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커뮤니트 아트] 이제 마을엔 빈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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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커뮤니트 아트] 이제 마을엔 빈방이 없습니다
  • 이섭 전시기획자
  • 승인 2021.03.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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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직원으로
계획과 비전 만들기, 구체적인 상품의 개발, 도로 휴게소 운영 지원, 미디어를 통한 정보 관리와 운용 등 한 기업(주식회사 형식의 조직을 만듦)이 지역 사람들과 함께 ‘동행형 컨설팅’ 기법을 통해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체와 지역 주민의 공영사업 중 깊은 상호 관계성을 유지해 온 마을 호텔 사업이 정착한 야마나시현[山梨県] 코스게 마을[小菅村]을 살펴보자.

2018년 5월, 코스게 마을에 새로운 형태의 숙박 사업이 시작됐다. 그것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삼아 지역 분산형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름하여 마을 호텔. 그 운영의 중심에 있는 매니저와 책임 요리사(셰프)를 모집하는 공고가 일반 기업 채용 방식처럼 공개되기도 했다.

코스게 마을은 일본 도쿄시 신주쿠역에서 열차를 타고 야마나시에 내려 자동차로 갈아타 계곡 속에 난 도로를 따라 들어와야 하는 산촌이다. 산들이 겹겹이 쌓여있고, 타마강 하천의 원류가 있는 첩첩산중 마을이 코스게 마을이다. 740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풍요로운 자연과 다양한 식재를 이용한 산촌음식을 만끽하기 위해 연간 약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마을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어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빈번한 대표적 고령화 인구소멸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어떤 방법을 통해 이 유명 관광지가, 마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주식회사 형식의 조직이 제안하고 실천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의 공공적 목적을 사기업의 기업활동 목적으로 변형시켜 이해한 해결안이다. 기존 마을 주민에게 개선된 마을에서 생활을 보장해주는 방식을 제안하고, 마을 생활의 다양한 활동에 따라 외부에서 이 마을 내 사업을 감당하기 위해 이주하는 주민을 주민이자 직원으로 채용하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사업)을 제시한 것이다.

코스게 마을 주민은 이 제안에 동의하는 한 곧바로 직원으로 채용되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공유하는 기업체 일원이 된다. 이 새로운 직종의 전문성(?)으로 인해 외부에서 공개 채용되는 사람은 채용과 동시에 이 마을의 주민으로 거주해야만 한다. 이 제안을 실천하기 위해 기획하고 실행하는 모든 “일”은 곧 사업이기에 주식회사의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직원-마을 주민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진다.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
마을에서의 쇼핑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데 있어 주민이자 직원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마을 인구를 늘려가는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마을 전체를 사업체, 즉 마을 호텔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마을-숙박지로 변경한 새로운 서비스 공간의 창조였다.

코스게 마을은 오래전부터 여름 시즌에 다양한 스포츠의 합숙 훈련 장소로 활용됐다. 이에 다양한 훈련과 합숙이라는 체험교실을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홍보하고 체험활동을 가능하게 연계했다. 단체 이용객을 위한 마을-숙박지의 서비스는 숙박과 음식, 휴게의 일관성을 선택할 수 있는 세부 프로그램으로 확충해 동호회는 물론 가족 단위, 다양한 연령층의 모임을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마을공간 사용자들의 다양성을 위해 마을 내 건물들은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됐다.

 

숙소를 운영하는 기존 마을 주민이 대부분 고령자였기에, 새로운 설비투자와 새로운 사업 형태를 직접 참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정한 지분을 기업과 주민 당사자들이 공동자산으로 나눠 그 이익을 법적으로 나눌 수 있게 정관을 만들고, 상호 계약을 맺어 기존의 빈집, 노후한 집을 숙박시설로 바꾸어 나갔다. 물론 희망자에 한하여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그에 따른 역할을 맡아 일정한 월 급여를 받기도 한다.

단순히 지분을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리모델링 자산으로 내놓은 사람들은 집의 크기와 리모델링 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한 후 합당한 몫을 주식의 지분참여 방식에 따라 배당금(연간)을 받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대형 목욕시설 등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돼 마을은 하나의 ‘호텔’로 면모를 일신하게 됐다.

스스로 만드는 삶의 조건
이 마을 호텔사업의 진행에 기업과 주민을 연결한 매개자 역할은 사단법인 NOTE가 있었다. NOTE는 효고현[兵庫県]의 옛집을 지역 자원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지역문화 중심지로 바꿔나가는 프로그램과 연결시켜 보존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전문집단이다.

NOTE가 제시한 고가古家 활용법은 집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실 비즈니스와 연계한 숙박 체험 공간 운영을 접목하는 “분산형 호텔”이라는 개념이었다. 이를 마을 주민과 주식회사 형태 기업이 공동사업으로 수용한 것이 바로 ‘nipponia 코스게 원류의 마을’[nipponia, 小菅 源流の村]이라는 호텔사업이다.

집 한 채가 접수처(호텔의 안내 라운지 역할)로 사용되고, 몇 집 건너 한 채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또 다른 집들이 객실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마을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게 되는 동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골목 후미진 곳 빈집을 개량해 상점으로 바꾸기도 하고, 좀 더 멀리 떨어진 빈집은 수리해 안락한 카페로, 작은 도서관으로 변모해 마을 호텔은 여타 다른 호텔이 보여줄 수 없는 풍요로운 동선과 다양한 서비스 시설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 “호텔”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이 하나씩 귀향해 빈집을 이용한 갤러리와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 전용 카페를 열게 되고, 공방으로 활용하면서 이제 마을 호텔은 볼거리까지, 마을의 문화까지 그리고 마을의 역사까지 제공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거주하기 위해 이 마을에 다시 들어오게 됐고, 방문객이 없는 경우라도 마을 사람들끼리 이렇게 마련된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풍요로운 삶을 바로 이 마을 호텔 시설을 통해 자족할 수 있는 삶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갔다.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살든지, 그저 손님으로 방문했든지 마을을 돌아보며 즐기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그것으로 이미 마을 전체의 상업활동이 활성화돼갔다. 결국 마을 호텔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숙박시설만 잘 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지역 전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삶의 시스템을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공익적 활동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
효고현 사사야마시[篠山市]에 있는 마루야마 촌락은 NOTE의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단 12채의 주택만이 있는 무척 작은 촌락이며 집들은 하나같이 오래된 그리운 풍경의 시골 산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NOTE는 12채 중 7채가 빈집이었는데 이 중 우선 3채의 빈집을 개조해 분산형 호텔을 실험했다. 당장 호텔 이용객을 위한 예약 업무는 NOTE가 담당하고 현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우의 서비스는 모두 지역 사람들이 담당했다. 아침 식사는 지역의 할머니들이 직접 만들어 제공했고, ‘짚공예’를 잘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체험교실 강사 역할을 맡았다.

지금은 이 마을에 빈집이 하나도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면 마을을 떠났던 옛집 주인이 세련되게 리노베이션을 끝낸 다른 빈집의 사례를 보고 ‘이런 집이라면 나도 살고 싶다’며 마을로 돌아와 제 역할을 찾아 활동하기 시작했고, 마을의 소문을 듣고 옛집을 사들여 레스토랑으로 바꾼 요리사가 마을에 이주해 주민이 됐다. 새로운 마을의 가치가 생기고 사람들이 이 가치에 눈을 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가치가 새로운 고용 가능성을 활짝 열었고, 사람들이 달랑 12채뿐인 이 마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젠 마을에 빈방이 없다. 이제 마을에 새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마을은 호텔이기에 쉽게 객실(새집)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수지타산을 생각하는 기업형 마인드로 마을 주민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와 이윤의 분배에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이 마을의 논밭 전체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농작 포기 토지가 사라지게 됐다는 점이다. 손님이 마루야마 촌락을 마음에 들어 해 밭을 빌려 경작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결국 좋은 마을 구성원으로 함께 살고 싶은 공동체적 마음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결국, 대도시의 삶에서 우리가 힘겨워하는 이유는 바로 사라진 공동체성이기 때문이다.

어울림과 사귐의 기회를 열어줘
이런 내용적 측면은 미처 NOTE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마을의 골목길은 호텔의 복도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호텔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은 그저 눈인사를 나눌 뿐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눈인사를 나눌 뿐 아니라 함께 어울려 마을 이곳저곳을 같이 다니는 인연을 맺는다. 이 인연이 사람들을 사람들과 함께 살게 만든다. 함께 사는 삶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 마을은 비록 호텔로 이익을 창출하지만, 결국 삶의 활력을 나누는 터전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빈집을 활용해 마을 전체를 호텔로 바꾸어 사용해고자 하는 근본적 이유가 돼야 한다.

그저 보여 주기 식을 원하는 것이라면, 티브이 방송에서 예쁘게 꾸민 세트형 마을에서 사진처럼 보여 주면서 살 뿐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선택지를 넓히는 노력이 마을 호텔에 접목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마을은 호텔처럼 조금씩 낡아가게 된다. 활력은 사람과 사람이 인연-사귐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공간에서 자라난다. 마을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귐이란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만남에도 적용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이란 콘셉트에 공감한 마을 사람들은 호텔 시설 근처의 숲과 길가의 꽃과 나무들을 자주적으로 관리하고 숙박객을 마을 사람만 알고 있는 길로 안내해서 산책을 즐기게 하거나 마을에서 자라는 버섯과 고사리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섭 전시기획자
이섭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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