

제3항의 취지를 보면 조례에 주민자치회의 대표 선임 방법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자치회 임원의 수나 선임방법, 임기, 지위 등도 조례로 정하도록 하려는 취지인 것 같이 보인다. 주민자치회의 대표를 포함한 임원 선임(선출)방법, 임원의 수, 임기, 보수여부 등은 조례에서 대강을 정하고 규약에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5) 주민자치회는 그 명의 또는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항)

이는 주민자치회가 선거 등에서 특정 정치인 내지 특정 정당의 외곽조직으로 변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법령에서 정치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금지하는 정치행위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만약 정치행위를 한 경우에 처벌규정이 없는 점 등은 보완이 필요한 내용이라 하겠다. 

(6) 주민자치회는 그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지원을 할 수 있다(제6항)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율적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자치회의 운영경비 등 소요되는 재원은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자체 조달 가능한 재원은 회비 징수와 수익사업을 해서 얻는 수익금이라 할 수 있는데 회비를 강제징수할 경우 주민자치회가 임의가입하는 조직이라는 점과 부합하지 면도 있으나 어떠한 조직이라도 회원이 존재하면 회비를 부담시키고 있고 회비 납부 여부는 회원으로서의 의무인 동시에 권리를 행사하는 근거로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자치회가 수익금을 얻는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인설립 등 다른 관련 법령에 근거하고 이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회비나 수익금 등의 현금, 기부금과 부동산 등 주민자치회가 재산을 취득, 사용, 수익하고, 법률행위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법인으로 할 것이 필요하다.

그 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재정 지원과 외부로부터의 기부금 등을 받아 재원으로 할 수 있는데 특히 행정으로부터 받는 행재정 지원의 종류나 방법, 절차 등에 대하여는 법적으로 근거를 명확히 해야 안정적으로 법적인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자치회(정내회)는 소유 부동산의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원활하게 행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인가지연단체라는 법인 등록의 길을 열어주었다. 

(7) 주민자치회는 기능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제7항)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를 지향하나 오늘날 교통수단, 통신수단의 발달, 물류의 광역화 등 자치의 영역에서도 광역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 연합체 성격을 띠는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적절하다. 

(8) 주민자치회 또는 주민자치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규약으로 정한다(제8항)

전술한 바와 같이 주민자치회가 주민자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주민자치회에 관한 사항은 자치규약으로 정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나 실정법의 적용을 받는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면서 동시에 해당 지역의 유권자인 주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회에서 제정하는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규약으로 정하는 것이 불가결하다 하겠다.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