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커뮤니트 아트] 빈 땅을 호기심으로 연결하는 커뮤니티 농원-살고 싶은 거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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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커뮤니트 아트] 빈 땅을 호기심으로 연결하는 커뮤니티 농원-살고 싶은 거리 만들기
  • 이섭 전시기획자
  • 승인 2020.1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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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하는 커뮤니티 농원

커뮤니티 농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공동 농원, 이른바 시민 농원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번에 소개할 ‘모두의 농원’은 “커뮤니티 농원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혁신적인 사례이다.

오사카시[大阪市] 남서부에 위치하는 스미노에구[住之江区]의 키타카가야[北加賀屋]에 사단법인 <굿럭>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시민농원을 보자. 도시 속 주택가에서 무농약 재배를 기본으로, 농지 대여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 공동 농원이다. 먹는 것[食]과 스스로 가꾸는 일[農]이 함께하는 사회의 과제를 공동의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시민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본의 사례이기에 주체가 사단법인 형태를 띤 시민단체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더 어울릴 것이다.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지역 사람들이 오가고 싶어지는 커뮤니티 만들기를 지향하는 일은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따라서 이를 실행하는 다양한 방법론은 예술적 사고, 즉 상상력에 기반하는 실천력을 포함하면서 전통적인 예술을 개념적으로 확장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일반사단법인 굿럭>을 제안한 기획자는 1986년 고베시에서 태어나 고베예술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2010년에 NPO법인 Co.to.hana를 공동 설립하고 사회 과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특히, 지역의 문제를 예술적 행동의 과제로 이해한 소위 공공예술 차원의 “일(project)”을 뿌리내리고 있다. 이 단체는 기획과 운영, 워크숍의 퍼실리테이터(진행 촉진자) 등을 담당하면서 일반 시민을 구성원으로, 때로는 시민-예술가로 변모시킨다.

오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그들의 프로젝트(일)는 ‘모두의 농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 농원이다. 물론 이런 개념은 앞서 존재하지 않았기에, 실로 예술가적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이 단체가 ‘모두의 농원’을 설립한 이후로 운영까지 담당하면서 2018년에 ‘모두의 농원’을 전담하는 ‘사단법인 굿럭(이하 ‘굿럭’으로 표기함)’을 독립적으로 설립했다. 이제 ‘굿럭’은 오사카시의 농업 계발 사업과 예술 이벤트 기획 및 운영 등에도 관여하고 있다.

‘굿럭’의 프로젝트들은 환경문제와 밀접한 사회적 문제를 다뤘기에, 그들에게는 수상 이력 전부가 환경과 관련된 공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지역사회에서 환경의 문제를 시민단체의 힘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가는가를 보여준 프로젝트의 사례와 이에 따른 사회적 평가를 살펴볼 수 있다.

‘놀리고 있어 쉬고 있는’ 공간의 활용

우리가 사는 현대적 생활공간에는 그 형태가 도시든 농촌이든 빈집, 비어 있는 공간이 방치돼 있다. 대개의 경우 정책입안자와 자본가들에 의해 이 공간은 유휴공간으로 분류되면서 재개발 대상이 된다.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그럴듯한 개발방침으로 또 다른 집을 지어 분양하는 개발방식을 도입하거나, 랜드마크를 지어 제한된 “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낯설지 않은 개발정책의 기본 청사진으로, 우리는 받아들인다.

하지만 유휴공간의 핵심적 의미는 바로 “유휴遊休(놀리고 있어 쉬고 있는)”의 가능성을 시민에게 어떻게 돌려주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로부터 만들어진다. ‘모두의 농원’은 바로 ‘놀리고 있어 쉬고 있는’ 빈집을 어떻게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한가 하는 의구심으로부터 출발한 색다른 실험이다.

‘모두의 농원’이 있는 키타카가야[北加賀屋]는 크리에이티브한 예술의 거리로도 이제 유명해졌다. 원래 이 지역은 근대화의 유산인 옛 조선소 부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때 산업이 활황을 누릴 때, 어느 누구도 이 공간이 유휴의 공간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이란 성망盛望의 곡선운동에 따라 그 높은 밀도로 인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반대로 유휴의 과정을 통해 버려지기도 한다. 산업을 끌어안는 “땅”은 농부의 “그 땅”과 달리, 이 곡선운동으로부터 언제나 삶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낼 뿐이다.

이를 단순히 예술가들이 차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묘한 정책을 만들어 접목한다고 삶의 문제와 땅의 관계가 일신一新되지 않는다. 문제의 시작에 바로 “땅”이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사람들의 의식문제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지혜란 공동체 안에서 드러나는 것이기에 당연히 “우리”가 함께 그 문제를 의식하고 받아들이고, 해결하고자 노력해야만 공간으로 땅이 실질적인 유(遊-즐겁게 지내며)하는 휴(烋-행복해지는)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예술에서 다루고자 하는 유휴공간의 활성화라는 지향성이 바로 땅에 개입하는 공동체적 노력과 이를 통한 지혜로운 사용에 바탕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가와 지역 주민의 결합

키타카가야를 예술과 문화의 발신지로써 활용하고자 2004년에 시동한 예술 프로젝트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출발했다. 이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지역 기업인 치도리 토지 주식회사가 주체가 된 마을 만들기 ‘키타카가야 크리에이티브 빌리지 구상(KCV구상)’이 시작됐다. 현재는 아틀리에와 갤러리 등의 창조 활동 공간과 예술작품이 다수 존재해 작가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활동무대가 돼 있다.

‘모두의 농원’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1년 9월이다. 그 배경엔 KCV구상이 중심이 돼 예술가의 거리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던 와중에 일어난 문제 하나가 놓여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거리”인가? 거리[街路]는 땅의 사용 방식 중 공동체보다 사회적 효율성에 우선한 서구 근대적 합리성에 근거한 사고 결과이다. 그것이 전적으로 잘못된 결과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거리의 주인, 즉 거리와 삶의 관계가 얼마나 그 지역 주민에게 적절한 것인가 질문이 남겨지고 이해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 이 생략된 과정의 흠-오류는 질적으로 삶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따라서 예술가들이 모여들면 당연히 죽은 듯한 거리 표정이 잠깐일지라도 활기를 얻고, 이를 통해 땅값이 오르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악순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현실의 문제이다.

예술가들과 문화환경을 기획하는 전문가들의 오래된 실수로부터 사회문제를 바로 보는 관점이 정리돼 제시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삶의 자리-공간의 유휴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일이 됐다. ‘굿럭’의 모태가 됐던 NPO Co.to.hana가 디자인한 사회문제 해결 방식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지역사회에 안겨줬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부터 살고 있는 지역 사람들 입장에선 ‘어디서 왔는지 모를 젊은이들’이라는 인상이 이 예술가의 거리를 대표하게 만들었다는, 뜻하지 않은 선한 오류였던 것이다.

작가들과 지역 사람들 간에 어느 정도 의식과 감정의 깊은 골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예술이라는 낯선 방식의 행위들과 지역사회의 전통적 삶의 방식은 상관관계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주제,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놓고 예술가와 지역 주민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골몰해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studio-L’로부터 ‘예술과 농업을 테마로 한 농원을 만들지 않겠는가’라고 제안이 도출됐다. 시작은 전문가의 지식으로부터 얻어진 예술적 사고의 결과였다. 공공예술에서 예술가가 필요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농원”이 준비될 수 있는 출발점에 지역에 흘러들어 온 예술가들이 서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감대를 형성한 다양한 프로그램

왜 농원이지? 이 단순한 질문에 자문자답해야 할 예술가들은 명쾌한 즉답을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먹는 것[食]이 가꿔지고 만들어진다는[農] 의미 연쇄로부터 발상하고 행동하게 하는 근거가 돼 주었다. 이런 사태를 두고 공공예술의 예술적 상상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제 이들 앞에 남겨진 과제는 ‘식食+농農’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게 할 유휴공간을 찾는 “일”이다. 예술가의 거리로 조성 중인 ‘그곳’ 안에 있는 빈집 터를 밭으로 바꿔 인접해 있는 빈집을 부엌이 딸린 살롱 공간으로 개조하는 연쇄 방식의 일거리를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유휴공간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드러낼 이유가 있었기에 조금은 복잡한 공공참여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끼워 넣었다. 연잎을 이용한 낫토 만들기 워크숍이나 무농약 쌀을 이용한 떡 만들기 모임 등 농원 이용자는 물론 지역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살아남은 프로그램은 주민의 관심과 요구에 맞아떨어진 경우이기에, 이를 정기적으로 반복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간혹 지역의 공통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이벤트로 전환하기도 했다. 여기에 작가의 전문 분야를 과제로 오리지널 농기구를 만드는 워크숍과 토양의 미생물에 대해 보다 깊이 배울 수 있는 공부 모임도 곁들였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함께 다음 단계를 기획해 서로의 관계를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게 했다. 이제 작가와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성은 인간관계로 전환돼 끈끈하다.

‘모두의 농원’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인구 감소로 인해 늘어만 가는 빈터 문제와 커뮤니티 왜소화라 하는 지역 과제까지 해결하고 있다. 수년간 ‘모두의 농원’ 이용자는 눈 깜짝할 새에 늘어나 점차 디자인을 한 축으로 해 수많은 사회 과제에 뛰어드는 Co.to.hana의 사업이라는 틀만으로는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래서 보다 특화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2018년 12월에 독립 법인을 만들게 된 것이다.

현재 월평균 약 100명이 ‘모두의 농원’에 이용자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는 키타카가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연령은 30대에서 50대까지가 가장 많고, 여성이 7~8할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밭을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에서 끝나지 않고 주체성 있는 커뮤니티 만들기로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공통점은 단순하다. ‘무농약으로 채소를 키우고 싶다’는 것에서 출발해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함께 도전할 수 있는 마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와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모이는 공간은 이제 공유된 유휴공간이라 말하게 됐다.

이섭 전시기획자
이섭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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