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민자치 - 안산시 주민자치 활성화 토론회] “ 성급한 주민자치회 전환, 갈등과 후유증 낳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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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민자치 - 안산시 주민자치 활성화 토론회] “ 성급한 주민자치회 전환, 갈등과 후유증 낳을 수 있어”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0.11.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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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110개 시군구의 626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2019년 11월 통계(96개 시군구, 408개 읍면동)와 비교하면 7개월 만에 210여 곳이 늘어난 수치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갑작스레 전환되면서 부작용과 문제점도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가 될 법률안이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데다 인사·재정·사법권을
보장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까지 떠안은 채 시범실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5개 동 중 2개 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시작한 안산시는
2022년 주민자치회 전면 전환을 앞두고 10월 19일 ‘안산시 주민자치 활성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민자치활성화 기획위원회(안산시주민자치위원협의회·안산마을공동체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현황과 과제, 보완점 등을 지상 중계한다.

안산시는 지난해 10월 ‘안산시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 및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올해 1월부터 일동과 원곡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당초 안산시는 시범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었으나 최근 2022년에 25개 동 전체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키로 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박상길 안산시주민자치위원협의회장은 “안산시주민자치회 전면 전환에 따른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오늘 토론회가 주민자치회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주민자치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개진을 요청했다.

“지방자치 원리는 주민자치…지방정부 행정사무 위탁”
토론회 첫 발제자로는 행정안전부 주민자치지원팀 하경환 과장이 나서 ‘주민자치 전국 현황 및 지원제도’를 발표했다. 하경환 과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정부는 주민이 직접 국가를 통치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기하고 있고, 특히 주민자치회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구조로 활성화 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 12월 안에는 국회를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놨다. 하 과장은 “지방자치의 원리는 주민자치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 를 통해 주민의 신뢰를 받고 공공성을 부여 받는다면 이를 기반으로 지방정부의 행정사무를 과감하게 민간위탁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제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주민자치에서 과감하고 대담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한도 예산도 없는 주민자치회…진정성 있나”

그러나 정부의 ‘청사진’과 달리 현장의 목소리는 매서웠다. ‘안산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현황’을 발제한 오병철 일동주민자치회장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치가 활성화되고 주민의 직접 참여가 강화될 것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이 법을 두고 각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를 말하면서도 주민자치는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지방을 살리자고 하면서 정작자치는 살려주지 않는다. 당장 주민자치회만 봐도 권한도 예산도 주어지지 않는다. 예산을 요청하면 공모사업을 하라고 한다. 주민자치회가 공모사업을 하는 단체냐”고 반문했다.

주민자치조례 제정 과정의 문제점도 짚었다.지난 2018년 안산시 주민자치위원장과 시민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연구모임이 구성돼 1년 간 주민자치조례안을 성안했지만 실제 조례에서는 주민자치위원 정수가 ‘30명 이내’로 하향하고 사무국 설치 관련 내용도 삭제됐다는 것. 오병철 회장은 “시의회가 ‘정원 미달이 우려된다’ ‘사무국의 필요성을 느끼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고 하는데, 주민자치를 하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실질적 권한이 없는 자치회가 무슨 자치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던 추연호 안산시 의원(기획행정위원회)이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해 시의회 측의 입장을 청취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오 회장은 “안산시는 2022년에 주민자치회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역량도 부족하다. 준비 없이 전환할 경우 심한 갈등과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내년에 역량이 갖춰진 2~4개 동에서 시범 실시하고 내후년에도 역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후년으로 미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주민자치회의 체계적이고 안정적 운영을 위해 사무국이 반드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덧 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현장토론과 유튜브 라이브중계,줌(zoom)을 통한 온라인 참여로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현장토론과 유튜브 라이브중계,줌(zoom)을 통한 온라인 참여로 진행했다​

안산시 “조례 개정해 위원 정수, 사무국 설치 등 보완”

이어진 토론에서는 안선영 안산시 자치행정과장이 ‘안산시 주민자치회 운영 계획’, 이윤희 화성시마을자치센터장이 ‘화성시 주민자치회 운영 사례’, 김학래 글로벌원곡동마을협의회장이 ‘안산시 주민자치회 운영 로드맵 제시’, 김동길 백운동 주민자치위원장이 ‘안산시 주민자치회운영에 대한 제언’, 이용팔 월피동 주민협의회위원이 ‘안산시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한 준비’를 발표했다.

안선영 과장은 주민자치회 전면 전환과 관련해 “내년 1년 동안 착실히 준비해 내후년에 전면 실시하자는 취지다. 내년 상반기에 조례 개정을 통해 위원 정수와 사무국 설치 등 지적한 내용을 개선하는 한편 7월 중 준비위원회 구성, 8~9월 위원 모집, 10~11월 교육과 공개추첨을 거쳐 12월 주민자치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전문인력 배치와예산 문제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안산시의 추진 계획을 전했다.

이윤희 화성시마을자치센터장은 화성시가 올해 12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며 “주민이 모이고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조금씩 강화될 것이다. 때문에 주민을 조직화 하는 것이 주민자치에서 가장 큰 역할이고 사업”이라고 제언했다.

“행정 의존 극복해야…예산 없는 자치는 허구”

주민자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원곡동의 김학래 마을협의회장은 토론문에서 “관찰자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주민자치회 전환 이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 특히 충분한 준비 없이 자치회로 전환되다 보니 현장에서 매우 혼란스럽다. 역량강화를 위한 지속적이고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민자치회 운영이 행정기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짚었다. 김 회장은 “원곡동 자치회 세칙은 담당 공무원이 만들었다. 월례회의준비와 회의록 작성, 소집 공고까지 모두 담당공무원이 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행정에 잘 순치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헛발질 하더라도 좀 기다려주는 행정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예산 없는 자치는 허구”라며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고도 여전히 위원들의 회의수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이 고착화 되지 않기 위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래 회장은 현장 토론에서 “우리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범실시를 맞았지만 다른 지역은 주민 스스로는 물론 행정기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안산시는 장기 로드맵을 주민들과 공유하며 추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한·실행력 갖춘 주민자치회 되도록 제도 개선”

김동길 백운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안산시 주민자치회가 주체적 권한과 실행력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며 “내년 한 해는 주민자치회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위원들만 있는 주민자치회는 의미가 없다. 사무국 설치와 기본적 예산 지원, 간사 활동비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팔 월피동 주민협의회장 역시 사무국 운영과 간사 육성을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이용팔 회장은 “주민자치회 시범동을 선발하는 과정이나 운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이는 전환 과정에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성급한 주민자치회 전환으로 예산 낭비 뿐 아니라 주민자치 및 주민자치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다.

그러면서 “안산시는 다른 지자체 사례를 바탕으로 주민자치회 예산 및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 동 행정에서는 주민자치위원과 사무장,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공무원의 보직 이동이 잦아 업무 연속성이 낮은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례 개정으로 사무국 설치와 인건비 및 운영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우선 25개동 간사 교육을 통해 주민자치회의 빠른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준비단계에서 행정기관과 주민자치회 구성원 교육으로 주민자치회 전환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자”고 덧붙였다.

자유토론에서는 안산시의 주민자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과 주민 교육 필요성, 매뉴얼을 통한 시행착오 최소화, 소통을 위한 민간협의체상시화 등을 요구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이영임 사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오늘 발제와 토론에서 ▲안산시 주민자치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주민자치회 사무국 설치 및 지원 ▲시범동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TF구성이 제안됐다”며 “정책 흐름에 따라 주민자치 현장도 바뀌고 있다. 안산시와 시민이 손을 맞잡고 주민자치 발전을 위한 논의 과정을 만들어 나가자”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현장에는 사전 신청한 30여 명만 참석하고, 유튜브 라이브 중계와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진행됐다.

주민자치 전국 현황 및 지원제도

 

전국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3500여 개 읍면동 중 626곳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이뤄지고 있어 20% 가까운 읍·면·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것이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구조로 활성화’한다는 행안부의 명분과 취지는 좋을 수 있으나 ‘법제도, 실질적 권한 부여 없이 성급하게 이뤄지는 주민자치회 전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 관련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고 국회 발의된 행안부의 ‘지방자치 전부개정법률안’ 역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사·재정권 등 주민자치회의 권한이 명확히 부여되지 않고 사무국 운영 등에 대한지원이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안부의 위와 같은 청사진은 현실화되지 않는 청사진으로만 끝날 공산이 크다.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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