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무 창원시 성주동 주민자치회장(경상남도 주민자치회 상임이사

안녕하십니까. 성주동 주민자치회장 임병무입니다. 저는 정년퇴직 후 우연한 기회에 주민자치위원회를 알게 돼 현재 성주동 주민자치위원장과 경상남도 주민자치회 상임이사의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주민자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제가 2019년 전국주민자치강사에 선정돼 강사와 주민참여예산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자칭 ‘주민자치 전도사’가 되기까지, 주민자치 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성주동은 2019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며 조금씩 주민자치 발전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주민자치회 전환 후 가장 큰 변화는 주민총회 개최입니다. 올해는 8월 13일 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성주동 주민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로 주민총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위원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성주동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주민총회는 주민들이 제안한 여러 의제 중 내년도 마을사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마을사업은 의제 발굴(과제 조사 및 주민의견수렴)-자치계획 수립(분과별 의제 정리 및 자치계획 수립)-자치계획 공유(주민설명회)-자치계획 확정(주민총회)의 과정을 거쳐 선정되며 통상 4~5개월이 소요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 주민자치의 궁극적 목표이기에 의제 하나를 선정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상상력, 창의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주동은 올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주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떻게 하면 주민참여를 높이되 안전하게 치를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사전등록 인원만 총회에 참석하되 사전투표와 홍보로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주민총회 정족수는 주민자치위원의 3배수 이상이라 100명 정도가 참석하면 됩니다. 올해는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 사전 참석자를 등록 받는 한편 공연과 외부인사 축사를 생략하고 경과보고와 감사, 의제 설명 및 투표로 간략히 진행키로 했습니다.

다만 지난해에 의제 홍보가 미흡했던 점을 감안해 사전투표와 홍보에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사전투표는 총회 20일 전에 공고해야 하는데 마침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가 하계휴가철이라 홍보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홍보자료 작성과 판넬 제작, 투표용지 준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8월 3~6일 성주민원센터, 성주동주민복지관, 성주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와 홍보가 진행됐고 8월12일 행정복지센터 1층 회의실에서 사전투표 개표가 이뤄졌습니다.

주민총회에 상정될 의제는 1개월 전에 선정 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걷고 싶은
테마형 마을안길 만들기’ 등 8건의 사업이 선정돼 이 중 7건이 완료됐고 나머지 1건은 9월중순 경 실시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성주골 가족, 청소년 반짝반짝 톡톡 끼-기 살리기 축제’ 등 8건의 의제가 상정됐습니다. 총회에서는 의제 제안자가 1분간 사업 취지를 발표하고 2~3분간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참석자들이 누름 버튼으로 의제별 찬반투표를 하고 찬성이 50% 미만이면 탈락하는 방식을 도입했더니, 직접 마을사업을 선정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묘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표 결과 찬성 118표를 받은 ‘가족, 이웃세대가 생태해설사와 마을둘레길 생태탐방과 환경관리’가 1위에 선정됐습니다. 이 사업은 7월 25일 관내 청소년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다, 이웃과 함께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의미가 큽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걱정과 우려 속에 열린 주민총회가 호평 속에 마무리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주민총회에는 모바일과 카카오톡 투표 등 더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모바일 투표 도입을 위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와 상의했더니 주민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동의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연구와 협조를 받아 해결해 나갈 예정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 시절과 달리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의제 생산을 위한 분과 모임 참석 등 해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생업에 바빠회의 참석이 쉽지 않다보니 사무국장이나 회장에게 일이 몰리기 일쑤입니다. 똑같이 주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일하지만 이·통장이 수당을 받는 것과 달리 주민자치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입니다. 수당을 받기는커녕 회비를 내고 봉사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미련하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직 주민자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위원님들에게 정당한 수당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자치회 예산 부족 문제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마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재정이 한정되다 보니 경제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자체사업이 중단돼 근무자 인건비 충당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민자치회 재정 지원이 확대되고 주민참여예산제가 활성화되어 예산 부족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태는 사라지길 바랍니다.

이와 함께 위원들 스스로 의제를 발굴, 기획하고 추진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자치역량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성주동은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이 시행된 곳에 명패를 설치합니다. 사후 관리 없이 방치된 사업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민자치회가 비록 부족한 제도지만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목표를 이뤄나간다면 위원들의 성취감도 커지고, 자치회를 중심으로 주민의 참여도 높아질 것입니다. 여기에 행정의 협력은 물론 지역 단체들과의 유기적 소통도 필수적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주민들이 해내고 있습니다. 가족, 이웃과 함께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가는 주민자치위원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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