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에너지연구실 실장
신동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에너지연구실 실장

최고의 화두가 된 그린뉴딜
그린뉴딜은 ‘그린(green)’과 ‘뉴딜(New Deal)’의 합성어로 ‘그린’의 방향성을 가진 ‘뉴딜’ 정책이다. 뉴딜의 방법을 통한 녹색전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린뉴딜은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과 고용 촉진을 끌어내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에 큰 영향을 주는 뉴딜의 효과를 살려 경제회복과 과감한 제도 개혁을 통한 녹색전환과 사회보장 안정망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들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린뉴딜은 최근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 전환의 필요성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가 대두되는 변화의 시기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기후, 생태, 환경위기 등 미래세대의 문제로 인식됐던 위기가 현세대의 문제로 부상했고,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미래기술의 혁신과 그에 따른 불안한 일자리의 미래, 수출과 무역을 통한 성장이 글로벌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로 작동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의 대응 정책이나 성장경로의 회복을 통해서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그린뉴딜이 필요한 이유이자 핵심이다. 그린뉴딜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잔존하고 있는 자원,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전환, 산업전환, 도시전환, 그리고 삶의 전환을 이끄는 녹색전환을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폭염, 태풍, 홍수 등 기후재난의 빈도와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와 함께 코로나뿐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도 생태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등 화석연료로 유발된 환경문제와 이로 인한 국민건강문제도 최근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이다. 경제구조의 전면적 전환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성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경제발전모델을 모방해 자원의 집약적 투입에 기초한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을 성공적으로 추격할 수 있었으나, 출산율 하락에 따른 노동인구 정체 및 생산성 저하로 인해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에서 새로운 성장모형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탄소중립(Net-zero)를 목표로 하는 녹색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준비 중이다. 특히, 높아진 사회·환경기준을 충족하는 무역기준과 국경조정 등을 적용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애플,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협약을 통해 하청업체에도 이를 지켜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국내에도 경제적으로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산업, 녹색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가 침체 위기 및 고용 위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그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강도 높은 봉쇄조치 과정에서 세계 경제는 심각한 경기 침체와 소득 손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OECD Economic Outlook」, 2020). IMF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전 세계 경제성장이 -3%의 역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일자리를 지키고 내수를 뒷받침하기 위한 버팀목 역할이 없을 경우 소득 감소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대량실업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이에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정투자 등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피케티(Piketty) 파리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그린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그린뉴딜은 대규모의 경기 부양책이자 환경위기 해결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크루그먼(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실질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그린뉴딜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중앙Sunday>, 「노벨상 폴 크루그먼 “그린뉴딜은 비용이 들지 않는 정책”」, 2020. 4. 11.).

세계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기후위기와 환경위기에 대응해, 탈탄소 녹색경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2019년 말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목표로 하는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전략을 발표하고,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에너지, 경제, 건물, 수송, 식품, 생물다양성, 오염 저감 등 환경 관련 모든 분야의 심층 전환과 모든 정책에서 지속가능성의 주류화를 지향하고 있다. 2030년까지 EU 재정만 매년 1천억 유로 이상을 집행하는 투자계획과 분야별 제도개선 로드맵을 통해 재정투자와 제도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민주당이 ‘탄소중립목표’를 지지하고 있고, 주별로 강력한 녹색전환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민주당의 그린뉴딜 하원결의안(2019. 1.)은 탄소중립목표를 비롯해,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대규모 재정투자 및 개혁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7개 주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확정한 바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애플, 구글, 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았다. 최근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그 시사점이 크다.

그린뉴딜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린뉴딜은 지금 직면하고 있거나 직면할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금까지 성장 경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취지이다. 하지만 그린뉴딜에 대한 이해는 크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코로나-19 이전에 그린뉴딜을 주장했던 사람은 포괄적인 녹색전환을 통한 국가성장전략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그린뉴딜은 제도개혁과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한 산업 전반의 구조전환을 통해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에서 발표한 그린딜이 그러하다. 반면, 코로나-19 이후에 그린뉴딜을 접한 사람들은 그린뉴딜이 환경 및 에너지 분야의 재정투자를 통한 경제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정부의 한국판 그린뉴딜은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사례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성장전략으로는 탄소배출 감축이 어려워 기후위기 대응이 어렵고, 고용불안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며,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그린뉴딜은 원래의 취지에 따라 기존의 성장경로에서 벗어난 전환적 성격으로 추진방향이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결정은 경제와 산업의 어느 부분을 확대하고, 어느 부분을 상대적으로 축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핵심은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부분을 줄이고, 자원과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인적자본을 확충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 수단이 중요하다. 특히, 재정수단과 조세정책, 규제정책을 개편하고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확장재정정책은 에너지 집약형 소비와 자본투자, 관련 정부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에너지 보존형 정부투자, 자본투자 유도와 함께 인적자본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투자에 초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혁신도 매우 중요하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탈탄소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술혁신을 통해 탈탄소 전환의 비용을 줄이고, 탈탄소의 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혁신에 대한 정부와 자본투자는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필요한 수준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수요 자체를 줄여나가는 수요관리가 동시에 진행돼야 탈탄소전환이 기후변화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기존 정책과 그린뉴딜의 가장 큰 차별성은 그 규모와 집중성에 있다. 그린뉴딜 추진을 위한 정부의 결정은 재정확장에 대한 국민적 동의, 선택과 집중하는 부문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지자체 등 실행 주체의 역할, 법제도적 체계 등이 깊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그린뉴딜의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그린뉴딜의 개념과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사업의 적극적 발굴과 추진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 마련 및 재정 투입, 규제혁신과 민간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추가로, 녹색전환의 추진체계 마련(법·제도 정비, 조직조정,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참여방안, 계획과 점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끝으로, 국가 정책 및 지속가능 발전 목표 등과의 정책적 정합성 고려돼야 한다.

한국판 그린뉴딜의 향후 추진방향
코로나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재정정책으로 G20 국가 중앙은행, 재무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투자, 2) 건물 리모델링에 따른 에너지 효율화, 3) 실업을 극복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 및 훈련, 4) 생태계 회복력을 위한 자연자본에 대한 투자, 5) 녹색 R&D 투자를 꼽았다(Cameron Hepburn et al., 2020, 「Will COVID-19 fiscal recovery packages accelerate or retard progress on climate change?」, 『Oxford Review of Economic Policy』).

한국판 그린뉴딜 종합계획의 내용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그린뉴딜 종합계획은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프라와 에너지 녹색전환, 녹색산업 혁신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한국판 그린뉴딜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첫째, 시민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생활환경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먼저, 공공시설(공공임대주택, 학교, 정부청사, 문화시설 등)을 대상으로 기존건물은 최고 수준의 단열 조치로, 신축건물은 규제 강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도시의 환경문제를 지역 맞춤형으로 개선하고,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통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확보하고, 국토 및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또, 깨끗한 식수 확보와 공급을 위해 스마트 통합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둘째,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의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한다.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연구 및 실증 인프라를 강화하고, 주민주도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한다. 석탄발전 등 사업 축소가 예상되는 위기 지역 대상으로는 재생에너지로 업종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노후 경유차와 선박의 친환경(LPG, LNG, 하이브리드 등) 전환을 촉진한다.

셋째, 경제의 녹색전환을 주도할 녹색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 환경산업을 주력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양질의 녹색기업을 육성하고 녹색 융합 클러스터 등 집적지역을 만들어나가려 한다. 나아가 스마트 그린공단을 조성하고 친환경 제조공정을 확산해 공정상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 또, 연구개발·녹색금융 등 녹색전환 인프라를 강화해, 녹색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단기적 경기 부양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특징은 그린뉴딜이 중장기적 대응을 초점으로 하고 있다는 방향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유럽의 그린딜이나 미국 결의안에서는 기후와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전략으로 장기적 구조전환 전략과 목표설정, 제도개혁, 투자사업이 모두 포합돼 있다. 반면, 한국판 그린뉴딜은 경제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과 이를 위한 예산의 단기 재정투입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국가적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장기 기후환경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투자 및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환경 및 기후대응 분야의 신속한 집행이 가능한 투자 사업을 선별하고 집행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국가재정 투입 위주로 구성돼 있어 민간투자 유도를 위한 방안도 부족하다. 특히, 추진 사업들이 주로 공급자나 사업자 위주로 구성돼 있어 실질적인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불분명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지역과 지자체에서 관할하거나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이 많으나, 어떻게 지역과 지자체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살펴보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목표는 ‘지속가능성’에 부합했으나 실행 내용과 결과가 목표와 어긋났던 선례가 있다. 국가 온실가스의 효과적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운영되는 성과도 있었으나, 법·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증가하는 결과가 있었다. 에너지 수요관리 및 전기요금, 세재 현실화 성과 등이 미흡했던 결과이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녹색전환을 위한 전략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세부 전략을 아우르는 환경 및 사회적 핵심 목표를 설정하고, 산업구조 변화와 경제·사회의 녹색화 전략과 함께 국민의식 전환을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탄소가격화 정책의 구책적 로드맵 마련과 전력시장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제도개혁과제도 포함돼야 한다.

그린뉴딜의 본래 취지를 살려 농업, 수산업, 순환경제, 유해물질 등에 대한 전략을 포함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 패키지화를 통해 도시와 농어촌에 거주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소득을 창출하는 사업 패키지를 통해 좀 더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역의 녹색전환 기반 구축을 위한 노력도 함께 계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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