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뜨거운 감자, 기본소득] 공동의 부와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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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뜨거운 감자, 기본소득] 공동의 부와 기본소득
  •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 승인 2021.03.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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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불거진 기본소득 논쟁
코로나 팬데믹은 예기치 않은 효과들을 낳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효과는 재난지원금 논쟁을 계기로 기본소득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논의의 끝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코로나는 기본소득 공론화의 계기가 됐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글은 기본소득의 정의와 정당성,재정원리, 현황과 현실 쟁점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기본소득의 정의와 정당성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자산 심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정기적인 현금 이전”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이전의 다섯 지표는 기본소득인가 아닌가를 알려주는 준별 지표이다. 현금이라는 특성에 의해 기본소득은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와 구별되며, 정기성에 의해 기본소득은 성년이 되면 일회적인 종잣돈으로 지급되는 기초자산과 구별된다.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은 현존하는 공적 이전소득과 기본소득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지표들이다.

20세기 국가의 복지지출은 기여의 원리에 따른 사회보험과 필요의 원리에 따른 사회부조의 두 축으로 구성되며 가계를 단위로 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노동요구나 노동할 의사에 대한 증명 없이 무조건적으로, 필요 여부를 가리는 자산 심사 없이 모두에게,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지급된다.

기본소득 도입이 현존하는 복지제도를 완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은 의료, 교육,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는 더욱 확충돼야 하며 기본소득 도입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 중심의 사회보험은 소득보험 형태로 개편돼야 하겠지만 기본소득 도입에 의해 모든 종류의 사회보험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부조도 도입된 기본소득의 지급수준이 생계에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지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겨진 문제가 있다. 기본소득을 정의한다는 것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며, 답변에는 기본소득의 원천은 무엇인가가 포함돼야 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정의는 기본소득을 다른 종류의 이전소득과 기능적으로 구별해 주지만, 기본소득의 원천을 드러내 주지는 못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정의하면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정기성, 현금이전의 지표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은 공동의부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원천을 드러내는 정의는 기본소득의 정당성에 대한 간명한 논증을 제공한다. 분배 정의에 관한 가장 오래된 원칙은 각자는 노력과 성과에 따라 정당한 몫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모두의 몫은 모두에게 돌려야 한다는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 특정한 사람의 기여로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것, 사회적 협력의 산물 또는 자연적 기초로부터 나온 수익은 모두의 몫이다. 모두의 몫의 분배에 노동 여부나 자산 수준과 같은 조건을 달아 선별하고 차등을 두는 것은 정의원칙에 어긋난다.기본소득은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돌려주는 유일하게 정당한 분배방식이다. 각자에게 성과에 따른 몫이 분배되려면 무엇보다 모두의 몫에 대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인 평등분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가 모두의 몫을 독식하고 있는 부정의한 상태가 지속된다.

공동의 부, 모두의 몫
자연적 공동부의 원형은 토지이다. 토지를 개간한 사람이 토지 가치를 증대시켰을지라도 토지 그 자체를 창조하지는 않았다. 건물을 지은 사람이 땅을 창조하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가치는 지리적 위치와 사회 인프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법률적인 재산권의 문제가 아니다. 법률적 재산권과 전적으로 무관하게 토지 그 자체에 대해서는 모두가 원천적인 공동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그렇다면 토지의 활용으로부터 나온 수익의 일부는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분배돼야 한다.

토지뿐만 아니라 천연자원도 원래 인류 모두에 속한 자연적 기초이고 인류 모두의 것이다. 생태환경은 세대와 세대를 넘어 인류 모두의 것이며, 현세대의 인류는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환경을 파괴하지 않을 책임을 진다. 생태 재앙의 피해는 인류 모두에게 돌려지지만 생태 부담을 만든 기업이 생태환경의 사용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독차지하는 현 상태는 반생태적일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분배도 아니다. 토지 그 자체, 천연자원, 생태환경은 모두의 것이며 이로부터 나온 수익의 일부는 자연적 공동부이다. 자연적 공동부는 모든 사람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분배돼야 한다.

인공적 공동부란 사회의 작용에 의해 발생하며 어떤 특정 주체의 성과로 귀속시킬 수 없는 수익이다. 경제학자허버트 사이먼은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서 축적된 공통지식의 외부효과라고 말한다. 이러한 외부효과로 인한 소득은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되돌려질 때에만 비로소 분배정의가 수립된다.

오늘날 인공적 공동부는 지식만이 아니다. 데이터 기반가치 창출과 인공지능 혁명으로 기업 이윤에서 빅데이터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기업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저장되는 플랫폼을 소유함으로써 데이터를 활용하고, 빅데이터를 생성하며,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이윤을 증대시킨다. 이와 같은 이윤 창출 메커니즘은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성될 때에만 유지될 수 있다. 플랫폼 없이는 데이터가 수집되지도 않지만 사람들의 디지털 활동이 없다면 어떠한 빅데이터도 생성되지 않으며 플랫폼 알고리즘은 개발될 수 없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은 일종의 공동부이며 플랫폼 기업은 빅데이터로부터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되돌려줘야 한다.

공동의 부를 모두에게 되돌려주는 방법에는 여러 유형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공동부에 과세하고 기본소득으로 지출하는 방식만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토지보유세, 빅데이터세, 탄소세를 신설해 공동부에 과세하고 세수전액을 기본소득으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나눠줄 수 있다. 나아가 임금, 이자, 배당, 지대 등 모든 종류의 시장소득은 사회적 공통지식에 의존하므로 모든 소득에는 공동의 부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기존의 소득세와 별도로 기본소득세 또는 지식소득세를 신설해 시장소득에 과세하고 기본소득으로 나눠줄 수 있다.

"현재 창출되는 대다수 수익, 이윤은 공동의 부에 근거하고 있으며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부분이 있어"

기본소득의 재정원리
조세로 마련된 기본소득 재정은 모두에게 1/n로 분배되며 국가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과세와 지출의 강한 연동관계, 곧 세수 전액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지출이야말로 기본소득 재정의 핵심이다. 이는 기본소득을 위한 과세가 국가의 재정 충용을 위한 일반조세와 다르다는 점을 말해준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기본소득 재정은 거둔 세수 그대로 이전 지출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의 재정적 조세가 아니다. 기본소득 지급수준과 무관하게 기본소득 재정은 국가활동을 위한 세입과 세출에 대해 중립적이며, 곧 재정수지 전체에 대해서도 중립적이라는 말이 된다.

여기에서 ‘왜 세수 전액을 1/n로 분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기본소득의 원천은 공동의 부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공동의 부에 대해서 사회구성원 모두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이는 기본소득의 주인은 국가가 아니라 개별적 시민이라는 점을 뜻한다. 기본소득 재정에 대해 국가는 재정적 재량권을 가지지 않으며, 개별적 경제 주체에 과세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전 과정에서 국가는 단지 조세추출 기구이자 소득이전 기구로서 매개적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형 기본소득은 전통적인 현금복지와 마찬가지로 과세로 재원을 마련하고 이전소득 형태로 지출한다. 이와 같은 형태적 유사성은 종종 중대한 오해를 낳는다. 예를 들어 1인당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대략 300조 원가량의 세수가 필요하다. 지출조정 없이 전액을 증세로 마련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기본소득 도입에 필요한 재정 규모는 300조 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증세 규모는 300조가 아니다. 기존의 현금복지의 경우 수급권자가 사회구성원의 일부이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모두가 수급권자이기 때문에, 즉 모든 사람은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받는다. 이 때문에, 실제 증세 규모는 지급받는 기본소득 액수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된 사람들이 추가로 부담한 액수의 합계에 불과하다. 손익분기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순증세 규모는 300조 원에 달하는 명목증세 규모의 대략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소득 도입에 필요한 순비용은 기본소득 지급액의 합계보다 훨씬 적다. 

현황과 현실 쟁점
자동화로 일자리가 대대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2008년 이후 일자리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최근 몇 년간 기본소득 논쟁의 현실적 맥락은 디지털 전환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제조, 서비스, 금융 등 산업의 전 영역과 공공부문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전환은 중간층 일자리를 붕괴시킬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일자리에서도 고소득 고숙련 일자리보다 저소득 저숙련 일자리가 압도적으로 많도록 만든다.

GDP에서 플랫폼 기업과 기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제조업과 달리 디지털 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으며 기업 단위의 임금 비중도 높지 않다. 예를 들어 2015년 미국GDP에서 노동소득 비중은 53.1%였지만 같은 해 페이스북의 총수입에 대한 임금 비중은 11.0%에 불과했다. 여기에서 페이스북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게 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도록 하는 것은 답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공동의 부를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일부를 거둬들여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비록 국민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아직 없지만 기본소득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이유는 전통적인 복지제도나 노동정책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과 관련된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은 전 영역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과 관련해 촉발된 기본소득 논쟁은 향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평가 될 것이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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