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요약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은 개인 차원으로 주민에게는주민권을 명확하게 부여하고, 집단 차원으로 자치회에는 자치권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특히 자치회에는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을 부여해야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실시된 주민자치위원회,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서울형 주민자치회 등은 주민자치로는 모조리 실패했다.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먼저 ‘주민회’가 아니었다.주민이 회원도 될 수 없게 막아 놓고 참여도 할 수 없게 막아 놓고 읍·면·동장이 위촉한 위원이나 추첨으로 뽑은 위원으로만 주민자치회를 구성했다. 또 ‘자치회’가 아니었다. 자치하기 위한 일감도 일손도 권리도 없었다. 고작 봉사밖에 할 수 없었다.

주민자치회는 이론적으로는 주민권에 의해 성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법률에 의해서만 설치·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은 주민자치 성립의 ‘필요조건’인 분권과 주민이 실제로 자치할 수 있는 ‘충분조건’, 그리고 분권과 자치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성공조건’인 주민자치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

주민들이 실제로 자치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충분조건이다. 지역의 주민(거주민·사업주·출향인)들이 연관된 지역(마을·동네·근린)의 생활관계(친목·민원·사업)들을 스스로(자발·자주·자율) 자치(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할 수 있는 조건·원리는 무엇인가? 개인 차원의 주민에게도, 단체 차원의 자치회에도 자치의 배태·형성·발전원리는 자발성·자주성·자율성이다.

한국의 읍·면·동은 대부분 자치단체에 가까운 규모다.인구면에서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대표가 감당할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며, 기존의 행정 보조 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중구조의 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과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이 있다. 이때 자치기능의 중심은 통·리 계층에 두고, 협치기능의 중심은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설계해, 자치와 협치를 따로 성립하도록 하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주민자치를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것이다. 첫째가 정부의 간섭이며, 둘째가 이권자들의 독과점이다. 특히 정부는 충분한 지원을 하되 전혀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주민자치의 실행 과정에는 (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의 다섯 과정이 있다. 실행 과정만 분권하면봉사하라는 것이 되며, 위탁하는 사업에 불과하며, 계획·평가만 분권하면 자문하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자치를 위해서라면 소극적인 경우에도 (계획-실행-평가)의 과정을 분권해야 하며, 적극적인 경우는 반드시(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의 전 과정을 분권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스스로 주민자치회 규약을 제정하고 개정할 수 있는 입법권과 주민자치회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인사권과 주민자치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재정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권이 없으면 주민자치는 성립하지 못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제26조(주민자치회) 1항은 ‘주민은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별로주민자치회를 구성해서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읍·면·동 계층에 설치해 신설되는 주민자치회는 종합행정기관인 읍·면·동과 기관대립이 되며, 이때 주민자치회는 대립관계를 쉽게 극복할 수 없다. 또 통·리장이 주민자치의 기반이 되는 지역을 촘촘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자치회는 주민회로도 마을회로도 설자리가 없다. 주민자치회는 통·리에는 통·리회로 증강하고, 읍·면·동에는 읍·면·동회의 이중구조로 설치할 때 비로소 주민의 자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이 있어야 자치가 가능하다. 권리 능력과 행위능력은 주민자치회를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분권으로 형성되는데 개정안에는 분권에 관한 내용이 없다. 본 조항은 대폭 보강돼야 한다.

2항은 주민자치회의 기능을 나열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행정기관이 아니다. 주민회고 자치회다. 따라서 법률이 ‘무엇을 하라’고 정하는 것은 자치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자치는 무엇을 할지를 주민이 정하는 것이지, 법령이 정해둔 것을 수행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민자치 법률은 실체법과는 달리 절차법 성격이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자치할 수 있도록 틀거리만 제공하면 된다. 특히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해 읍·면·동장과 협의를 하라는 것은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장의 휘하에들어가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주민 생활관계와 밀접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주민자치회 사무로 분권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를 명시한 것은 주민자치회가 시·군·구 행정 서비스 하청기구가 되라는 뜻이다. 물론 단체장이 위탁하고 주민자치회가 수탁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현재 행정이 독점하고 있는 사무를 자치사무·위수임사무·위수탁사무·행정사무로 나눠서 각각의 사무 특성에 따라서 어떻게 한다는 기획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있었던 위임사무를 빼버린 것은 주민자치회를 만들면서부터 철저히 무시하려는 처심임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그 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명시한 것은 가장 어처구니없는 조항이다. 조례가 정하는 일만 하고 심지어는 규칙이 정하는 일만 하라는 것은 주민자치회가 자치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자치인데 어떻게 시·군·구 의회가 만드는 조례에 복종하는 것이 자치고, 시·군·구 관료가 만드는 규칙에 따르는 것이 자치인가? 주민자치회가 스스로 일을 할 수 없도록 옭아매는 조항이다.

대표자 선출은 주민자치의 핵심이며 동력이다. 주민들이 자치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민자치위원을 읍·면·동장이 선정하거나 추첨해서 주민자치를 철저하게 망쳐왔다. 위원이든 이사든 지역대표와 계층대표와 직역대표를 모두 주민자치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자치회 재원 확보 방법은 하나는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회비를 징수하는 것이다. 수익사업은 주민자치의 본질이 아니며 회비 징수는 조세와 같은 성격이다. 수익사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회비 징수는 법적으로 불가하다. 주민자치회가 회비를 징수할 수 있고,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재산을 취득·활용·처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행·재정적 지원은 선택지원과 필수 지원으로 나눠서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필수 사항은 반드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또 시·군·구 조례로 주민자치의 모든 것을 정할 수 있게 하면 주민자치회는 무력화 될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 고유한 영역은 주민자치회에 분권해서 주민자치회가 권리 능력과 행위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주민자치회는 한마디로 시행을 해도 주민자치가 발전하기는커녕 후퇴하고 말 것이다. 주민자치회가 자치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주지 아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조항을 주로 나열했다. 고쳐서 쓸 수도 없다. 폐기가 마땅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필요조건인 주민자치를 새로이 기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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