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상태바
[여느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김정진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 승인 2021.02.08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노멀과 신뢰사회에 대한 열망
코로나-19 펜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마치 태풍과 함께 자연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면 생태계가 리셋되고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반을 형성하며 회복력이 작동하듯이 전 세계적으로 뉴노멀이 생성되며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가져오고 삶은 계속된다.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보건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도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감염병의 선제적 발견과 대응, 보건의료복지인의 헌신, 전 국민의 개인 방역 준수와 사회적 거리 두기 협조로 K-방역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 속에 생산과 수출의 유지로 경제지표가 오히려 상승해, 2020년 3월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4만 1천1달러, 일본은 4만 827달러로 일본을 앞질렀다.

일본의 수출 제제 속에서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조력을 통해 부품과 소재의 독립이 가능해지고, 장기간의 노-재팬 운동으로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피지배국의 역사성에서 나온 오랜 열등감을 벗어버리고, 성찰 없는 가해국의 오만과 편견에 일침을 가했다. 영화와 음악, 드라마, 게임 등 소프트 산업의 성장과 영향력 또한 지속 성장해 K-컬처, K-뷰티, K-푸드 등의 브랜드가치도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도 생겼다.

하지만 팬데믹의 높은 3차 파고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취약계층은 더욱 신음하고, 우리 경제의 기반인 소상공인들의 절규도 심상치 않다. 재난지원대책이 쏟아져도 체감하기까지 버티기도 힘들다고 한다. 소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심리적 위축과 울분, 우울함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높은 파고를 연대와 협력, 신뢰로 함께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한 신뢰 사회로 진일보해야 한다는 극한 상황에도 기득권의 남용과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사회는 요동치고 있다. 팬데믹의 파고 속에서 뉴노멀이 자리 잡아가듯이, 요동이 커질수록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사회통합과 상생의 뉴노멀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적 자본의 순기능 강화하기 위한 지원 필요해
다양한 욕구와 가치를 수용하며 사회의 역동성, 포용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책의 대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아무리 높아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시민의식, 다름에 대한 관용과 배려와 같은 사회자본이 취약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Putnam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은 사회연결망(네트워크), 규범 그리고 신뢰 등과 같이 사회구성원들 간의 상호이익을 위한 조정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조직의 특성이 있다. 2012년 OECD가 32개 회원국의 사회적 자본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의 사회자본지수는 5.07로 OECD 평균 5.80이 비해 현저히 낮았다(32개국 중 29위). 사회적 자본 중 사적 사회자본이 5.40점으로 OECD 평균 6.22점에 크게 못 미치며, 특히 개인 간 신뢰와 사적 배려가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사적 참여는 OECD 평균에 근접했다. 공적 사회자본도 4.75점으로 OECD 평균 5.37점과 큰 격차를 보였으며, 국가의 공적 체계에 관한 신뢰와 공적 배려가 최하위권이었다. 그러나 공적 참여는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고, G7 국가 평균보다 높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적 자본은 매우 취약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사적·공적 사회참여는 낮은 편이 아니고, 역동적인 시민이 강점임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의 구체적인 축적 기반은 ‘공동체 혹은 집단’이다. 한 사회에는 가정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과 형태, 규모의 공동체가 혼재한다. 사회적 관계는 ‘폐쇄적이고 강한 연대(strong tie)’에서 ‘개방적이고 느슨한 연대(weak tie)’로 점차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양한 사회적 활동,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그 결과 사회 성원 간 이해, 협력과 분업의 폭이 넓어지며 사회적 자본의 양과 질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에 따른 관계망의 약화로 개인의 소외 또는 고립의 문제가 심화된다. 연고 집단이나, 이익집단과 같이 폐쇄성 및 배타성이 강한 공동체는 내부 성원에게는 매우 생산적이나, 소집단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 성원 및 국가 전체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지수가 매우 취약한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은 양면성이 있기에 국가의 정책대상으로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지원정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에 걸친 동시다발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며,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과 정책목표로 선명해질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사회적 자본의 요소 중 상대적으로 강점인 사적 참여와 공적 참여를 중심으로 사회적 자본을 제고해야 한다. 사적 참여로는 종교 및 자원활동 등의 강점이 있는데, 이것이 사적 신뢰와 사적 배려로 확장될 수 있도록 지역 중심의 연대와 참여를 촉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공적 참여로는 정치, 경제, 환경 등 사회문제에 관한 시민단체 활동 등의 강점이 있으며, 이들의 참여가 공적 신뢰와 공적 배려로 확산하도록 투명한 정보공유와 공정성의 확대를 위한 국가적 협치 노력이 요구된다.

Putnam은 지역사회 단위 실증 연구를 통해 공동체 의식, 시민참여가 높은 지역이 사회통합지수가 높고 지방정부의 제도적 성과가 높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사회적 자본을 위기에 대응하는 지원과 신뢰, 정서적 친밀과 같은 유대적 자본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가교적 자본으로 구분해,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의 잠재력을 분석하고 이들을 증진해 지역사회의 사회적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누구도 배제, 차별, 폭력으로 소외되지 않게 하고, 지역 주민 누구나 네트워크에 소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방정부의 비전 선포가 요구된다. 이에 따른 목표 및 예산 수립을 통해 지역사회의 개인 간 연대를 넓히고 마을을 심리사회경제문화 공동체로 살리는 것이 사회적 자본을 확장하는 길일 것이다.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뼈아프게 학습한 사회적 역량의 중요성을 삶의 지속성으로 연결하는 복지사회의 뉴노멀은 높은 사회적 자본이 돼야 할 것이다.

김정진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정진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