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커뮤니트 아트] ‘동네 산 클럽’의 구호는 “좋아하는 일로 그럭저럭 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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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커뮤니트 아트] ‘동네 산 클럽’의 구호는 “좋아하는 일로 그럭저럭 벌기”
  • 이섭 전시기획자
  • 승인 2020.11.1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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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을 가꾸는 것의 의미

우리나라는 산[山]이 많다. 산림녹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표적 나라 중 하나로도 평가를 받는다. 산은 숲이기도 하다. 울창한 숲은 누군가에 의해 지켜지고, 가꾸어져 오늘,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산-숲을 가꾸고 지키면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산을 가꾸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누군가 나 대신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정작 자기 자신의 관심으로 행동하지 못한다. 텃밭과 정원을 열심히 가꾸지만, 정작 산과 숲을 가꾸는 일은 남의 몫이라 여기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산과 숲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삶 안으로 들여다 놓아 보자. 삶에 산과 숲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줄까? 내가 사는 지근거리에 야산-숲을 내가 가꾼다면 어떤 변화가 산과 나 자신에게 생길까?

오사카부[大阪府] 남부에 위치한 카난쵸[河南町]의 동네 산을 무대로 삼림 작업을 제 일로 여기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들은 환경 교육에 산을 접목시켜 생각했고, 목질 바이오매스(재생 가능한 생물 유기성 자원)를 자체 공급할 수 있는 터전으로 바라보았다. 당연히 산은 이런 목적 때문에 관리할 대상이 된다. 관리는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다. 그래서 동네 산 보전 활동을 목청껏 외치고, 사람들을 모아 ‘NPO 법인 동네 산 클럽’(이하 ‘클럽’)을 설립하는 일을 단계적으로 실행했다.

설립 당초에 세워진 구호는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면서 그럭저럭 벌어 봅시다”라 정했다. 조금 허황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이 제안은 이제 클럽활동처럼 사람들이 즐겨 참여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3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산은 30연 동안 삶의 질을 높여주는 터전으로 가꿔졌고, 사람들에게 풍성한 환경의 특혜를 돌려주고 있다. 산을 관리하는 일은 여기서 결코 관련 공무원의 공무 영역이 아니다. 산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환경운동의 슬로건으로 현수막에 펼쳐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현재 잡목림이라 부르는 야산에서 채취한 간벌재를 다양하게 땔감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한다. 숯을 만들거나, 비료로 사용할 낙엽을 가져다 쓰라고도 한다. 산을 나름대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동네 야산들이 이런 간벌재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관심 밖으로 밀려나 손질되지 않아 방치된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사람들로 드나들 수 없는 빈-공간으로 남겨진다. 이렇게 비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쓸모를 도대체 파악할 수 없는, 숲의 모양을 하고 있어도 숲의 효용성이 없는 산으로 버려지듯 남겨진 상태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자연은 주어진 상태 그대로 두거나, 자연의 원리에 맞추어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해 일-노동을 통해 자연답게 단련시켜 놓은 방법으로 자연의 자연다움을 지킬 때 자연-환경으로 몫을 다한다. 그래서 산림녹화라는 행정결과는 이런 방식이 가져다준 놀라움을 우리에게 현재 전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손질되지 못하고 어두워져 가는 숲에는 더 이상 예전처럼 생물들이 살기 힘들어져 가며 생태계가 무너진다. 따라서 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동네 산은 가장 강력한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동네 야산을 어떻게 여기고 다루고 있는가? 그저 산책로와 샘터를 이용할 뿐 산-숲은 내가 지키고 가꾸지 않아도 늘 그렇고 저런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20년을 넘게 이어온 동네 산 클럽

카난쵸 ‘동네 산 클럽’ 활동을 참고해보자. 2002년 설립된 이 클럽을 제안한 사람은 농업대학교에 재입학해 산-환경문제를 공부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이 클럽이 한 최초의 일은 산-환경과 생활의 친밀성을 알리는 강좌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주변에 이미 활동하고 있던 ‘공익재단 야생 조류 모임’과 협업을 제시해 산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인적 관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산을 깎아 리조트를 개발하거나 골프장으로 바뀌는 현실과 산업 폐기물을 묻어버리는 장소로만 사용되는 야산의 황폐화 과정을 시민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교육의 목표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현수막에 자신들의 의지를 밝히는 행동으로 다른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처럼 행동했다. 그러다가 산-보존이라는 능동적 행동에 대해 공감하면서 활동 방식을 전환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산을 살리고 지키는 첫 방법으로 자연 생태계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순환 입체 농법’의 효율적 활용에 착안해 산에서 나오는 잡목으로 지역의 특화된 숯을 구워 판매도 하고, 산을 채소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농법도 적용해 보는 실험했다. 이를 통해 어떤 문제가 이런 활용 방안에서 나타나는지 체험할 수 있었다. 삼림 보전 노하우가 일방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점을 회원들이 공유할 수 있을 때, 과감하게 산을 재생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클럽 회원들은 의견을 모아 리사이클링과 리모델링의 아이디어를 산-숲을 지키고 가꾸는 방식에 접목하기로 한다.

이 클럽 활동은 8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하고 결정하면서 최종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분야 간 교류와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 활동 내용은 삼림 보전과 환경 교육 그리고 재생 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 갈래로 나누었다.

2019년 8월 시점에서 활동의 예시를 살펴보자. ‘동네 산 클럽’에서는 수익사업으로 삼림의 벌채와 벌초 등 지역 지자체에서 들어오는 의뢰를 받아 대행사업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지역 사찰의 뒷마당 손질 등의 일도 하청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일본적인 자연관’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어린이들의 환경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에게 이런 주제를 접목시킬 경우 한국의 고유한 자연이해 방식, 자연에 대한 세계관 교육이 사전에 회원들 간 공부 모임에서 있어야 할 것이다. 관련 전문가와 학자들을 이런 프로그램에 결합시킬 수 있다면, 교육프로그램은 기존 교육체계에서 이룰 수 없는 놀라운 성과와 높은 질적 수준을 가진 독립적 교육 내용을 담보하게 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에서는 공원 내의 간벌목을 사용해서 장작을 만들어, 그 장작을 태워서 따뜻한 목욕물이나 전기를 만드는 ‘목질 바이오매스 에너지 사업부’에 집중해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획방식에는 톱-다운 체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사전 토론회-집담회 운영방식을 적용한다. 조직의 수평관계를 통해 이 클럽이 사업에 책임을 가지고 30년 이상이나 현재진행형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회원들은 자평하고 있다.

산처럼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 만들어야

회원들은 각자가 참여하는 사업 예산에 맞춰 ‘올해는 어떤 사업에 힘 쏟을 것인가’ 하고 프로젝트 집중화 작업을 한다. 이런 프로젝트 집중화는 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조직의 결속력 또한 성과에 대한 공유를 통해 돈독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를 갖게 한다. 그러면서도 세부 프로젝트별 예산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회원들이 선택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 조직적 결속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는 사실을 시간에 의한 경험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고 싶은 분야가 자연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만 동일할 뿐이지 하고 싶은 일 자체는 따로따로인 회원들 수입은 그래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각자 활동의 수입을 사업마다 관리하며 활동 후에는 사무국이 ‘공동 운영비’로써 수입의 5퍼센트를 받는 것이 기본적인 조건이다. 남은 돈은 각자의 사업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인건비에 사용해도 좋고, 비품을 사도 좋고, 다음 활동을 위해서 저축해도 좋다. 그 대신 적자가 나도 각 사업의 수입을 합쳐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모두 필사적으로 운영을 한다.

이런 조직의 수평적 관계와 독립채산제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모두가 정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런 룰이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원래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업을 운영한다고 하는 의식이 희박했는데, 지속적인 활동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일반적인 기업활동처럼 수익 창출에 눈을 뜨게 됐고, 클럽 성격에 맞는 활동과 채산 방식을 고민해 이런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이 수익성을 제고하지 않은 봉사활동 차원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이 클럽의 독립채산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즐겁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다, 지속 가능이 불가능하다’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면서, 동시에 ‘조직도 동네 산의 손질을 하는 것처럼, 순환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게끔 하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회원들은 생각했다.

클럽 회원들은 이제 다음 세대에게 계승하는 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재 50대 멤버가 중심이 돼 비교적 젊은 멤버가 많은 단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들도 곧 고령화 문제로 인해 클럽 운영에 직접적 한계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30년 동안 쌓여온 성과를 어떻게 계승해나갈 것인가?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미나미 카와치[南河内]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사람들과도 느슨하게나마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동네 산 민박이나 카페, 미취학 아동을 위한 야외 교육 등의 활동을 하는 3, 40대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정기적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려고도 노력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유사한 활동가들과 지역을 넘나드는 협업을 준비하고 부분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결국 동네 야산은 그 지역의 동네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만큼 확실하게 공유하고 공감하기에 ‘누군가에 의해’ 계획될 가능성에 대해 낙관할 수 있다.

다만 관건은 ‘경험이 풍부한 쪽에서 먼저 접근하지 않으면 반드시 단절이 일어난다. 과도한 부담과 기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기본입장을 회원들이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후계자가 부족한 자연환경계 단체의 고민은 동네 산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젊은 멤버가 오지 않는다’거나 ‘정착하지 못한다’고 걱정하는 이유에는 젊은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젝트 진행의 분위기가 사실 더 중요하다. 산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섭 전시기획자
이섭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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