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요약

행정계층과 자치계층의 상충 해소

읍면동 계층 민주화의 첫 출발점은 읍면동 행정관료 조직의 폐지이다. 1998년 IMF시절에 시도하였던 행정개혁을 완성하는 것이다. 읍면동 계층에 행정계층을 폐지하고, 자치계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개혁이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3500여개의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고 그 곳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 5만5천여명을 시군구 공무원으로 배치전환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치계층으로서 읍면동에 주민총회 혹은 선거를 통하여 읍면동의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민자치회가 대표성을 가지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치의 정통성을 가질 수 있는 법제도적 요건을 구비하게 해주는 방법이다. 근린지방정부로서 주민생활 관련 행정문제와 정책문제를 해결하는 위상과 역량을 가지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근린지방정부로서의 위상을 구비한다는 것은 자치입법권을 비롯하여 자치조직권과 자치인사권, 자치재정권, 자치공간계획권 등 읍면동 계층 구역에 대한 전권한성을 가지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근린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주민들에게 자치권을 부여하여 근린지방정부에 대한 주권자로서 자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률적 권리와 비지배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또 근린지방정부로서의 역량이라 함은 근린지방공공재 혹은 근린지방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관리역량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세원으로서의 재정역량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관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린지방정부의 자치사무를 계획하고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자치인재공무원을 채용하여야 할 것이다. 재정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린지방정부의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공유서비스 혹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가로서 주민으로부터의 ‘자치관리세’를 징수할 수 있어야 하고, 부족한 재원은 상위정부로부터 혹은 자치정부연합체 조정교부금으로 채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하나의 계층에 행정관리조직과 자치관리조직이 동시에 존재하여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읍면동 계층에서 행정통제조직이 폐지되어야 자치관리조직이 자치다운 자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행정(public administration)과 자치(selfgovernment)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행정은 관리의 전문성을 가지고 자격제시스템에 의하여 채용되는 관료제조직이다. 정치를 집행하는 역할로서 행정의 개념을 이해하게 될 때, 정치는 민주적정당성을 가지고 있기에 정치에서 결정한 것을 행정은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 기대된다. 여기서 행정이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관리와 집행을 할 것인가라는 난제에 부딪히게 된다.

즉 정치의 결정은 다수당과 소수당이 합의하여 국회의 의사결정인 법률로서 결정되는 것이고, 행정은 이러한 법률을 정당에 치우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의 요체이다. 그런데, 법률 자체가 특정 정당에 치우친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이것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은 특정 정당에 치우친 것이 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정치와 행정의 관계(politics-administration relation)에 대한 것이라고 하면, 행정과 자치(self-government)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자치는 하나의 정부(government)이다. 정부는 정치와 행정으로 구성된다. 자치정부이므로 자치정치와 자치행정으로 구성된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치 속에는 이미 행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에 행정과 자치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표현보다는 국가행정과 자치행정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 혹은 국가행정과 자치정치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본고의 논의와 관련하여 정리하면, 자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가 혹은 중앙정부의 행정은 읍면동 계층에서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가의 행정계층은 중앙정부-광역지방자치단체(광역시도)-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하부행정기관(읍면동)의 4계층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하부행정기관에 해당하는 행정계층을 폐지하고, 자치계층을 새롭게 재설계해 주어야 행정계층과 자치계층의 상충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자치계층에 자치정부가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읍면동 계층의 민주화는 시작된다.

분권논의 패러다임과 초점 전환: 근린계층분권으로

읍면동 계층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읍면동 계층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는 정도의 기존 패러다임인 단체자치적 사고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즉 행정의 민주화만으로는 읍면동 계층의 민주화는 어렵고, 정치의 민주화가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의 민주화는 결국 자치권을 가진 자치계층으로의 패러다임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읍면동 계층에 대한 자치계층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주민자치회의 도입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서도 그 한계가 드러난 것처럼 현재의 법률체계에서는 협력형의 주민자치모형밖에 적용할 수 없다는 법제처와 행정안전부의 검토의견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따라서 읍면동 계층에 대한 자치계층으로의 전환은 헌법개정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헌법개정안을 통하여 자치분권국가선언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그 위상과 역할을 전환하고, 풀뿌리민주주의의 경험과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서 읍면동 계층 혹은 통리계층(아파트단지 포함)에 마을공화국의 조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권논의에서도 기존의 단체자치에 입각한 제도 속에서 중앙정부의 행정사무를 이양하는 식의 양방식으로서는 광역시도나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사무가 이전되는 것에 불과하여 하향적 이양방식이란 궤도를 벗어날 수가 없다.

또 이러한 이양방식은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량만 늘어나는 것이고, 인력이나 재정이 추가로 증원되거나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지방자치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방식의 분권논의가 창의적 돌파로서 시도되어져야 한다. 그것은 가장 기초적이고 풀뿌리에 해당하는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자치권을 부여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연방주의 조직원리에 의하여 읍면동계층에 대한 상향적 이양방식으로 읍면동 근린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제도설계방식의 대전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선점하고 있는 입법권과 재정권을 근린계층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이러한 분권의 결과로서 주민총회형 마을정부(town government) 제도 혹은 대표제 주민총회형 타운정부제도의 제도재설계가 요구된다.

요컨대 분권개혁의 논의를 현재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사무 이양이나 단체자치 패러다임 하의기능이양 방식이 아니라 근린계층에 대한 전권한성을 가진 자치권을 이양하고, 행정통제장치로 설치되어 있는 읍면동 행정계층의 조직을 폐지하거나 상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권논의에 대한 패러다임과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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