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행정의 의미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32년 만에 전부개정안으로 제출된 지방자치법이 통과됐다. 새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자치입법권 강화 등이 미진했다는 점 등 아쉬운 경우도 많았으나, 점진적으로 발전해 간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 운영 가능성이 많이 내포된 새 법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는 바도 크다.

오늘 우리의 주제인 ‘광역행정’과 관련해서 눈여겨볼 수 있는 주제들이 새 법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조합과 함께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새로운 장으로 명시해 그 활성화를 촉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새 「지방자치법」 제202조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의의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즉,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1년 후부터 효력이 발생할 것이지만,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도 ‘광역행정’과 관련된 경우는 조합제도 이외에도 법 제10조 사무배분과 관련해서 ‘시·도사무’의 경우, “행정처리 결과가 2개 이상의 시·군 및 자치구에 미치는 광역적 사무”라고 한 경우이다. 이와 함께 우리 법에서 ‘광역’이 함께 붙어 있는 단어들은 ‘광역시’ 그리고 대도시권 광역교통(광역교통법) 등 많지는 않다. 이때의 ‘광역행정’의 의미는 2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 관할범위를 넘어서는 주로 시·도사무 수준에서 공동으로 수행하는 사무수행체제를 언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제시한 ‘광역행정’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되새겨 본다면, “지방자치단체 관할 행정구역 범위를 넘어서 발생되는 특정한 행정수요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무처리 영향권 내에 있는 인접 또는 둘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사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행정수행 체제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행정안전부 광역행정 업무편람, 2014:4). 이 의미를 더 확장시킨다면,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의 공통사무 수행체제뿐만 아니라, 시·군·자치구 간, 시·도 간, 기초와 광역 지방자치단체 간,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다양한 상호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 간 협력 수행체제라고 그 의미를 넓게 인식할 수 있다.

광역행정은 다양한 정부 간 협력체제를 지향
현행 지방자치법(제147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상호 협력원칙과 그에 맞는 협력행정 수행체제들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조합, (광역행정 / 기초행정) 행정협의회, 사무위탁, 협력사업 등이며, 실무적으로는 공동연구용역, 박람회 개최, 산업단지 조성, 기업투자 설명회, 지역축제 개최 등이 있다(표1 참조).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협의회-협의체가 있고, 대통령과 시도지사 및 주요 지방선출직 대표협의회와의 부정기적 회의도 포함된다.

광역행정과 특별지방자치단체의 구분
광역행정과 관련된 협력방식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비롯되는 몇 가지 오해를 제거하기 위해서 좀 더 정확한 개념을 살펴보자. 먼저, 지방자치단체조합과 특별지방자치단체의 구별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조합은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공법인체이기 때문에 주민대표에 의한 합법성이 결여돼 있다. 일본이나 다른 주요 선진국들의 지방자치단체조합은 ‘지방의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한 공법인체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새 지방자치법에서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정부로부터 교부금 및 정식 직원임용 등 또 다른 형태의 지방자치단체 유형과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또 다른 오해가 있다.

두 번째의 경우인데, 미국의 특별구(Special District), 학교구(School district) 등 특별목적 지방정부(Special purpose government)들은 선출직 의원과 주민대표성에 기초한 폭넓은 합법성을 가진 일종의 지방자치단체조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및 미국, 다른 유럽 선진국들에서 말하는 ‘지방자치정부’(Local self-government)와 같은 수준의 지방정부 공법인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뉴욕주 헌법, 캘리포니아주 헌법 등에서 명확하게 city, county, town, township, village 등을 지방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목적 지방정부들에 대해서는 그 다양한 유형들을 주정부의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럽의 주요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도 지방정부의 유형(종류)을 반드시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commune(communi), department(province), region(autonomous community) 등이 지방정부로 국가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미국 주정부 헌법에서도 이와 같이 지방정부를 명시함으로써 ‘특별목적 지방정부’와는 구별하고 있다. 미국의 특별목적 지방정부의 다양한 유형들은 바로 대도시교통, 지역발전, 에너지공급, 문화활동 등 광역행정사무의 범위와 유형들이 그만큼 현실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불문헌법 국가인 영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우리나라 헌법에서만 지방정부 종류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오해가 있다. 우리나라의 ‘특별지방자치단체’에 관한 용어이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헌법 사례들을 보면, 헌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지방정부는 실질적 의미의 지방정부와는 다른, 광역행정 또는 정부 간 협력행정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체제라고 할 수 있다. 영어권 국가에서 특별지방정부는 지방자치단체조합이나 특별목적 지방정부, 우리나라의 ‘특별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른 개념과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가장 특징적인 것은 법적으로 헌법에 ‘특별지방정부’(Sui Generis local government)를 규정한다.

예를 들면, 제주특별자치도 등과 같이 역사적, 언어적, 문화적, 지형적 특수성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지방정부와 별도로 규정하는 경우이다. 영국에서 특별지방정부는 지방정부법상 런던시 한복판의 1제곱 마일을 차지하는 런던중심구(City of London Corporation)와 잉글랜드 남쪽 실리섬(Isles of Scilly)을 특별지방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유럽 대륙국가에서도 해외영토 등 특수성을 가진 헌법상 인정해주는 특정한 성격의 지방정부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아무튼 광역행정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유형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법적 지위와 그 성격을 잘 이해함으로써 향후 지방분권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지 참고하면 된다.

광역적 협력행정을 위한 다양한 유형
실제 우리나라의 정부 간 협력사례에 대해서는 앞에서 제시했으므로 외국에서 정부 간 협력행정을 수행하는 다양한 유형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의 ‘광역연합’은 지방자치단체조합이면서 틀별지방자치단체의 한 유형인데 도·도·부·현 수준에서는 오키 광역연합(おきこう가고 연합)이 시마네현, 오키군 오키노시마쵸, 아마정, 니시노시마정 및 지부촌의 1현 3도시 1마을 등 시·도자치단체와 시·군·구 자치단체가 함께 설립한 경우이다.

미국은 여러 특별구(Special District) 유형들도 있지만, 광역연합형 지방정부 간 협력기구로서 지방정부협의회(Councils of governments, CoGs)가 있다. 가령, regional councils(광역/지역정부협의회), regional commissions(지역위원회), regional planning commissions(지역계획위원회), planning districts(계획특별구) 등의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방정부협의회(CoGs)는 지역적(광역적) 사무수행 및 사무수행을 위한 협의조정기구로서, 지방정부 간 조합 또는 지방정부협의회 형태로 운영되며, 이를 구성하는 (회원)지방정부의 대표들이 관할하는 정부 간 협력기구이다.

영국은 2000년부터 설립된 런던대도시(Greater London Authority)도 환경, 도시개발, 교통, 경찰 등 7~9개 대도시권 기능들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regional government의 한 유형이지만 이 역시 광역행정을 수행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잉글랜드 지역에 9개의 ‘대도시권 연합지방정부’(Combined authorities, CA)라고 하는 지방정부 간 협력체제를 구축해 대도시권 발전을 위한 우리나라 용어와 같은 의미의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고 대표시장(metro mayor)만을 지역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현시점에서 경북-대구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발전정책 추진을 위한 부산-울산-경상남도 통합행정 수행체제 등도 논의만 무성했다. 이제 이 시점부터는 각 지역 간 협력 및 초광역권에 기초한 협력적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지역민 중심의 직접참여 민주주의 등에 기초한 지방분권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정부 간 협력체제가 도입·활용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행·재정적으로 유연성을 갖추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안영훈 제주·세종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
안영훈 제주·세종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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