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 구위원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 구위원

코로나 공존 시대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두어 번의 고비가 있어 자칫 대유행을 겪을 뻔했으나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국민의 적극적 협조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모범적인 방역을 통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 100여 명 안팎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아직까지는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 이전 시대와 완전히 다른 사회경제가 도래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코로나 이전 시대의 경제활동과 이후의 경제활동은 본질적으로 사람 간 대면(contact)의 자유로움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관광산업과 생산 활동, 물류와 유통에서 경제주체 사이의 대면은 매우 자유로웠고, 국경을 넘나드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면서부터 국경을 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됐기 때문에 수출 산업부터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해외여행의 급격한 감소로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조업 전반은 어느 정도 회복되는 듯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경을 넘어서는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중이며, 해외여행객 수는 전년 대비 -100% 가까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당분간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자유로운 대면 경제활동이 어려운 ‘코로나 공존 시대(with corona era)’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한 세계의 경제적 위기

이렇게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충격이 발생함에 따라 지역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생산과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당분간 회복할만한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인 상황이다. 2020년 9월까지 누적 수출은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는데,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경기도는 -3.9%에 그쳤으나, 울산은 -21.3%, 전남은 -18.8%를 기록하는 등 특히 중화학공업밀집 지역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충북은 7.5%, 대전은 22.4%를 기록해 지역경제에 따라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전남 지역의 경우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입 또한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불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9월까지 누적 수출이 전년 대비 18.8% 감소한 반면 누적 수입은 3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 또한 6월 반짝 상승세를 보인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9월 전남 지역 주요 산업별 생산지수는 석유화학(코크스/석유정제품) -11.3%, 철강(1차 금속) -2.6%, 조선(기타 운송장비) -35.6% 등으로 나타나 주력산업 모두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경제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하락세를 이어갈지, 그리고 그 충격의 크기는 어떨지 궁금해 하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상 현재의 경기 위축 국면의 크기나 강도는 쉽사리 전망하기 어려우나,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해 세계적 석학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전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리처드 볼드윈과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세계 경제의 충격이 2009년 국제금융위기와 유사한 규모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지금은 2009년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전망에서 코로나-19가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미 2차 확산을 통해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있어 세계 경제의 위축이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 유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한 결과, 경기 침체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ECD는 지난 8월경, 2020년 세계 경제가 전년 대비 6%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이 가장 선방해 1.2% 하락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어쨌든 한국 경제가 나름 선방하더라도 전년보다 위축되리란 것은 예측 가능한 상황인데, 문제는 지역경제가 얼마만큼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에 있다.

침체를 겪는 전남의 산업

전남 지역 경제가 현재 생산과 수출을 비롯해 서비스산업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런데, 세계적 감염병 확산이 발생했던 시기가 세 차례있었기 때문에, 그때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경제의 침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과거 팬데믹이 발생했었던 2003년(사스), 2009년(신종플루), 2015년(메르스)의 통계를 바탕으로 간략하게 분석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남 경제 침체 정도를 어렴풋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데, 최소한 1%p 이상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크게 확산했던 3년 동안 전남 성장률 평균은 1.8%에 그쳐, 2001년부터 2017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 2.6%보다 약 0.8%p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 신종플루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산해 그때보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1%p 이상의 성장률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감염병 확산 시, 전남 지역 제조업 중에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과 조선산업을 포함해, 음료·식품 제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서비스산업 중에서는 관광산업인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 통계를 확인해 보면 과거 3년과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남 지역 수출 역시 글로벌 무역 위축에 따라 전년 대비 10%p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감염병 확산기 중 2009년, 2015년에 전남 지역 수출이 감소했는데, 2009년은 국제금융위기로 인한 영향이 더 컸을 것으로 판단되나, 2015년은 다른 연도의 평균적 추세보다도 더 큰폭의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요품목 중 석유제품,철강판 등의 수출은 감염병 확산 시기에 연평균 추세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석유제품은 -23.4%, 철강판은–3.6%를 기록했다.

그런데 과거 세 차례의 감염병 확산 시기와 달리, 코로나-19 감염증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 및 소비에 동시 충격을 가하고 있어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경기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공급 측면에서는 각국 주요 산업이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물류도 멈춰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며, 수요 측면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대면활동 위축으로 대부분의 상품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살리기가 최대 현안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방역과 함께 ‘경제 살리기’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는 도덕적 해이나 재정적자는 현재 크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며 긴급 대책으로서 ‘헬리콥터 머니’까지 제안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금융과 재정 측면의 긴급수단을 제한 없이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관건이며, 자치단체도 재정적 수단으로서 지역화폐 활용 극대화, 소상공인 특례 보증 확대, 지방채 추가 발행 등 적극적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 경제 구조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며,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가 내수에도 방점을 두는 경제구조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는 세계적 분업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공장에 의존할 경우, 또 다른 감염병 확산 시 물류 마비, 경제 충격 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한 현지 공장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정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식량산업이나 바이오·의약산업은 안보 차원에서라도 국가적으로 집중 육성할 당위성을 확보했다고 보인다. K-방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국민의 헌신적 노력도 있었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해 내었던 바이오키트 대량 공급 능력도 한몫했다. 만약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다른 나라에 의존할 경우, 신속한 진단과 격리, 치료라는 K-방역 자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미래산업으로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남의 미래, 블루 이코노미

전라남도는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산업과 농수산업 육성을 위해 전남형 뉴딜 사업을 발굴하고, 이들 산업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 및 미래이동수단산업을 동반 육성하는 전략을 수립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응하고자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 수립에는 배경이 있다.

우선 지난해 7월 전남의 미래 비전으로서 지속가능한 청정 경제, 전남 블루 이코노미 비전을 선포했다. 전라남도는 이 비전 실현을 위해 6대 분야, 50여 개 사업을 추진 중이었으나,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역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발생하게 됐다. 그래서 중장기 경제정책인 블루이코노미와 연계할 수 있으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발표된 한국판 뉴딜 사업과 접목하는 사업을 새롭게 발굴하게 된 것이다.

전남의 블루 이코노미 비전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역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뉴딜 사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3조 2천152억 원 규모의 81개 전남형 뉴딜 사업을 발굴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소재·부품 제조혁신기반 구축, AI 기반 바이오임상지원체제 구축, 소상공인신사업창업사관학교 운영, 비대면 온라인 해외마케팅 지원, 해상풍력 융·복합산업화 플랫폼 구축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지속가능한 사업 위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시대는 아마도 수출과 내수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경제가 지속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청정 경제를 미래 비전으로 삼은 전남은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면서도 경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제조업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를 내수에도 중점을 두는 미래형 경제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남의 도전을 눈여겨보고 전남의 블루 이코노미를 대한민국 블루 이코노미로 확장해 나가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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