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커뮤니트 아트] 거리를 가꾸는 일, 생활에서 발견하는 예술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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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커뮤니트 아트] 거리를 가꾸는 일, 생활에서 발견하는 예술의 가능성
  • 이섭 전시기획자
  • 승인 2020.10.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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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을 벗어나 거리에 관심을 두는 일
우리는 거리에서 잘 가꾸어진 나무와 꽃, 소위 거리 조경을 쉽게 만나고, 쉽게 지나친다. 하지만 이를 디자인하고 가꾸는 일은 도시와 마을 ‘안’에서 우리의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환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환경은 풍경이 돼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것뿐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꽃을 가꾸는 일은 도시에서, 마을에서 이미 내가 할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업으로, 도급형 사업이 진행하는 일이라고 여길 뿐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꽃을 가꾸고 거리를 가꾸는 일이 주는 즐거움을, 남의 ‘비즈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지방정부에서는 거리 가꾸기-꽃과 식재 등에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정책을 통해 시행한다. 이 사업은 거리마다 있을 법한 동네 화원의 몫이 아니라 입찰을 통한 사업의 하나로 진행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거리 가꾸기는 거리의 주인에게 돌아가야 할 공유할 만한 몫이다. 따라서 전체 예산 중 일부를 거리마다 화원과 주민에게 돌려주고 능동적으로 거리 가꾸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한 번쯤 생각을 바꿔 볼 만한 공동체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은 자신이 사는 거리의 풍경을 좋아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면 ‘살풍경해졌다’라거나 ‘어디 가도 똑같은 풍경으로 변해 버렸다’라는 이야기가 곧잘 들린다.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고리나 커뮤니티 의식이 옅어져 버려서 거리의 경관 만들기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없어졌다고 쉽게 생각한다. 또는 ‘자신이 사는 마을을 더욱 즐겁고 아름다운 곳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는 체 방관한다. 이런 무관심한 생활에서 나타나는 태도는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무관심의 수준과 다른 무관심이다.

꽃과 식물, 예술과 생활이 얽힌 프로젝트
생각과 행동의 동기가 필요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고 어떤 공동의 관심사가 생활환경을 바꿀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계기를 갖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자극이다. ‘하늘하늘 일본’[ひらひら日本]은 그런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이벤트형 프로젝트이다. 꽃과 식물을 주요 소재로 삼아 생활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테마로 다양한 연령,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9월~11월에 처음 이벤트를 개최했을 때 시민, NPO, 기업 등 100건 이상의 참가 횟수를 기록한 ‘하늘하늘 일본’ 프로젝트는 참가자들 모두가 ‘즐거워’, ‘예뻐’라는 반응을 끌어내며 작은 성공을 거뒀다. 이후 지속적으로 매년 봄 또는 가을에 열리게 된 ‘하늘하늘 일본’ 프로젝트는 꽃과 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활 속 즐거움을 본질적인 가치로 삼는 지극히 작은 관심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꽃과 식물을 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매일같이 연구하는 과제를 참여하는 시민이 공유하는 프로그램은 이 프로젝트를 안착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단순히 거리를 아름답게 만들자는 구호가 아니라, 꽃과 식물을 가꾸는 재미를 통해 삶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나누도록 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 됐다.

낯설지만 이 사실을 정책의 구호로 생각을 바꿔 보면, 거리 가꾸기에 참여하는 주민은 바로 거리와 마을의 꽃이 된다. ‘하늘하늘 일본’은 ‘당신이 거리와 마을의 꽃이 된다’를 콘셉트로 해 꽃과 식물,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없애고자 하는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활동은 ‘하늘하늘 일본’의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해 자연과 꽃, 식물을 아끼며 가꾸는 다양한 주민의 계획을 수렴하는 열린 창의 역할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이벤트를 모집하고-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이로부터 일차적인 거리 가꾸기의 그 즐거움을 공유한다. 주민이 투고하는 내용은 풀꽃 한 송이도, 작은 화분 한 개여도 상관없다. 거리마다 있을 법한 화원의 주인은 이제 단순한 소상공인이 아니라 이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마을-거리의 전문가로 참여한다. 원하는 사람은 실행위원회 멤버가 될 수 있고, 때로 도우미로서 함께하기 때문에 초심자도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 일에, 내가 사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

진정한 시민참여를 보여주는 하늘하늘 일본 사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약 100건의 ‘거리 가꾸기’ 행사가 모집·실행됐다. 이런 주민의 다양한 발상에는 자기부상식 리니어 모터카(‘리니모’)를 대여해 차내를 식물로 녹화하고 차창의 경치와 함께 음악과 예술을 즐기는 이벤트도 있었다. 모두가 지키며 키우는 꽃과 식물은 그 하나하나가 작은 존재일지라도, 전체로서 연결됨으로 인해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을 만들어 가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전개하고 있는 ‘하늘하늘 일본’의 실행위원회에는 이제 경관 관계자를 중심으로 디자이너, 기자, 주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실행위원회는 조합의 형식을 취해 거리에 흩어져 있었던 화원들의 주인들-소상공인들이 하나의 공동체 사업의 주체로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거리 가꾸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주민들은 참가자 모집과 투고의 주체가 돼 참여하고, 화원의 주인 또는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어시스턴트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분담한다.

물론 이 프로젝트에는 주민이 실행 단계에서 대부분이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관련 업종의 전문가들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프로젝트는 거리 가꾸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적 관계망을 제공한다. 작은 모임이 만들어지고, 활동할 수 있는 기본 네트워크가 이를 중심으로 결성되기 때문이다. 이제 주민은 개별적 관심 영역에 머물지 않으며, 그야말로 당면한 과제로 공감하는 거리 가꾸기의 주인 입장이 될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는 같은 곳을 지향하는 이웃-동료가 늘어나고 있다.

‘하늘하늘 일본’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진정한 시민 참여’를 실현하고 싶다는 공공예술의 이해가 바탕이 됐다. 또 일반적인 예술의 이해를 넘어서는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가진 예술의 새로운 유형을 실험하고자 한 강한 마음이 있었다. 이처럼 공공예술은 기존 예술형식이나 예술가 유형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삶의 안으로 자유로운 시민의식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지, 사유 계기의 전환을 주민이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치정부의 대민정책에서도 공공예술은 ‘시민 스스로가 마을의 과제를 찾아내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자”는 근본적인 현대 사회의 전환적 사유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공원이나 도시계획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 과정에 시민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자치단체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이런 정책은 민원이라는 차원에서 행정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보다 능동적인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이 정책에 담기기 위해서라도 우선 시민주도형 활동, 프로젝트의 자발적 제안에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든지 행정 단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사업은 늘-아직 아쉽게도 형식으로만 존재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무엇보다 눈앞에 놓인 막대한 업무량을 소화해내는 것만으로도 힘겹다고 하는 일방(향)적 사고가 이런 사태를 반복하게 한다.

시민의 참여방식은 정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은 공무를 책임지는 자가 아니라 자발적 주민-시민이어야만 한다.

주변의 꽃과 풀, 이웃에서 시작하는 예술
거리 가꾸기는 이제 단순히 조경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생활환경을 둘러싼 공해 문제에 대해 활발한 의견이 오가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환경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환경’과 ‘조경’은 각기 다른 안건으로 생각돼왔다. 그때부터 ‘진정한 시민 참여’에 있어 생활 안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로 쭉 ‘꽃과 식물’, ‘환경’이 있었다. 그러므로 UN이 제시한 “지속적 성장”이라는 모토는 시민의 생활 속 활동 방식에 결부된 매우 중요한 공통의 사회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당연히 생물다양성에 대해 학자 중심의 활동과 논문이나 저서 발간 등의 활동이 중요하지만, 이는 일차적 활동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이나 주변의 ‘환경’을 의식한 마을 만들기에 대해 보다 많은 일반 시민의 이해를 얻고, 또 넓혀가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구체적인 활동 방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선 우리는 다방면에서 우리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적 활동이 필요하다.

영국의 ‘첼시 브릿지’란 프로그램은 영국 왕립 원예 협회가 런던 시내에서 개최하는 전통적인 ‘첼시 플라워숍’과 같은 시기에 런던 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새로운 타입의 ‘마을 속 플라워 페스티벌’이다. 이 프로그램은 식물과 꽃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예술과 음악 등의 영역에서 시민이 자유로운 발상을 가지고 참가하는 페스티벌 형식을 취한다. 2012년부터 매해 5월에서 6월 사이의 3주간 개최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8년 ‘전국 도시 녹화 나고야 페스티벌’과 같이 한때는 주민과 지역 상점가와 학교 등의 협력으로 거리 안의 환경미화 사업이 있었다. 이처럼 거리 가꾸기가 생활환경의 변화를 모색하는 실험적인 시민활동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는 것은 이제 성숙한 시민사회를 스스로 가꾸려는 지역에서 중요한 예술프로그램이자 축제가 돼 있다. 고령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고령화 사회에서 이러한 거리 가꾸기-꽃과 식물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은 사회공동체의 건강한 전환점을 제안하는 계기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거리 가꾸기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의 축적이기에 건강한 사회를 제시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이자 예술행위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는 마을의 풍경이 좋다’고 누구나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멋진 일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주변의 꽃과 풀에 그리고 이웃에게 눈길을 돌리는 일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이섭 전시기획자
이섭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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