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 한국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조경숙 한국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주민자치 실질화,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꼭 이뤄야 하는 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 지치지 않는 열정을 필요로 한다. 전국 곳곳,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人터뷰’에서는 각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일구는 리더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어머니 리더십. 여성들의 역할과 리더십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의미와 역할에 있어서 어렵고 중요한 두 단어가 만났으니 그만큼 발현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숙 한국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을 보면 이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어떤 고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 속에 유연하지만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연히 발 디딘 주민자치...온 힘 다하다보니 영역·역할 커져

“15,6년 전쯤인가.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시간 여유가 생겨 체력 단련을 위해 운동을 해볼까 싶었는데 아파트 게시판에 주민센터 강좌 안내가 있어서 처음 접하게 됐어요. 이게 주민자치 프로그램이었던 거죠. 그렇게 주민센터를 다니다가 동장님 권유로 주민자치위원을 하게 됐고요. 그게 주민자치와의 첫 인연인 셈이죠.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하루 지나다보니 어느새 중심에 와 있더라고요. 하하.”
시작은 우연에 가까웠고 말은 이렇게 가볍게 했지만 그 과정은 열정과 땀으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원주시 단구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와 부위원장으로 몇 년 간에 걸쳐 차근차근 현장에서 배우고 체험한 후 2016년이 되어서야 위원장을 맡았다. 2017년엔 원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에 오르고 지난해엔 첫 출범한 한국주민자치여성회의 초대 상임회장에 선임됐다.
“처음 주민자치위원장이 됐을 때 여성 위원장으로서 임기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방향 설정이 어려웠어요. 여성 위원장이 거의 없었고 여성 위원들도 많지 않았죠. 과연 잘 해낼까 하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정말 온 힘을 다해서 했어요. 마치 직장인처럼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죠.”

주민자치로 ‘제2의 인생’ 열어...프로그램 개발 위해 뒤늦게 교육학 전공도

조경숙 상임회장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주민자치와 만났다. 그는 “오랫동안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했기에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생각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사업도 접고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시점에 주민자치가 찾아왔다”고 표현했다.

“주민자치위원을 시작으로 그 전에는 전혀 몰랐던 지역단체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갔고 부녀회, 생활체육회, 각종 단체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크게 보면 다 주민자치를 위한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주민자치위원장을 하면서는 주민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선호할까, 무슨 사업을 해야 공감을 얻을까 늘 생각했어요.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뒤늦게 방송통신대 교육학과에 들어가 평생교육 등 이론적 내용도 습득했죠. 실무와 합쳐져 시너지효과가 컸던 것 같습니다.”

단구동 주민자치위원장 시절, 주민자치대상 등 한 해도 빠짐없이 수상을 할 만큼 다양한 사업과 행사, 축제도 많이 했고 그 만큼 여러 가지 기억들이 교차한다.

“‘원주에서 만큼은 단구동이 최고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고 기뻤던 순간, 힘들었던 과정, 마음고생 했던 것들….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근데 지나고 보니 참 괜찮은 일을 했다, 가정과 사회, 저 자신에게도 부끄럼 없이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활동을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됐고 삶의 공부가 많이 됐어요. 그런 가운데 ‘나는 살아있다’는 성취감도 들었고요.”

정종임 강원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이사(왼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조경숙 상임회장.
정종임 강원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이사(왼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조경숙 상임회장.

현시점 주민자치,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역할 중요

현재 조경숙 회장은 지난해 4월 출범한 한국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강원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현 시점 주민자치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대규모로 크게 한꺼번에 모여 군중을 동원해 하는 행사들이 많았지만, 오늘날 특히 지금 시점에는 작은 단위에서 아기자기하게 엮어가는, 이웃 속에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여성들이 더 섬세하고 꼼꼼하게 일을 잘 하죠. 여성 특유의 수다랄까(웃음) 그런 방식을 통해 정보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주민자치로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사업의 영역과 범위도 넓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광역시도에서 속속 주민자치여성회의가 출범하고 있는 흐름에 대해서는 각별한 반가움을 표했다. 조경숙 회장은 창립식에 직접 참석을 못할 땐 동영상으로라도 꼭 축사를 전한다. 중앙 및 강원도 주민자치여성회의를 이끄는 입장에서 느끼는 책임감도 크다.

“타 시도도 마찬가지겠지만 강원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역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올해는 단체 구성 시기로 잡고 정관 등 제도적인 부분을 수정하고 있어요. 강원도 주민자치회 등과 큰 흐름, 궤를 같이 하는 어젠다를 정해 이에 맞춰 사업을 모색하고, 워크숍, 행사를 통해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강원도가 특히 지역은 넓고 인구는 적어서 사업을 해나가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할 수 있는 주민자치 고민

코로나 시대의 시름과 고민은 조경숙 회장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대면’이 중요한 주민자치에 있어서 이 상황은 특히 힘들지만 꼭 극복해야 할 과제, 넘어야 할 산이다.

“올해 보조금 사업의 경우, 연초에 시작은 했지만 중간에 행사를 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고 보조금을 반납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순 없고 무언가를 모색해야 하는데요. 화상회의를 통한다거나 거리두기를 해서 주민과 만나 행사를 치른다거나 해야할 사업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서 회원, 주민들에게 전달한다거나…. 면대 면이 힘든 상황이니까 거기에 맞는 다른 사례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살펴보고 사업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도 계속 고민 중이고 주민자치여성회의 사업도 그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나가면 좋은 방법과 내용이 나올 것이고 힘들지만 이를 통해 주민자치 실질화라는 목표에도 한발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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