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외국인 주민

2020년 1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을 기준으로, 2019년 의 국내 체류 외국인수가 222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발표를 기준으로 한 2019년 국내 총인구수가 5천171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인구의 약 4.3%가 외국인인 것이다. 이 중 경기도,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가 특히 많은데, 경기도에는 약 72만 명의 외국인이, 서울시에는 약 46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한편, 지자체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으며, 5년 이상 장기체류자의 비중도 30%에 이른다. 이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지자체내에서 상당 기간 삶을 영위하는, 내국인들과 삶을 함께 하는 구성원이 됐다. 따라서 지자체는 이들과 상생, 번영의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신음하고 있는 지자체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외국인과의 협력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외국인이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으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외국인 창업을 중점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외국인 취업시장의 경색이 일어나게 되기 마련이며, 취업보다는 국제화된 감각에 근거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창업이 경제 활성화에 주는 효과가 클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해외 거주 외국인의 창업은 외국인 창업이라는 점, 일정한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으나, 두 종류 창업에 대한 지자체의 이익의 크기를 따져보면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창업은 창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이 지역 내에서 순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창업은 지자체 현실에 기반해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관련된 창업활동이 일어나기 쉬우며, 창업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다시 지역으로 환원돼 재투자로 연결될 가능성도 더 크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위의 배경하에서 국내 일부 광역지자체에서도 외국인 창업을 위한 정책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광역지자체 차원의 외국인 창업 관련 제도와 정책 현황을 살펴보고, 성공적인 외국인 창업지원 사례로 회자되는 서울, 대구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보도록 한다. 또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타 지자체들이 관련 정책을 펼침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제안해 볼 것이다.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외국인 창업 지원정책

1) 중앙정부의 외국인 창업 지원 법률과 관련 정책
현재 국내에는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이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관할하는 약 20여 개의 창업 관련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김선우 외, 2017,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한 국내 창업 생태계 글로벌화 촉진 방안」,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 중 국내 창업활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중소기업벤처부의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이며 창업 주체 선정, 교육, 정보제공, 사업지원 등에 관한 제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현재 중앙부처는 앞다투어 창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부처별 창업지원사업을 망라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통합공고를 하고 있으며, 해마다 5개 전후의 글로벌 창업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직접적으로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의 숫자이며 간접적인 지원사업을 포함할 경우, 해마다 약 20여개에 이르는 사업이 실시). 중소기업벤처부의 ‘2020년 정부 창업지원사업 통합 공고’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16개 부처에서 90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예산액은 1조 4천517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창업지원사업 중에서 외국인 창업과 관련된 사업은 2개에 불과하며, 외국인 창업을 포함한 글로벌 창업지원사업 역시 총 5개에 불과하다. 외국인 창업지원사업은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창업 이민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며,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법무부가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국내외 거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창업지원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만드는 것을 부수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표1>과 같다.

2) 국내 광역지자체의 외국인 창업 지원 조례와 관련 정책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창업 지원 조례 현황을 살펴본 바는 다음과 같다. 2020년을 기준으로 총 11개 지자체에서 14개의 창업 관련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조례는 내용에 따라 크게 일반적인 창업 육성, 기술기반 창업 육성, 청년창업 육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청년창업에 관한 조례 수(6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창업에 관한 조례(4개), 일반 창업(3개)에 관한 조례 수가 다음으로 많게 나타났다. 위와 같은 결과로 미뤄볼 때, 국내 지자체들은 기술과 청년창업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창업과 관련해 별도로 조례를 마련하거나, 조례에 관련 내용을 기입한 지자체는 거의 없다. 부산의 경우 외국인도 창업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을 기입하기는 했으나, 그 외에 특별한 내용이 조례에 담겨 있지는 않다. 이는 대부분 지자체가 정책지원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내외국인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세대를 구분해 특정 세대 계층(청년층)에 대한 조례를 집중적으로 마련하기는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창업지원 조례를 마련한 11개 광역지자체 중, 6개 지자체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조례를 만들었다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18년을 기준으로, 국내 주요 광역지자체의 외국인 창업지원 사업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을 중심으로 외국인 창업지원 사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서울은 글로벌 창업센터, 글로벌 센터 등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산도 서울만큼 활발하지는 않으나, 부산에 소재한 국립대학 내 외국인 창업지원 공간을 마련하고, 창업 마케팅 관련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다문화 가정에 초점을 맞춰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며, 대구의 경우 국내외 청년층을 중심으로 매년 대규모의 창업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중, 우리가 집중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곳은 서울과 대구이다. 외국인 창업지원사업이 타 광역지자체에 비해 다양하고 참신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만족도와 가시적인 성과 도출 수준도 낮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외국인 창업지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울 글로벌 창업센터의 경우 국내 거주하는 유망 외국인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 개소 이후 총 161팀의 외국인 창업기업을 지원했으며, 이 중 41개 팀은 최종적으로 창업에 성공하고 34억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외국인 주민지원을 위해 2008년 설립된 서울 글로벌 센터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창업 관련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 2회(5월, 11월)에 걸쳐 외국인 창업교육을 실시하는 <인큐베이션 오피스>을 실시하고 외국인 예비창업자 및 초기 창업자의 창업활동을 공간적, 교육적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창업대전을 실시해 외국인끼리 창업 아이템을 교환하고 국내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와 연계하는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각종 비즈니스 정보제공, 비즈니스 네트워킹 등 지원도 실시 중이다.

서울시의 외국인 창업지원은 안정성과 지속성이 높다. 서울 글로벌 창업센터, 서울 글로벌 센터와 전담기관에 의해 인력, 사업 프로그램,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외 거주 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창업 지원을 하고 있기는 하나, 국내 체류 외국인만을 위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체류 외국인에 의한 창업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그 이익이 지역으로 순환될 가능성이 비교적 크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이하 GIF)라는 대구만의 글로벌 창업대회를 2015년부터 추진해온 바 있다. GIF는 정보통신기술 아이디어 및 스타트업의 경연 축제로, 전 세계 청년 혁신가와 창업가들의 우수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발굴된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2019년 GIF의 경우 <혁신의 정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약 694명이 모여 국제창업 아이디어를 교류한 바 있다.

또한 시민의 국제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메이커 체험존을 운영하고, 4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혁신기업관에서는 대구 창업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회가 폐막되는 시점에서는 1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가 확정됐다. 대구의 경우 반드시 외국인의 창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나, 중국, 인도, 카자흐스탄에서 상당수의 청년들이 참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과 함께하는 창업이 중장기적으로 대구의 경제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민이 직접 느낄 수 있게, 시민이 행사 참여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합해볼 때 국내 광역지자체들이 모두 외국인 창업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아니나, 서울, 대구, 부산, 인천 등지에서 외국인의 창업활동 지원이 활발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서울과 대구에서 외국인 창업지원이 활발했으며 그 성과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두 곳에서는 다양하고 참신한 형태의 창업지원이 안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며, 시민과 기업들의 협력 수준도 높았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공고화의 기회

지금까지 국내 지자체의 외국인 창업 지원이 왜 필요한지, 중앙과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관련된 지원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성공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곳은 어디이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외국인 창업 지원을 함에 있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도출해볼 수 있다.

일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외국인 창업 지원이 일어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며, 관련해 상기 내용을 조례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외국인 창업지원에 대해 조례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산발적인 정책사업 위주로 외국인 창업 지원을 펼치고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체류 외국인 수가 적게는 10만 명, 많게는 70만 명에 이르는 광역지자체가 6곳에 이른다. 이들 체류 외국인의 창업활동과 국내 체류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조속히 요구된다.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는,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창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앞서 계속해 언급한 바와 같이, 지자체의 외국인 창업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이익의 지역 내 순환이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이 잘 달성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의 외국인 창업 지원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자체의 구성원으로서 경제적 측면에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창업 분야에 있어서도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광역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공고화의 기회로 외국인 창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 이 원고는 필자가 참여한 충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전략과제 ‘2020 충남형 일자리 연구(가칭)’ 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송영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조교수
송영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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