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정 지방자치법과 주민 직접참여제도
2020년 12월 전면 개정된 새 지방자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 지방자치법’이 강조한 주요 개정 내용으로 주민직접 참정제도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다양화 등 직접참여 민주주의 제도화를 보다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새 법에는 비록 ‘주민자치회’ 실시는 이번에 담겨 있지 않았지만, 주민의 권리 확대를 위해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신설했고, 이와 함께 주민도 직접 지방의회에 조례안의 제·개정 및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새 법 제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의 특례’를 규정하면서 각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로서 단체장의 선임방법과 집행기관 및 지방의회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차별적으로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적시했다. 물론 이러한 주민의 직접참여 및 자치결정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별도로 향후 개별 법률 제정과 주민투표법 개정 등을 거쳐야 한다.

새 법 제4조에 근거하면 현행 강시장-약의회 유형의 획일적인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형태를 더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주민의 의지와 지역 실정에 맞도록 주민투표를 통한 최종결정으로, 지금과 같은 단체장-지방의회 분립형 또는 단체장-지방의회의장 겸직의 통합형, 지방의원에 의한 직접 집행기관 주요부서의 책임자를 맡는 내각책임제형 등 의회와 집행기관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부여돼 있음에도 아직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8조제1항에는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 구성의 특례’를 규정하면서 현행 지방자치법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전 제약이 있지만)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자치도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제주자치도는 다른 시·도 등과 달리 감사위원회, 인사위원회 및 일부 조직 운영에 제주자치도에 부여된 고유의 자치권을 부분적으로만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이 새 법이 효력을 갖게 되면서 별도의 기관구성 다양화에 관한 법률이 먼저 제정돼서, 새 법의 제1조에서 천명한 지방자치법의 제정 목적의 하나인 “주민의 지방자치행정에 참여”를 직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주민 직접참여형 기관구성으로 다양한 기관 형태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큰 기대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기관분립형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기관구성 및 운영체계를 갖출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또 어떤 것이 가능할지 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기관구성 다양화의 의미를 살펴보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연구돼 온 기관구성 다양화의 연구 모델들이 어떤 유형들인지 간략히 정리한 후에, 지방자치 선진국 중 미국과 스위스의 실제 구성·운영되는 기관구성 다양화 모델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관구성 다양화의 의의와 그간의 연구 초점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을 다양화는 제도적 개편 유연성이 넓은 지방분권체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사실 그런 제도화만으로도 다른 나라와 지방분권화 수준을 비교해 볼 때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높은 자치권을 향유하고 있다고 쉽게 인정하는 실증적인 근거가 된다. 즉, 다양화 채택이 용이한 지방자치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그 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자치조직권이 얼마나 보장돼 있는지 명확할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통치기구의 유형(입법, 사법, 행정기관의 구성 필요성)을 자치권의 어떤 수준까지 규정하고 있는지와 직접 연관된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 수준과 주요 선진국의 자치권 수준을 서로 직접 비교 가능한 자치분권의 핵심요소가 된다.

이는 한 나라의 분권화된 정치체(decentralized polity)인 지방정부의 입법·행정·사법의 조직, 운영, 인사관리 등에 필요한 자치권을 헌법 또는 관련 법률들이 뒷받침해줘야만 가능하다. 그러한 법적 제도적 환경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아주 폭넓게 인정한 법적 근거와 실행력을 갖춘 고도화된 자치분권체제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치분권 수준을 강력하게 인정하는 척도가 되는 기관구성 다양화 주제는 지방자치제도의 이해관계자들인 단체장, 시민, 지방의원, 그리고 지방자치 전문가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안이 제안되고 연구됐다. 이미 많은 연구결과물이 산출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주요 연구 대상으로 기관구성 및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기관과 집행권, 그리고 행정명령권을 가진 집행기관(장)과 지방의회로 대표되는 집행기관 간의 관계에 기초한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간추리면, ① 집행기관 구성·운영에 관한 다양화 제도로서 단체장 연임제, 부단체장 선임제, 사업소 설치 권한 등,② 지방의회 구성·운영에 관한 다양화 제도로서 지방의회회기일 수, 지방선거에의 정당참여, 지방의원선거구 획정등, ③ 집행기관과 지방의회의 구성·운영에 관한 다양화 제도로서 대립(분립)형-통합형(내각형, 의회중심형), 절충형, 강시장-약의회, 약시장-강의회, 수석행정관형 등의 도입 가능성 모색과 같은 연구물들이었다.

과거 연구물에서는 시·군 통합, 도농 통합, 자치단체조합, (초)광역시로의 통합·분할 및 지방의회와 관련해서는 의회 구성 방식, 지방의원 선거방식 및 이와 관련한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주민참여제도 그리고 행정구역과 지방행정계층에 관련되거나 기관구성의 외적 변수에 해당하는 내용도 포함된 상당히 복합적인 연구내용들도 있다.

미국과 스위스 지방정부의 기관구성 다양화 모델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다양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의지와 선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통치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헌법 또는 법률로 정하는 것이다. 즉, 최종결정은 항상 주민투표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미국 지방정부의 기관구성 다양화 권한은 주헌법의 근거로 제정된 ‘지방정부의 자율적 통치에 관한 법(Municipal Home Rule Law, 홈룰법)’ 그리고 지방정부 헌법인 시정부차터(City charter)에 근거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홈룰(home-rule, 자치법 제정권)에 의한 자율적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주헌법이 규정한 홈룰제도하에서 지방정부의 기관구성을 원하는 방식으로 조직, 운영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한 지방정부도 있다. 이 경우에는 홈룰이 아닌 일반법 성격의 지방정부에 관한 주법률에 근거해서, 홈룰 자치권을 직접 부여받은 지방정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지방정부는 일반적이면서 공통적인 자치권 조건을 적용받기 때문에 기관구성 다양화 모델이 제한되거나 주법률로 한정된 것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미국 50개 주의 헌법이 따로 존재하듯이 지방정부의 기관운영 모델도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의회-전문경영인제, 시장-의회제, 위원회 형 등이고, 전문직 경영인 제도를 채택해 시장과 의회의 전문성을 보강해주고 있다. 강시장형과 약시장형으로 나눠 볼 때 약시장형은 타운 등 소규모 기초정부에서, 강시장형은 대도시에서 채택 운영되고, 강시장제와 약시장제 지방정부에서는 대부분 전문경영인이 보조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시의 사례를 보면, 뉴욕시민이 시민투표로 직접 승인하고 필요시 개정을 수시로 할 수 있는 뉴욕시헌법(New York city charter)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21조 이하에서 시민 직선의 시장, 선출직 감사관 및 시민대변인, 뉴욕시 5개 버로(Borough) 전역의 51개 의원선거구에서 선출된 51명 시의원 등의 기관구성 근거를 규정했다. 시장은 집행기관 고위공무원을 포함한 인사권을 행사하는바, 부시장 임명에 있어서 2008~2011년 6~7명의 부시장 임명권이 있었으나 2018년부터 4명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뉴욕시헌법 제7조에 근거해 시장은 직무와 책임이 부여된 부시장을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임명할 수 있고, 부시장의 정수는 시장 행정명령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항상 가변적이다.

캘리포니아주에는 3가지 지방정부 유형이 있는데, 주 일반법의 적용을 받는 시정부(General law cities, 361개), 홈룰방식의 차터 시정부(charter cities, 121개), 통합시-카운티정부(consolidated city and county)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헌법 제11조에 근거한 샌프란시스코시는 시-카운티 통합형 지방정부로서 city charter(시헌법)에 근거한 홈룰방식의 기관구성 모델이다. 시정부이면서 카운티정부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서 ‘공법인’의 지위를 갖기도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한 행정단위로 작용하기도 한다.

규모가 작은 스위스 연방국가의 경우 게마인데(기초정부)는 주헌법(Canton 법)에 따라 서로 다른 정치·행정구조의 운영이 가능하며, 집행부인 행정위원회와 의회 또는 주민총회로 구성된다. 행정위원들은 주로 합의제 기구로 협의 형태의 집행기관으로 활동한다. 이 집행기관을 구성하는 행정위원회는 3~15명으로 평균 7명이다. 주정부마다 그리고 지방정부마다 그 구성 및 운영 체계는 다양하다. 행정위원들은 무급봉사제 또는 시간제 근무자로 근무한다. 또는 조금 규모가 큰 지방정부에서는 집행부의 업무 전반을 책임지기 때문에 전일제 선출직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주에 따라 지방의회의 명칭, 위원정수 등도 서로 다르다. 주민총회가 활성화된 경우에는 의회를 운영하지 않기도 한다. 스위스 게마인데의 85%가 규모가 작기때문에 주민총회를 구성(1년에 1회 이상 개최)하면서 지방의회를 대신하고 있다.

취리히는 주정부의 수도이면서 기초정부의 지위도 겸하고 있다. 주의회(Kantonsrat)는 총 180명이고(취리히 주헌법 제50조), 주정부인 최고집행기구(Regierungsrat)는 총 7명이다. 주민이 이들 선출직 정치인들을 직선하며 관할 사법부도 직접 선출한다(취리히 주헌법 제80조). 주의관할구역(Bezirks) 내에는 총 170개 지방정부(Gemeinde)가 각각 기초정부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게마인데가 취리히시(Stadt Zurich)다. 취리히시의 인구는 약 35만 명 수준이고 이들이 직선한 취리히시의 집행기관은 4년 임기를 부여받은 9명의 집행위원회(city council)로 조직돼 있다. 내각형으로 이 집행위원들이 주요 시행정 업무를 각각 책임지고 총괄한다. 취리히시의회(city parliament)는 총 125명이고 4년의 임기 동안 법률과 법규 등을 제정하는 자치입법권을 행사하는, 지방의회-집행기구형(city parliament-city council) 분립형의시부 행정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지방정부와 같이 City Charer를 통한 자치권을 보장받는 가장 큰 장점은 일반법 성격의 지방자치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치권보다도 더 강력한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자치조직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관할지역의 특성과 조건을 고려해서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고, 집행부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자치사무에 관한 입법권의 경우도 주 법률 등 국회가 제정한 법으로부터 이양받은 권한보다 더 직접적으로 그 수행절차와 운영방식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집행할 수 있어서 자치사무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이 모든 자치권은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이 완전하게 주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한다.

안영훈 제주·세종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
안영훈 제주·세종 자치분권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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