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책제안] 한국형 녹색국토·도시 조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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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책제안] 한국형 녹색국토·도시 조성하자
  • 김선희 국토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승인 2021.03.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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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도시 분야의 K-모델을 만들자
코로나-19의 팬데믹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선망하고 추적해오던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 모델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우리나라의 “K-방역”이 글로벌 스텐다드로 부각되고 있다. 당초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경제 분야도 선방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1천 달러 중반 수준으로 G7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고,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영화도 오스카상, 골든 글로브상 등을 수상하고 있다. K-드라마, K-팝, K-뷰티, K-푸드 등도 새롭게 국제적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도시 분야도 한국형 모델 K-신도시, K-건강의료복지마을 등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을 방문한 Peter Hall 교수는 “세계의 동질화로 지역마다 고유 강점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서는 “한국은 더 이상할 모방할 나라가 없다. 한국의 영웅적 경제발전은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되고 있지만 이젠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국토·도시 발전전략이 선진국의 앞선 경험을 모방해 단기간에 ‘따라 잡는(Catch-up)’ 전략이었다면, 새로운 국토·도시발전 전략은 국토의 고유한 장점과 특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Pioneer/First mover)’ 한국형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국토와 도시들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서로 감응하고자 하는 원칙과 방향을 갖고 오래전부터 계승 발전해 오고 있다. 최근에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녹색도시·마을은 이미 우리 전통마을의 입지와 배치, 건축양식과 기술, 지역의 풍토와 특성에 맞는 하천과 물순환체계, 녹지와 경관, 폐기물 재활용, 협력과 참여의 공동체 문화 속에 내재돼 있다. 이러한 조상들의 지혜와 기술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IT 스마트 기술들을 융복합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살고 싶은 녹색도시·마을 재생과 창조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COVID-19) 팬데믹(pandemic) 사태와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 등을 경험하면서 “좀 더 빠르게 좀 더 많이”라고 하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추구했던 가치관과 사회시스템을 전환해, “좀 더 안전하고 좀 더 환경친화적이고 건강한” 국토·도시·주거공간을 조성해달라고 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코로나가 끝나는 post-코로나 시대에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인구가 밀집하는 대도시 도심의 고밀 구조보다는 IT로 연결된 일정한 밀도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저밀의 여유 있는 스마트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염병과 함께한 인류역사』의 저자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 교수는 홍역 바이러스가 멸종하지 않게 위해서는 서로 빈번하게 접촉하는 30만~50만 명 규모의 도시에서 신생아들이 충분한 비율로 태어나야 한다고 계산한 바 있다. 역으로 말하면 30만~50만 명 이하의 중소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접촉이 적어 홍역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계산이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독일은 국토의 지속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전국에 10만 이하의 중소도시가 3천57개소로 전 국토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이곳에 전국 인구의 약 61%가 거주하며 전체 일자리의 약 56%를 창출해 내고 있다.

우리 풍토를 활용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녹색국토·도시 만들어야
우리나라는 근대화 60년 동안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압축경제성장을 이뤘고 ‘한강의 기적’, ‘산림녹화의 세계적 성공작’을 이룩했다. 이제 우리 국토는 에너지 기후 시대(Energy Climate Era), 고령화 시대, 문화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맞아 경제와 물자, 교류의 열린 구조가 확장되면서 경제 및 산업구조, 인구구조, 자연환경 상태, 국민의 수요와 가치관 등이 크게 변화되면서 새로운 국토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토는 유라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몬순형 지대에 입지한 ‘3海3多’라는 천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국토 3면이 바다로서 각기 독특한 지형을 통해 동해, 서해, 남해로 구성되는 ‘3海’ 보유의 반도 국가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고서저의 지형이 형성돼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과 작은 만과 연안갯벌이 발달한 섬이 많은 ‘3多’의 국토다. 국토의 65%가 산지이고 非山非野의 구릉지가 발달하고 국토 곳곳에 수만 개의 크고 작은 강이 발달해 왔다. 따라서 예로부터 강과 산 주변에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조화된 5만 175여 개[총 행정리 수는 3만 6천498개(농림어업총조사)]의 마을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마을별로 고유한 음식과 문화가 계승돼 오고 있고 도보길이 발달해 왔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전염병 등 미래 메가트렌드에 대응하면서 국토의 본질적 풍토(Topology)와 국토가 가진 지경학적·자연적 특징과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강·산·섬 등 자연자원과 거버넌스 등을 잘 활용해서 ‘국토를 아름답게, 국민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하는 한국형 녹색국토·도시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국토연구원에서 2009년부터 한국형 국토발전 모형을 발굴하고, 지역별 실천전략을 제시해 오고 있다. 금수강산錦繡江山 국토(자연조화·친환경), 청풍명월淸風明月 국토(저탄소·에너지전환), 인심人心 국토(안전·건강·문화) 등 3대 목표와 강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재생, 산림도시 조성, 다도해 부가가치 창출 및 활용, 저탄소 녹색교통 및 시간대 조닝, 자연에너지 회랑 조성, 동서 녹색성장축 개편, 고품격 안전 녹색도시·마을 조성, 어메니티 창출, 녹색생활문화 등 9대 전략을 제안했다.

한국형 그린뉴딜과 스마트 그린시티 정책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및 경제·사회 구조적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그린뉴딜 추진 및 안전부문 투자를 확대해오고 있다. 2020년 7월 14일, 2050년까지 기후·환경위기에 지속가능한 환경도시 구현를 목표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사업 분야를 정하고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국토·해양·도시의 녹색생태계 복원, 깨끗하고 안전한 물관리체계 구축,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에너지 관리 효율화,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녹색 선도기업 육성, 녹색혁신 기반 구축 등 8개 사업을 ‘도시의 녹색 생태계 회복’ 대표 사업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2021년 그린·안전뉴딜 예산 6.5조 원을 확보했고,

환경부는 기후환경문제의 해결과 녹색전환을 위해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환경부는 공모사업을 통해 지난 2020년 12월 전국 25개 도시(종합선도형, 문제해결형)에 지역 특성에 맞는 스마트 그린도시를 선정하고 2년간 2천900억 원을 지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기후환경 위기 속에서 도시의 자연생태계를 회복하고 기후탄력, 온실가스 감축, 대기오염 저감 등 지역맞춤형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와 사회구조,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인 한국형 녹색도시·마을 만들기 준비해야"

이에 따라 스마트 그린도시 종합선도형에 선정된 강진군은 강진만 주변 매립완료 예정인 쓰레기 매립장 주변을 대상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 나와 있는 ‘천택川澤, 양림養林, 치로治路’를 실천하는 스마트 그린도시를 제안해서 향후 2년간 160억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마을 내 불투수형 공간을 투수형 포장으로 개선하고 단절된 수로를 연결해 물순환 체계를 마련하고, 탐진강변 재방사면 추이대에 악취 저감숲 조성 및 마을 나대지에 마을숲 조성, 강진역과 연계한 산책로 정비, 스마트 생태교통시설 도입, 쓰레기매립장 부지를 활용한 환경교육장 운영 등이다.

한국형 녹색·건강·안전도시·단지를 전국 각지에 조성하자
환경을 지키고 생태공간을 많이 확보한 도시는 코로나 등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고, 탄소중립(net-zero)의 온실가스배출 없는 국토는 지속가능하다. 앞으로 전개될 미래는 과거 근대화 60년 동안 우리 국토가 경험한 것보다 그 변화의 폭과 내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10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사회·기술변화의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글로벌 그린뉴딜』에서 2028년경 화석문명의 종말을 예고한 바 있다.

또한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고, 2022년 이후 합계출산율도 0.72명 수준 이하(통계청)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년 좋은 일자리와 좋은 교육·의료·정주환경을 찾아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청년과 여성들로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50% 이상이 집중되고 있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1%에 달하는 105개 지역이 소멸위기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2040년경에는 국토의 거주지역 가운데 81.03% 지역에서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대한민국 정부, 2019, 모두를 위한 국토, 함께 누리는 삶터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
특히 코로나-19로 디지털과 AI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언택트 시대가 10년 이상 앞당겨지면서 국민 가치관과 생활양식에 커다란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도시 및 지역의 재구조화(re-localization)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고밀의 수도권 대도시 집중보다는 공항과 KTX 등 광역교통망 1시간 거리 내[시간대 조닝(zoning)]에 있는 광역경제권과 일정 규모의 공원·녹지 완충공간을 가진 10분~20분 내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한 양질의 교육·의료·복지·육아·문화 생활서비스가 가능한 생활권 등을 중심으로 분산된 집중(decentralied compact city)이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도시 형태와 규모, 생활양식, 에너지원 등의 거대한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을 요구하면서, 인터넷, 5G 등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된 스마트 그린도시를 중심으로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환경친화적인 한국형 녹색도시·마을들이 탄생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웰빙에 대한 주거요구 등을 반영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한국형 스마트 그린도시와 건강의료복지 타운 주거모델을 재정립하고 스마트 저탄소 녹색기술을 토대로 자연친화적, 에너지절약형 녹색·건강·안전 도시를 전국 생활권 중심지에 조성할 일이다. 한국 고유의 경관과 문화, 역사 공동체를 유지해오고 있는 최후의 보루, 인구 유출을 막는 댐 역할을 해오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들과 농산어촌들이 더 이상 소멸되지 않도록 서두를 일이다.

김선희 국토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선희 국토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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