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와 팝을 막론하고 ‘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삶의 터전인 지역, 도시, 마을, 동네, 고향 등은 우리네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동네노래 한바퀴’는 각 지역의 정서를 담은 노래와 출신 가수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호에서는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의 풍경을 다채롭게 담은 노래들을 살펴본다.

서울.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글로벌 메트로폴리스. 대한민국 인구의 1/5이 거주하는 1000만 도시, 그 만큼 대중가요 가사(제목)에서의 지분도 압도적이다. 올봄 열린 청계천문화관 ‘서울 대중가요 100년 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주제(소재)로 한 곡이 1141곡, 이를 부른 가수는 710명에 달했다. 이 중 제목에 ‘서울’이 들어있는 곡은 544곡, 명동 85곡, 한강 70곡, 서울역 55곡, 남산 40곡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도 조사기간을 최근 20년으로 한정한다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노래는 다분히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그때그때 ‘뜨는’ 지역들이 가사에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전까지 주로 다뤄지던 명동이나 종로, 광화문에 이어 강남의 지분이 더 늘어나거나 신촌, 홍대앞, 이태원, 삼청동 등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소재가 확장되는 것이다.

500여곡 제목에 ‘서울’이...희망·욕망·고독 혼재 서울찬가 혹은 엘레지
서울을 제목에 담고 있는 대표적인 곡들을 떠올리면 ‘비가’ 보다는 ‘찬가’가 더 먼저 연상된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라는 첫 소절로 유명한 이용의 서울(1982)과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1988)은 분위기는 달라도 모두 ‘아름다운 서울’을 노래한다. 현인의 ‘럭키 서울’,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는 제목에서부터 희망찬 분위기가 샘솟는다.
바삐 움직이는 수많은 인파, 화려한 네온사인 속 고독과 비애를 그린 곡들도 상당히 많다. ‘럭키 서울’의 뒷면 같은 현인의 ‘서울야곡’, 이미자의 ‘서울이여 안녕’, 김건모의 ‘서울의 달’, 장철웅의 ‘서울 이곳은’ 등은 모두 대도시 속 쓸쓸함과 외로움을 그리고 있다.

강남역 사거리의 모습. 사진=서울시
강남역 사거리의 모습. 사진=서울시

마포종점·삼각지·장충단공원·미아리고개 지나 광화문·이태원·압구정·강남까지
서울이 워낙 ‘도심’이 여러 곳인 대도시이다 보니 구석구석 각 지역과 동네를 담은 곡들이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대표곡으로 손꼽힌 ‘전통 4대장’이라고 할 만한 곡들이 ‘마포종점’(은방울자매), ‘단장의 미아리고개’(이해연),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과 ‘돌아가는 삼각지’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겐 제목조차 낯설 수 있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서울 지명곡들이다.

시대를 훌쩍 거슬러 올라오다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가히 ‘강남 공화국’이라 할 만큼 ‘강남’이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중심 혹은 그 이상의 ‘딴 세상’처럼 여기지는 분위기 속에서 가장 위력적인 서울 노래는 바로 이곡, ‘강남’을 세계에 알린 싸이의 ‘강남스타일’일 것이다. 어느새 나온 지 8년이나 됐지만, ‘전통 4대장’과의 괴리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멀기만 하다.

물론 ‘마포종점’과 ‘강남스타일’ 사이 그리고 그 이후에도 숱하게 많은 서울 노래들이 존재한다. 이문세의 명곡 ‘광화문 연가’와 규현의 ‘광화문에서’,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오월의 ‘종로에서’, 마로니에의 ‘동숭로에서’, 명혜원의 ‘청량리블루스’,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가’…. 쓰고 보니 모두 강북의 중심가, 4대문에서 멀지 않은 동네들이다.

광화문광장과 그 주변의 모습. 사진=서울시
광화문광장과 그 주변의 모습. 사진=서울시

시대별 ‘뜨는 동네’의 등장도 흥미롭다. 노래 속 ‘강남시대’는 이미 1980년대 ‘비내리는 영동교’(주현미)나 ‘사랑의 거리’(문희옥)를 시작으로 브라운아이즈 ‘비오는 압구정’(2002)이나 처진달팽이 ‘압구정 날라리’(2014)를 거쳐 싸이 ‘강남스타일’로 만개했다. 윤건의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2003), 2011년에 발표된 십센치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와 UV의 ‘이태원 프리덤’ 등은 ‘핫플레이스’ 홍대앞과 이태원을 그려 주목 받았다.

소격동 아현동 삼청동 명륜동 이화동 ‘그 시절 낭만과 감성’
서울 지명노래를 살펴보다 보면 ‘OO동’, 동 이름만으로 된 제목들이 유독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서태지의 ‘소격동’(2014)을 꼽을 수 있다. 아이유 버전이 선공개돼 크게 화제가 됐던 이 곡은 서태지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추억을 그렸다. 이듬해 나온 스윗소로우의 ‘아현동’에도 학창시절 정겹던 동네의 낭만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런가하면 루시드폴의 ‘삼청동’(2007), 재주소년의 ‘명륜동’(2003), 에피톤프로젝트의 ‘이화동’(2010)은 헤어진 연인과의 아련한 추억을 담담하면서도 애틋하게 표현한다.
곡을 만든 이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한 이 곡들은 모두 강북의 오래된 동네를 제목으로 한다. 개발의 손길이 채 닿지 않은 좁은 골목과 노포, 토박이 이웃 등 음악에 영감을 주는 낭만적 감성이 아직 이 지역에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추측해본다.

서울 가로지르는 한강다리만 28개...관련 히트곡 눈길
세계 대도시엔 강이 흐르는 경우가 많고 서울에도 보기만 해도 막힌 속이 확 뚫리는 거대한 한강이 있다. 그리고 이 한강에는 서울에만 28개의 크고 작은 다리가 있다. 3개의 철교(한강·잠실·당산)와 광진교·잠수교를 빼면 모두 ‘대교’가 붙는 큰 규모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가사의 소재로 일반적이거나 흔한 것은 아니지만 ‘한강다리’를 다룬 곡들은 한 곡 한 곡의 임팩트가 남다르다. 우선 혜은이의 1979년 히트곡 ‘제3한강교’가 있다. 하루 교통량이 가장 많다는 한남대교가 바로 제3한강교다. 그렇다면 제1, 제2한강교는? 용산과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 다음 문장에 등장할 ‘양화대교’가 각각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가사에 ‘영동’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대표격인 노래가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1985)로 역시 한강다리를 소재로 한 히트곡이다. 영화주제가로 인기를 끈 박영민의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도 같은 해에 나와 특히 젊은 층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 ‘한강다리’를 제목으로 한 히트곡은 한참을 거슬러 2014년에 등장한다. 자전적 가사로 유명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아마 MZ세대들에겐 ‘한강다리’ 노래의 상징과도 같은 곡일 것이다.

※ ‘동네노래 한바퀴’는 이번 호를 끝으로 1절을 마칩니다. 향후 더욱 알찬 기획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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