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과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최근 발표된 OECD 가구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TFR : Total Fertility Rate)은 0.9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OECD 평균 합계출산율(1.63명)보다 0.65명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은 고령화 현상과 맞물리면서 장래 생산가능인구와 저축률을 감소시켜 국가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저출산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에서는 저소득 가정에 대한 보육지원, 제2차 계획(2011~2015)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으로 점진적 출산율 회복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했다.

제3차 계획(2016~2020)에서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사회 만들기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2020년 합계출산율 1.50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처럼 제1차~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출산율 회복의 관점에서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종합적 측면에서 인구전략을 마련하고자 추진됐다.

그러나 관련 정책이 개별사업 단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수치적 목표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정책의 성과나 효과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수정)을 통해 정책의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 제고”로 전환하고 삶의 기본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의 개념과 구성요소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은 일상적·정서적 측면에서 자녀에 대한 양육과 보호에 어려움이 없도록 가족들에게 다양한 주거 지원과 양질의 주거인프라 및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그 구성요소는 주거 지원정책, 주거인프라 지원정책, 주거서비스 지원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거정책의 구성요소로서의 주거 지원정책은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주택 공급, 금융지원, 주거급여 등의 다양한 지원 방안을 의미하며, 다자녀 가구에 대한 공급 비율 배분, 특별공급 우선권 부여, 거주 기간 연장 및 공급 면적의 확대, 단위 세대 특화형 평면 제공 등을 포함한다. 주거인프라 지원정책은 아이 키우기 좋은 주거인프라를 구축·지원하는 것으로 양육과정에서 거주자가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거주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 공동이용시설과 주민공동시설에 대한 지원을 말한다. 주거서비스 지원정책은 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동이 지원받게 되는 주거 관련 서비스로 양육 생활지원서비스와 양육 공동체지원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수정)의 추진 과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즉, 돌봄영역 4개 과제는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의 구성요소인 주거인프라 및 주거서비스 요소와 관련돼 있으며, 기반영역 3개 과제 중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지원 강화는 주거 지원정책, 아이 키우기 좋은 주거인프라 조성은 주거인프라 지원정책에 해당한다.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의 현황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 중 주거 지원정책은 주택 공급, 금융지원, 주거급여로 구분된다. 주택 공급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주택 공급 및 우선·특별 공급 비율, 거주 기간 및 공급 면적, 평면 및 설계와 관련된 사항을 중심으로 양육 가구에 대한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주택 공급 및 우선·특별공급 비율과 관련된 정책지원은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한부모가구에 따라 세부 규정이 상이하다. 다자녀가구에는 건설량의 10%가량을 공급할 수 있고, 구체적 정책대상은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 구성원으로 정의된다. 신혼부부는 공급 유형에 따라 건설량의 10~80%를 공급할 수 있으며, 혼인 기간 7년 이내의 무주택 세대 구성원을 말한다. 한부모가구는 신혼부부 지원물량에 한부모가족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거주 기간, 공급 면적, 평면 설계 등과 관련해서도 양육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복주택에서는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는 6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는 최대 10년까지 거주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으며, 최저 주거기준과 신혼부부가 장래 자녀를 출산하게 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넓은 평형의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세대별 여건 변화에 따라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평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구입 자금 및 전세자금에 대한 신청기준, 대출금리 및 한도 등에서 양육 가구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구입자금대출은 일반가구와 비교해 신혼부부 및 2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완화된 소득기준과 대출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며, 금리는 신혼부부, 한부모, 다자녀가구에 대해 자녀 수별로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전세자금대출은 신혼부부, 2자녀 이상 가구, 한부모가구에 대해 신청기준, 대출한도,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유사한 내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거급여에서는 임차급여액 산정기준에서 가구의 규모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소득인정액 산정 시 보육 및 교육비 등을 실제 소득에서 제외하도록 해 직·간접적으로 양육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주거인프라 지원정책은 단독주택(저층주거지)의 공동이용시설과 공동주택(아파트)의 주민공동시설을 이용해 양육 가구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뿐 아니라 공공에서도 다양한 주거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형 공공주택에서는 단지 내 어린이집은 영유아 1명당 4.29㎡ 이상의 면적이 제공되도록 하고 있으며, 300세대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의료·보육·복지 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입주민 일상생활 지원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입·전세형 임대주택은 건설형 임대주택보다 양육지원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해 매입임대주택 내에서도 아이 돌봄공간을 확충하는 등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고 있다.

주거서비스 지원정책은 부모와 아동의 가사생활 및 육아·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가사 지원, 건강·여가 지원, 육아·교육 지원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육플랫폼을 구축하고 주거서비스 코디네이터를 단지 내 배치하는 등의 지원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보육플랫폼은 아동의 연령대별로 필요한 보육을 지원하고, 청소나 생활가전을 빌려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보육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서비스 코디네이터 제도는 전문 주거서비스 코디네이터를 단지 내 배치해 주거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신혼희망타운을 중심으로 육아 관련 커뮤니티 시설이 집적된 그로잉 센터(Growing Center)를 마련해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양육 가구의 삶의 질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기조와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의 발전방안

1) 정책목표와 기본방향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주거부문의 정책기조는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한 삶의 기반 조성”과 “돌봄체계를 위한 여건 확충”이라 할 수 있으며, 정책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의 보편적 접근성 확보로 아동의 연령, 아동의 수, 가족의 형태, 혼인 기간 등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이 있는 가구가 양육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의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와 부모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 여건 확충으로 물리적으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 외에 정서적으로 아이와 부모가 행복할 수 있는 돌봄의 여건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의 기본방향은 양육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 강화, 촘촘한 주거 인프라 구축 체계 마련, 주거기능과 생활서비스 결합, 지역공동체 중심의 양육지원 체계 마련으로 요약할 수 있다.

2) 정책 발전 방안
주거 지원정책과 관련해 현재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공주택 공급, 금융지원 등 아동이 있는 가구로 확대하고, 평생 출생아 수 감소 추세 및 타 부처(국민연금 출산 크레딧 등) 제도 등을 고려해 다자녀 가구의 요건을 미성년자인 2명 이상의 자녀(태아 포함)가 있는 경우로 정책 대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나 학원 등 교육시설 인근과 역세권 위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공급 평형을 확대하거나 다양화해 양육에 필요한 주거 요소들을 반영한 공급임대주택의 공급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과거 공공임대주택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낙인효과나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소득계층과 연령계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고, 주택금융지원제도도 가구의 자산 축적에 기여할 수 있는 저축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거인프라 지원정책과 관련해서는 지역별·주택유형별 공급 여건과 양육 가구의 이용 의향 및 정책보완 요구 등을 감안해 주거인프라 공급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독·다세대 등의 비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양육 관련 주거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며 필요로 하는 인프라도 야외활동 가능 장소, 도서관, 운동시설 등 매우 다양하므로 복합기능을 갖춘 시설 위주로 공급하되, 현재 중앙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방안과 연계해 공급할 필요가 있다.

주거서비스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아동과 부모를 위한 양육 프로그램을 확대·다양화하고 서비스 공간을 양육시설에 한정하지 말고 가정순환형 돌봄이나 외부활동 연계형 돌봄 등으로 서비스의 공간 범위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공공부문에서 선제적으로 계획·추진하고 있는 주거서비스 및 전문 코디네이터 제도 등을 민간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단지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공동체 중심의 양육 서비스 확대를 통해 맞벌이 가구들이 직면하고 있는 양육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양육 가구 간 정보 교환과 부모 및 보호자 간 소통과 연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 본 원고는 2019년 국토연구원에서 수행한 저출산 시대에 대응한 양육 친화적 주거정책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됐음.

김지혜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부연구위원
김지혜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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