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책제안]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그린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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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책제안] 탄소중립도시를 위한 그린 뉴딜
  •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 승인 2021.02.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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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존을 위해 바꿔야 한다
2019년 한 해가 미세 먼지와의 전쟁이었다면, 2020년은 바이러스와의 투쟁이다. 이 모든 전쟁의 바닥에는 ‘환경오염’과 ‘자원남용’의 경고가 뒤따른다.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산불, 녹아내리는 북극의 빙하, 아프리카의 혹독한 가뭄, 미세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거북, 전 세계에서 이어지는 홍수 등 인류가 세워온 문명이 위협받고 있다.

1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청정한 환경’의 가치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각성이 함께 커갔다. 그린 뉴딜과 한국형 뉴딜은 어느 한 정부의 정책 차원이 아니라 인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선택이 아니라 이제 우리 앞에 주어진 길이다. 우리의 모든 생산과 소비 방식,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2050 넷제로 선언을 통해 국민과 기업, 정부와 사회 모든 구성원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하는 탄소와 흡수하는 탄소를 합쳐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린 뉴딜은 그린 U딜(그린 Urban Deal)이다
지구상에 도시 면적은 2% 남짓한데, 대부분의 탄소 배출은 도시 지역에서 이뤄진다. 우리나라 도시 지역의 면적은 국토 면적의 17%이나, 총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한다. 대부분의 국민이 거주하는 장소, 대부분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도시에서의 탄소를 줄이는 일에 노력과 예산이 집중돼야 한다. 인류의 삶이, 성장과 행복이 도시에 달려있다. 그린 뉴딜은 그린 U딜(Green Urban Deal)이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 92%는 지난 10년간 크게 변화가 없으나 이제는 점점 더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다. 중소도시의 도소매업이나 외곽의 산업단지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데, 대도시의 정보통신, 연구개발, 벤처창업회사, 플랫폼 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난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서 늘어나는 일자리를 향해 인구가 이동한다. 대도시권화(metropolitanization)가 진행 중이다.

이제 그린 뉴딜도 도시 지역, 특히 인구 규모가 큰 특별시, 광역시의 대도시권에서의 실천 전략이 중요하다. 대도시는 밀도가 높고, 주택가격이 높으며, 재산권에 민감하다. 이런 곳에 새로운 공원을 조성하고 복원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추가로 토지를 매입하기도, 규제를 강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 지역, 특히 특별시, 광역시 중심의 대도시권에는 총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고, 인구밀도가 높으므로, 예산 투입의 효율성도 높다.

탄소중립을 지키려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고 그러자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며,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또 개인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철도, 지하철과 같은 친환경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일, 그리고 탄소흡수를 높이는 생태녹지를 확보하는 일도 긴요하다. 대도시권에서는 이동에 따른 탄소배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동수요가 적은 콤팩트 공간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즉, 도시 지역에서의 그린 뉴딜, 그린 U딜을 실천하는 길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 저이용’,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효율화’,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탄소 흡수기능을 높이도록 ‘생태순환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겠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실천방법들이 있겠으나 필자는 대도시에서의 그린 뉴딜, 특히 도시계획 전문가의 시각으로 그린 뉴딜의 실천전략을 생각해본다.

도시공원과 녹지의 생태순환기능을 높여야 한다
이제껏 도시공원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조경의 일부였다. 최근 들어 습지 등 생태공간을 가꾸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으나, 인당 면적(㎡/인), 녹지율(%)과 같은 양적 지표로 계획을 수립하니, 실제로 생태적 기능을 가진 습지를 공원으로 확보하기는 어렵다. 가장 생태적인 공원녹지는 산과 강을 연결하는 하천이다. 하천을 따라가면 산이 나오고, 반대쪽을 따라가면 바다로 이어진다. 생태자원을 연결하는 녹지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유지되고 생태적인 순환기능을 가진다.

도시 내 하천을 공원으로 지정해 생태순환 공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하천은 방재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하천부지와 수면을 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면 시민의 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다. 하천과 지천은 인체의 신경망처럼 국토와 도시의 곳곳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어디서나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선형線形의 하천을 공원으로 지정(connected green)하는 경우, 생태순환기능을 강화함에 더해 도달이 용이한 공원(accessible green)으로 박수받을 것이다. 멀리 있는 대규모 공원보다는 집 가까이 있는 선형의 공원, 하천이 더 소중하다. 하천과 실개천은 어디에나 있다. 5분, 10분 거리 내 도달할 수 있는 수변 공원은 대도시 시민의 공원접근성을 개선해 도시의 친환경성을 높여줄 것이다.

대도시의 도심, 역세권일수록 밀도는 높아지고, 공원을 조성할만한 토지를 찾기는 점점 더 어렵다. 옥상에서 농사를 짓고 발코니에 화분을 심어 꽃을 키우고, 벽면에 화분을 매달거나 수직녹화를 하기도 한다. 실내에서도 수경재배 방식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일이 늘어나고 쉬워진다. 옥상, 발코니, 벽면 등 전에 없던 수직공원을 흔히 볼 수 있다. 수직공원의 조성과 관리는 민간의 건축 영역이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조례나 지구단위계획으로 규정해야 한다. 연결녹지율, 도달녹지율, 수직녹지율을 새로운 공원녹지의 규정에 포함시키고 지표화함으로써 그린 뉴딜 시대의 새로운 도시공원으로 가꾸어가자.

‘에너지 저감형’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온실가스의 20%는 교통·운수 분야에서 발생하며, 이 중 95%가 도로에서 발생한다. 즉, 자동차보다는 철도나 지하철로, 개인교통보다는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이 에너지 이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자면 철도나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도록 환승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승시설, 환승센터를 건설해 철도에서, 지하철로, 버스로, 자전거로 편리하게 환승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의 광역급행철도(GTX)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대폭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환승역에는 지하철, 버스, 개인 모빌리티와의 환승이 이용하도록 환승센터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이 환승역세권 주변으로는 업무시설을 고밀도로 집적시키고,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로 청년주택을 공급해 직주근접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로 개발해야 한다. 이동 필요성 자체를 줄이는 도시 공간구조, 즉 교통수요 발생을 사전에 억제하는 도시계획 방식이 콤팩트시티다. 환승역사는 기반시설 용량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환승역 중심으로 고밀복합화한 도시 공간구조는 이동 거리를 짧게, 또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므로, 그린 뉴딜의 가성비 높은 실현수단이다. 특히, 개인 모빌리티 스테이션을 환승역에 설치해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와 같은 녹색교통수단의 이용을 늘려야 한다.   

15분 생활권 도시를 만들자
환승역세권 중심으로 고용과 편익시설을 집적하도록 하는, 이동거리 짧은 생활권도시는 코로나 봉쇄 기간에도 적응력이 강한 도시 모델이 될 수 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환승역을 이용해, 도심, 부도심에 가고, 봉쇄 기간에는 15분 거리에 밀집한 환승역세권에서 업무, 구매, 교제, 위락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활권 계획이 필요하다. 특별시, 광역시 차원에서는 생활권계획이 법정 도시계획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파리 이달고 시장(Anne Hidalgo)의 파리개조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전거와 보행 중심의 파리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시내 전역 30km 자동차 속도제한, 집과 일터와 학교를 15분 안에 오가는 15분 프로젝트, 생물서식처 보존 의무화, 노상주차장의 4분의 3 없애기 등 혁명적인 생태 중심의 도시혁명을 제안하고 있다. 사디크 칸(Sadiq Khan) 런던시장도 2041년까지 전체 통행의 80%를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교통이 도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잘 일깨워준다.

생활권도시, 15분 안에 일하고 쇼핑하고 운동하고 교제할 수 있도록 직장과 집, 상가와 편익시설, 공원이 가까이에 배치되도록 하는 공간 단위이다. 특히 코로나 방역이 강화되는 경우 먼 거리를 통근하거나, 쇼핑센터를 방문하는 일이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이런 공간 단위를 계획하고 공공시설과 생활SOC를 공급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디지털 복지의 시대
코로나는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쇼핑, 구매, 학습, 미팅, 금융, 교통 등 일상생활이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이뤄진다. 모바일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면 불편함과 손실이 크다. 고령자는 멀리 가서 비싼 물건을 사와야 한다. 맞벌이 부부, 조손가정의 자녀들, 장애인들도 교육, 학습, 구매, 상담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주민센터나 대단지의 관리사무소, 공공청사, 도서관 등에 디지털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모바일폰, 태블릿, 노트북의 교육, 서비스지원, 렌털 등을 지원하도록 해 디지털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제 디지털 복지(digital welfare) 시대다.

코로나는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의 경제사회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환경과 유한한 지구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워 그린 뉴딜을 재촉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대도시는 밀도가 높고, 빈 땅을 찾기 어려우며, 재산권 등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곳에 공원과 녹지를 확보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며, 보행권 도시로 만들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제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일은 단순한 정책집행 차원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공원과 녹지, 대중교통과 생활권 속에서 탄소중립을 구해야 한다. 그린 뉴딜은 그린 U딜이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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