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한국정치학회·정책기획위원회 특별기획 학술회의 ‘주민자치’ 세션] ‘읍면동 민주화’의 주민자치적 의미와 조건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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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한국정치학회·정책기획위원회 특별기획 학술회의 ‘주민자치’ 세션] ‘읍면동 민주화’의 주민자치적 의미와 조건 고찰
  •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승인 2021.04.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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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요약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풀뿌리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이것은 시민 다수가 선출한 소수의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적인 패러다임으로서, 소수 엘리트에 의한 관료주의방식이 아닌 민중과 보통사람들인 주민들이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역량을 자양분으로 삼아서 대안적 삶의 뿌리를 만들고 자라나도록 추구하는 패러다임이다.

‘풀뿌리민주주의’가 추구하는 핵심은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활공간인 동네, 마을, 여러 공동체에 직접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하면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과 역량을 생활의 터전과 삶의 뿌리기반에서 자라나도록 추구하는 것이다.미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타운미팅과 타운자치정부 사례가 한국 읍면동 민주화와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은 첫째, 미국 사례는 주권재민을 통한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원리를 ‘주민자치 방식’으로 잘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이것은 ‘주민주권론’과 ‘보충성의 원리’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상적 구현을 ‘연방공화국’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미국 사례는 한국과 비교되는 ‘주민자치’의 내실화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관제화되고 관치화된 행정과 주민자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권력이 분립되도록 하는 정부형태로 연방제와 주정부, 카운티정부, 그리고 타운정부의 자치를 꼽았다. 그는 이러한 주민자치의 경험이 없었다면 미국의 자유정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그리고 그는 미국이 중앙집권적인 정부형태를 가진 프랑스와 같이 혁명으로 인한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폭력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된 배경 중에 하나로서 아래로부터의 주민자치를 꼽는다.

미국사례는 ‘보충성의 원리’를 강화시켜 읍면동의 기초정부를 주민자치권력의 핵심으로 세우는 데 효과가 있다. 그래서 미국의 사례는 한국도 ‘주민지치회’의 활성화를 통해 관료주의와 관치주의가 만연한 읍·면·동 행정체계의 민주화를 촉진하여 ‘제2의 민주화’를 선도해야 함을 역설한다.

읍면동 민주화의 의미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인 시·도, 시·군·구는 아직도 법령이나 예산 등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실생활에서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근거리에 있는 읍·면·동의 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고 단체장이 임명하는 공무원이 맡고 있는 실정이다. 읍·면·동·리·반에서 주민자치회 설립에 따른 ‘생활자치’가 작동한다면, “읍면동 행정체계에 의한 주민 생활세계의 식민화”가 멈추는 ‘제2의 민주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및 통·리 단위의 주민대표기구로, 매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및 주민세 환급사업을 선정하고 주민총회에서 인준 받아 차기 년도 자치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를 밟게 됨으로써 실질화된다. 특히,이런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장 및 읍면동 의회와 연관속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통해 시민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읍면동 주민자치제도화의 문제점과 대안
2020년 10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1대 첫 정기국회를 통과했다. 약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우리 지방자치의 한축인 ‘단체자치’가 한 단계 진전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 관점에서 볼 때 권력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주권재민’의 핵심 원리인 ‘주민자치회’ 설립 규정이 빠졌다는 점에서 큰 오점과 논쟁거리를 남겼다.

그렇다면 주민자치회의 관제주민자치회나 관치주민자치회로 형해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관제화된 주민자치회’나 ‘관치화된 주민자치회’를 거부하고 자유실현을 위한 원천권력으로서의 주민자치회를 추구하는 행위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근본적 대안으로 제기된다. 원천권력으로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려는 힘이 헌법개정안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차별화된 주민자치회 법률안도 필요하다.

2021년에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을 성안하여 입법발의에 들어갔다. 법률안은 주민자치회의 설립과 자율적 운영의 힘이 주민자치의 성패요인이라는 것을 ‘법률의 정신’으로 분명하게 밝히면서 그것을 주민자치회 설치의 목적에서부터 법의 마지막 조항까지 일관된 내용과 체계로 보여주고 있다는 데 선진적 의미가 있다.

우리는 1952년 이후 읍·면·동장을 주민직선제를 선출하였으나 독재정부의 등장으로 폐지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지방자치가 부활 된지 30년 되었지만, 현재 읍면동장은 관료화된 공무원으로 단체장이 임명하고 있고 통리장도 임명제로 운영되고 있어 극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실질화를 위한 조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타운미팅과 기초공화국 헌법안을 탄생시킨 미국 자유시민의 청교도 습속과 위계서 열의 집단주의와 친화적인 유교와 성리학 습속에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시민과는 다르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이런 이유에서 미국적 풍토에서 자라난 법과 제도 및 정치문화를 우리의 실정을 무시하고 외부에서 이식하려는 ‘제도이식론’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경험과 관행을 존중하는 보통법의 정신대로, 우리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한발 한발 점진적으로 나아가면서 변화를 도모하는 ‘제도개선론’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탄생시켰던 읍면동 주민자치의 경험과 의미를 되새기고 그 부활을 위한 제2의 민주화인 ‘읍면동 직선제 쟁취’ 캠페인에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국민주권의 원칙으로 돌아가서 “권력의 주인으로서 자유시민의 생활태도와 습속”을 찾고 이를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 정신을 반영하는 영미식의 보통법(common law)의 법정신처럼, 풀뿌리 지역현장에서 발원하는 지역성(locality)을 통해 보편성의 실현을 강조하는 ‘로컬정당’(local party· 마을동네정당/주민자치정당)을 허용한다면, 전국정당은 전국선거와 지방선거 모두에 후보를 공천할 수 있고, 지방정당은 지방선거에만 공천할 수 있도록 하면 큰 문제는 없다. 또 시군구 기초선거에 대한 중앙당 공천제를 폐지함으로써 마을주민정치의 자율성 회복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주도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중앙에 의한 하향식 메이킹 다운(making down)방식에 가깝다.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마을 만들기’에서 ‘마을 가꾸기’ 콘셉트로 노선 정립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주민자치회 만들기’가 아니라 ‘주민자치회 가꾸기’로 바꿀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와 마을생태계는 위계적 중심이 있는 돈과 행정, 활동가들의 목적의식과 같은 외부이식론과 ‘제도이식론’으로 자라나지 않기에 마을을 만들도록(making down) 해서는 안 되고 자라나도록(growing up)가꿀 필요가 있다.

특히 주민자치지원관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활동가들이 ‘메이커(maker)’의 역할이 아닌 ‘정원사’(gardener)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는 관제(官製)주민자치나 관치(官治)주민자치처럼 행정권력 혹은 활동가의 목적의식적 도구적 행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다양한 욕구와 동기가 자생적으로 자라나고 열리고 공론장이 형성됨으로써 실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자유로운 말과 행동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공적영역에 참여하고 공공성에 대한 생태계를 만들며 자신의 개성과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는 ‘드러냄의 역량’(appearing capacity)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역량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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