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함 속에 도입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
현 정부에서는 ‘국가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핵심 국정과제로 천명하고,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법제처, 경찰청,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과 협의를 통해, 지역 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존하는 이른바 ‘자치경찰 이원화 모델’에 입각한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2019년 3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국회의원의 대표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에 대한 여·야간 의견 대립으로 인해 국회 내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2020년 5월 29일 제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에, 당초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관계 중앙부처에서도 정부가 기존 홍익표 의원안에 대한 수정보완된 법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제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불과 2개월 남짓한 2020년 8월 4일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국회의원의 대표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김영배 의원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경찰 중심의 일원화 모델’로서 현재의 경찰사무를 국가사무, 자치사무, 수사사무로 구분하되, 모든 사무를 국가경찰공무원이 수행하도록 하며,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고,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신설)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수사사무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장(신설)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번 김영배 의원안은 자치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겠으나, 자치경찰사무의 수행 주체 역시 국가경찰공무원에 불과하고, 지역 주민의 대표이자 지방행정의 총괄책임자인 시·도지사의 국가경찰(자치경찰사무 담당공무원 포함)에 대한 각종 권한이 미흡하다는 점 등에서 대다수 지방분권론자 및 지방자치학자들을 중심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김대중 정부 이후 논의만 무성한 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 현재의 김영배 의원안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단 시행하면서 실제 지역 현장에서 발생되는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점진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가자는 정부의 입장에 공감하는바, 자치경찰제 도입·운영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전국 17개 시·도의 의견을 중심으로 향후 우리나라 자치경찰제의 지속적인 발전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한편, 김영배 의원안의 국회 입법 추진과정에서 업무 부담 가중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현장경찰관들의 불만과 우려가 폭증함에 따라, 2020년 11월 18일 국민의힘 서범수 국회의원이 김영배 의원안에 대한 수정안을 입법발의했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생활안전 분야와 관련해 다른 행정청의 사무 제외, 자치경찰사무 가운데 노숙자·주취자·행려병자에 대한 보호조치 사무와 지역경비 사무 제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신설) 위원 구성 시 시·도경찰청 직장협외희 등 추천자 포함, 전국적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청장의 시·도경찰청장 직접 관리·감독 가능(이 경우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관리·감독에 우선함)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서범수 의원안은 2020년 12월 1일~2일 동안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김영배 의원안과 함께 심의했으며, 자치경찰제 도입·운영의 성패가 현장경찰관들의 의지와 역할에 달려 있는 만큼 상당 부분이 반영됐고, 김영배 의원안의 최종 수정안(대안)이 2020년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를 중심으로 현재 수정안(대안)이 가진 문제점과 향후 발전과제를 제시했다.

자치경찰제 관련 법률안의 주요 내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경찰 중심의 자치경찰 일원화 모델’로서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 자치경찰사무, 수사사무 등 3개 사무로 구분하되, 모든 사무를 국가경찰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국가경찰사무는 시·도경찰청장이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수행하고, 자치경찰사무는 시·도경찰청장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아 수행하며, 수사사무는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지난 2020년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과한 김영배 의원안의 최종 수정안(대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경찰사무로부터 자치경찰사무를 배타적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생활안전 분야의 생활안전을 위한 순찰 및 시설의 운영 등에 관한 사무, 교통 분야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지도·단속 등에 관한 사무,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 등에 관한 사무, 그리고 학교폭력 등 소년범죄,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범죄, 교통사고 및 교통 관련 범죄 등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수사사무를 자치경찰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둘째,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시·도지사 소속으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신설)를 두고, 시·도지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과 1명의 위원은 상임으로 하고, 5명의 위원은 비상임으로 하며, 위원은 시·도지사가 지명하는 1명, 시·도의회가 추천하는 2명, 국가경찰위원회가 추천하는 1명, 해당 시·도 교육감이 추천하는 1명, 그리고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신설)가 추천하는 2명을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셋째,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목표의 수립 및 평가,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인사·예산·장비·통신 등에 관한 주요 정책 및 그 운영 지원, 자치경찰사무 담당공무원(국가경찰 소속의 경찰관 및 공무원)의 임용·평가 및 인사위원회 운영·평가, 인사위원회 운영, 시·도경찰청장의 임용과 관련한 경찰청장과의 협의, 경찰서장 평가 및 경찰청장에 대한 평가결과 통보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위원회에 필요한 사무기구를 두고, 사무기구에는 경찰공무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넷째, 시·도경찰청장은 국가경찰사무에 대해서는 경찰청장의,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할구역의 소관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공무원 및 소속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수사에 관한 사무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할구역의 소관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공무원 및 소속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다섯째,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이관받은 사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장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며,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지사가 수립하되(이 경우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함), 시·도지사는 자치경찰사무 담당공무원에게 조례에서 정하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재정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시·도의회는 관련 예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의결을 통해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시·도자치경찰위원장의 출석 및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여섯째, 시·도경찰청장과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협의해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관한 시범운영을 실시할 수 있으며, 시범운영은 2021년 6월 30일까지 완료하도록 하고 있다.

일곱째,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2006년 7월 1일 출범한 제주자치경찰은 존치하되, 타 시·도와 마찬가지로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운영하며, 시·도자치경찰위원회로 하여금 자치경찰사무(제주특별법 제90조에 입각한 제주자치경찰사무 포함)를 지휘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과제와 발전방안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은 과거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논의가 이뤄진 지방분권의 핵심과제로서 주민에 대한 민생치안 확립을 통한 안심 지역사회 구축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과 주민의 대표이자 지방행정의 총괄책임자인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자치경찰제가 실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의 시·도 공동의견이 적극 반영돼 진정한 의미의 자치경찰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그리고 시·도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첫째, 실질적인 지역 치안서비스 강화를 위해 자치경찰사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번 김영배 의원안 수정안(대안)에서는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에서는 자치경찰사무의 각 분야별로 세부사무들을 예시 및 열거하고 있으나, 이 경우 오히려 다양한 자치경찰사무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자치경찰사무의 분야만 남겨두고 세부 예시조항들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위원 구성 시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실질적 책임 주체인 시·도지사가 지명하는 위원의 수를 현재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성 확보 등을 위해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위원추천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대통령령이 아닌 시·도 조례로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자치경찰사무 수행의 자율성은 물론 효율성 확보를 위해 자치경찰사무에 관한 재의요구 주체를 「정부조직법」, 「지방자치법」 등에 입각해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일원화해야 하며, 향후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의 소관 부처를 행정안전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자치경찰사무의 집행 주체인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임명 시 경찰청장으로 하여금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아니라 지역과 주민의 대표인 시·도지사와 직접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국가의 재정지원과 관련해,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필요한 인건비운영비는 물론 「지방분권법」에 따른 지역 특성에 적합한 치안정책의 개발·운영에 소용되는 비용 등 일체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구체적인 지원 규모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결정하며, 그 범위와 재원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자치경찰 관련 법률에 대한 시·도지사의 의견제출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는 제20대 국회 홍익표 의원안에 규정됐던 사항으로서 향후 자치경찰제 운영 과정상 발생하는 각종 현실적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자치경찰사무의 실질적 책임자인 시·도지사가 직접 개선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공식적·제도적 채널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자치경찰사무의 책임 있는 수행을 위해 총경 이상 경무관 이하의 관리자 계급과 경정 이하의 실무자 계급에 대한 임용권을 모두 시도지사에게 위임해야 한다.

여덟째,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15년 동안의 자치경찰을 경험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제를 유지하되, 현재의 기능·인력 등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들을 통해 얻은 시사점을 바탕으로 향후 진정한 의미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의미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궁극적으로 시·도의 자치경찰사무를 경찰청 소속의 국가경찰이 수행할 것이 아니라, 시·도지사 소속의 자치경찰이 주민의 의견을 들어 책임감 있게 수행해 나가도록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태웅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자치행정연구부장
윤태웅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자치행정연구부장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