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커뮤니트 아트] 마을이 호텔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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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커뮤니트 아트] 마을이 호텔이 되다
  • 이섭 전시기획자
  • 승인 2021.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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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 마을호텔
우리나라의 지방 중소도시와 더 작은 행정단위 마을[里]은 고령화 문제로 심각한 정체성 해체 위기에 처해 있다. 정체성이 해체된다는 말이 쉽게 이해될 수 없다면, 지금까지 경제지표를 만들어 내던 모든 생산활동이 현재 주민의 고령화로 인해 생산성 자체가 문제가 되면서 기본 경제활동의 방식으로는 ‘그곳-마을’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목전의 문제는 단순히 몇몇 마을 단위에서 발생하는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마을은 기존 생산 방식으로부터 새로운 경제모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멸하고, 사라져 버릴 수 있다.

따라서 청년이 마을에 들어오는 귀촌-귀농의 문제로 보고자 하는 관점 역시 새로운 경제활동 가능성의 모색이라는 방법론의 실험과 맞물려 생각해야만 정체성 해체의 극단적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 이제 마을은 마을 단위의 공동 사업체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마을호텔은 그런 변화 가능성에 대한 능동적 대응 방식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마을 단위의 경제 공동체를 생각할 때, 우선 마을협동조합이라는 경제활동 주체를 고민해야만 한다. 물론 일반적인 회사 형태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미 준비돼 있는 협동조합은 매우 현실적 대안이 된다. 이런 유사한 움직임을 우리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찾아보고 참고할 수 있다. HAGISO(하기소)는 도쿄도[東京都] 야나카[谷中]에서 카페와 갤러리, 설계 사무소 등이 갖춰진 ‘최소문화 복합 시설’로서 2013년부터 활동해 오고 있는 협동조합 형태의 경제 공동체이다.

하기소는 설립 3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프로젝트는 마을을 한 단위의 숙박 제공 시설로 간주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HANARE’(하나레)이다. 당연히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가할 신규 스태프를 모집하고, 소위 마을-단위 사업체의 직원을 채용했다. 마을의 기존 상점들은 그대로 상점의 역할을 하지만, 마을에 숙박을 목적으로 찾아온 내방객들에게 호텔-내-상점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마을 상점은 두 가지 역할(성격)을 갖게 된 셈이다. 따라서 HANARE는 HAGISO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형 숙박 시설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야나카 마을의 몇몇 집은 리모델링 돼 숙박시설로 제공된다. 소위 숙박동이 상점과 구별돼 있는 것이다. 리셉션을 담당하는 장소는 로비 역할을 같이 하는 별채의 또 다른 한 동의 집(옛 가옥)의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조식은 조식을 제공하는 기존 마을의 음식점(카페)에서 해결할 수 있다. 숙박객들은 숙박동을 나와 카페까지 마을 안을 걸어야 한다. 문화체험을 원하는 숙박객이 있다면, 마을회관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단기 수강, 참여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과 숙박객들은 같이 어울리면서 이 프로그램이 문화체험의 기회가 된다.

거대한 숙박시설로 변모한 마을-단위 숙박업체를 위해 기존 여관 관련 기준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행정적 관리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민은 편안한 마음으로 마을 사업체에 협력자로 동참할 수 있었다. 별도의 복잡한 체계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경제활동에 따르는 법령을 숙지할 이유도 없게 행정서비스가 제공됐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 이 프로젝트를 살펴야 한다.

일상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다
이 마을-호텔을 찾아오는 내방객은 우선 HAGISO 사무실이 자리한 건물 2층에 있는 리셉션 카운터를 찾아 체크인한다. 이후 마을-호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시설 이용 방법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고, 지정된 숙박동으로 갈 수 있다. 아틀라스 형식을 갖춘 관광 지도를 통해 요긴한 정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지도는 인쇄물로 서비스되지만, 우리의 경우 인쇄물과 함께 전용 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을에서 영업을 하는 모든 상점은 가게마다 기존 상업활동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내방객을 위한 별도의 아이템을 준비해 마을-호텔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연계한 서비스를 매년 개발해 제공한다. 예를 들어 마을 세탁소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세탁 서비스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음식점은 계절별 메뉴를 통해 마을과 주변의 농산물을 이용한 제철 음식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숙박동은 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의 거주공간을 고쳐 사용하도록 했다. 마을을 벗어나 숙박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민가들과 함께 거리를 형성하는 건물 중 하나에 존재하고 있다. 사실 이 숙박동은 기존 거주민의 추억이 담긴 특색있는 인테리어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형식을 갖춘 마을-단위 마을 호텔은 스태프로 마을주민을 우선해서 채용한다. 물론 고령자들에게 맞춤식 일거리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 또한 마을 호텔의 중요한 사업방식이 된다. 고령자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는 대개 마을-박물관 형태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개발될 수 있다. 사람-책이라는 개념을 응용해, 한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을 관련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공식화하는 것이 일자리와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안내와 기초적인 프로그램 관리에도 고령자를 위한 맞춤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을-호텔은 마을-박물관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연결돼야 한다. 마을-박물관은 야외 공간, 기존 상점과 상점의 동선에서도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안될 수 있다. 이를 아울러서 “복합문화시설”이라고 마을-호텔의 기능적 측면의 성격을 규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을에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다면, 혹 예술가들이 이 마을-단위 사업에 참여한다면, 마을-빈집을 활용한 전시와 공연 공간은 마을-박물관을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때로 기존 마을주민의 다양한 솜씨를 이런 아이템으로 묶어서 전시하거나 공연 내용으로 전환해 나갈 수도 있다. 방법론과 지향할 방향은 무수히 많기에 마을-단위를 면밀하게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HAGISO’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이 장소는 목조로 지어진 다세대 주택이었다. 이를 도쿄 예술대학 학생들과 함께 개조하고 전시-대여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찾았다. 지금은 전시가 열리고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전시 내용은 주민이 직접 만든 ‘의자 전시’,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생활 소품 공예 전시’부터 ‘회화전’을 개인전으로 열고자 하는 화가들에게 대여하고 있다. 소위 “볼거리”로 갤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주민이 마을-호텔의 중요 사업으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몇몇 스태프는 마을-호텔에 정규직이든지, 비정규직이든지 아니면 계약직 형태로 참여할 수 있고, 마을-단위 사업 주체가 이런 인력 풀을 구성하고 운용한다.

마을호텔의 영업 방식은 매우 능동적인 자세로 운영돼야 하는데, 기존 숙박 시설들처럼 마케팅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 마을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프로그램으로 파악돼 목록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주민이 직간접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행방식을 개발해서 주요한 마케팅으로 활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잘 꾸며 놓고 가만히 기다린다면, 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숙박-가능성에 누구도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기에, 운영자는 늘 발견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
‘HAGISO’에서는 약 20여 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하기엔날레>를 개최했다. 총 3주에 걸친 전시 기간 중 1천 5백여 명이 이 마을을 찾아왔다. 이 전시회는 해를 거듭하면서 ‘일상생활의 연장선’이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낸다. 이를 통해 누구라도 부담 없이 즐거움을 만끽하는 기회를 체험하도록 준비된다. 이런 전시 개최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호텔은 ‘일상생활의 연장선’이라는 감각으로 예술과 카페가 융합하는 ‘퍼포먼스 카페’를 기획하기도 했다. 일부러 예술-작품을 보러 가기 위한 장소로서 ‘HAGISO’를 기억하기보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 현대미술이나 현대 무용 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카페를 생각한 것이다.

이제 ‘HAGISO’라 하는 마을-호텔의 중심 장소는 카페에서 차 한잔하거나, 식사한다는 ‘일상’적 행동에 곁들여진 다채로운 예술 행위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프로그램이 개최되는 특별한 장소로 여러 사람의 마음에 깊이 각인돼 마을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는 당연한 장소로 ‘HAGISO’를 이해하게 만들었기에, 이제는 주민 모두가 어떤 공간으로 변화해갈지를 같이 궁리하고 있다. 그래서 ‘HAGISO’는 시간대-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기능이 변화해가는 장소로 공유공간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기까지 한다. 어떨 때는 카페, 어떨 때는 콘서트 회장, 또 어떨 때는 패션쇼가 열리기도 하며, 예술품 경매나 마켓을 여는 것도 다 가능한 열린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 이 가능성은 대도시의 특정 예술 공간이 가질 수 없는 무차별적 개방성이다.

마을 호텔이라는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을-공간 전체가 주민에게도 방문객들에게도 공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인식을 함께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유공간이란 특정 공간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에 따라, 시간표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공간 사용의 내용과 형식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오늘은 빵집이었는데, 내일은 공연장으로 사용될 수 있고, 주말에는 주민 토론회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간 활용의 무차별적 확장성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이용객 모두가 공감하고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공유공간이 가지는 특성이다. 마을은 원래 공유공간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시간에 따라 각각의 요청에 맞춤식 공간으로 사용돼 왔다. 다만, 이제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한 공간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졌다. 이 부분을 전환의 변곡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마을은 호텔이 되고, 놀이터가 되며, 누구라도 환영받을 수 있는 품 넓은 엄마의 부엌이 될 수 있다.

이섭 전시기획자
이섭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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