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비용추계의 효과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독립된 주체로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위와 권능을 부여한다. 또한, 조례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 및 정책 실현의 수단으로서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조례의 증가는 한정된 지방 재원의 관리적 측면에서 건전성을 위협하게 된다. 이에 재정 수반 조례에 대한 지방재정의 건전성 약화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조례안 비용추계제도이다. 조례안 비용추계제도는 조례의 시행 전에 미리 시행에 소요될 비용을 분석해 봄으로써 미시적으로는 개별조례의 효율성을 따져 재정 낭비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하며, 거시적으로는 재정적자를 통제하고 재정 운용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비용추계제도 도입 배경 및 기능
비용추계제도는 1970년대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를 경험하면서, 엄격한 재정적자를 통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 지출의 증가를 초래하는 무분별한 입법에 대한 규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책이 한 번 시행되면 국민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입법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도입됐다(국회예산정책처, 2006, 「법안비용추계」).

한국의 경우 의원발의 재정 수반 법안의 효과적 입법을 위해서 전문적인 비용추계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조직을 설치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 2003년 7월에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예산정책처를 신설하고, 법안 비용추계 의무를 예산정책처의 직무에 포함시켰다.

또한, 지방정부에서도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2011. 7. 14.) 예산상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할 경우에는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의안에 첨부하도록 함으로써 2011년부터 지방정부에서 비용추계에 관한 조례가 순차적으로 제정돼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국회예산정책처, 2006, 「법안비용추계」).

비용추계의 기능은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재정의 건전성 유지 기능이다. 법률안 등의 사전 검토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재정적 부담을 파악함으로써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총액 및 부문별 한도액 등 재정의 건전성 영향을 인지할 수 있다.

둘째, 희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상임위원회에서는 비용추계 정보를 토대로 국가재정 부담 능력의 한계를 고려해 한정된 예산을 보다 중대하고 시급한 법률안에 집중하거나,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법안 내용을 수정 또는 폐지함으로써 불요불급한 입법행위를 방지하고 희소한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셋째, 법률과 예산의 연계성 강화이다. 입법과정과 예산과정을 연계시키는 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비용추계제도이다. 비용추계는 재정 부담 능력을 고려한 입법을 유도함으로써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입법을 방지하고, 예산편성 이전에 미리 소요 비용을 과학적으로 추계함으로써 법률과 연계 없이 예산을 편성하는 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법안 내용의 질적 제고이다. 법안의 소요 비용을 제대로 추계하기 위해서는 필히 관련 법, 제도 등을 정책적 측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법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경우에 더 필요하지만, 비교적 구체적 내용의 법안이라도 비용추계과정에서 새로 발견된 사실은 당초의 법안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다섯째, 예산의 효과적 집행을 유도할 수 있다. 비용추계에서는 가장 비용 효과적이고 집행가능성이 큰 대안을 가정하고 추계해야 한다. 따라서 비용추계의 정보는 집행의 재량을 가지고 있는 행정부에 집행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비용추계에서 제시하는 단가기준은 가장 비용 효과적인 단가를 채택함으로써 예산편성과 집행에서 낭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비용추계 현황
경기도의회 의원발의 조례안에 대한 비용추계 건수는 매년 증가하면서 2020년도 429건을 처리했다. 상임위원회별 교육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다른 상임위원회보다 더 많은 비용추계가 처리됐음을 알 수 있다.

비용추계 유형별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비용추계 건은 75건(17.5%), 비용추계 미첨부 조례안은 224건(52.2%), 비용추계 미대상은 129건(30.0%), 기타 보류 건수는 1건(0.2%)으로 집계됐다.

비용추계제도 운영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례와 예산이 연계돼야 한다. 예산 없는 조례는 실효성이 없고, 조례 없는 예산은 지출 근거가 없는 편의적 지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바 조례안의 재정 수반 조항에 대한 예산 편성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1) 사업 담당 부서와 비용추계 담당 부서와의 소통 부족
재량 조항에 따른 금액 차이이다. 비용추계 전담부서는 재량 조항에 대해 지원 규모와 범위를 자가(Self)추계할 수 없기 때문에 재량 조항을 의무조항으로 판단해 추계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사업 담당 부서는 예산의 한계와 유사사업 등의 고려로 재량 조항에 대해 사업 규모와 범위를 보수적 예산편성을 하기 때문에 추계 금액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2) 비용추계 절차의 한계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조례안은 해당 상임위 심의에서 질의와 토론 등의 절차를 걸쳐 조례안 수정이 이뤄진다. 수정된 조례안은 원안 조례안과 달리 지원대상 및 지원금액이 변동되나, 현행 비용추계 절차상 상임위에서 수정된 조례안에 대한 재再비용추계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추계 금액과 괴리가 발생한다.

또한, 재정수반 조항이 포함된 조례는 예산이 수반돼야 하나, 회계연도 10월 중 발의된 조례안은 다음 회계연도에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회계연도 50일(11월 11일) 전에 예산안을 의회로 제출되기 때문에 반영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3) 포괄적인 사업내용
조례 발의 의원은 조례안에 사업 내용, 지원 규모, 지원 시기 등 명확히 명시할 경우 조례의 원안가결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사업내용 등이 포괄적인 조례가 성안되거나, 하위 규칙에 포괄적 위임하는 조례가 나타난다. 이러한 조례는 예산 편성권자에게 편의적인 예산 편성 재량을 부여함으로써 추계 금액과 괴리 발생에 원인을 제공한다.

비용추계제도 운영의 개선방안
첫째, 사업부서와 비용추계 부서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비용추계 정보는 조례안의 입안단계에서 상임위 심의 시 예산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비용추계의 예산 정보를 토대로 사업 담당 부서의 상임위 심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용추계 작성 단계부터 비용추계 담당 부서와의 사업 담당 부서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상임위원회에서 조례안 수정 시 비용추계의 재작성이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국회법」 개정(2014. 3. 18.)으로 상임위원회 수정안 및 대안에 대해서도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등 비용추계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비용추계제도의 취지가 조례입안 단계부터 지방재정에 어느 정도의 부담을 초래할 것인지 객관적·사전적 의미를 지니므로 수정된 조례안에 대한 객관적인 비용추계를 통해 비용 정보를 의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셋째, 조례에 따른 예산 편성 계획을 의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조례안이 의결돼 시행되는 경우 집행부는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예산 편성 계획을 지방의회에 보고하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의결된 조례에 대해 각 조항별 세세한 사업 내용과 예산 규모 등 예산 편성 계획을 마련한다면 조례 입안대표자와 함께 입법 취지에 따른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넷째, 입법 시 재정 수반 조항의 구체적 명시화 방안이다. 조례안 제정 시 사업 내용을 세세하게 명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시행 규칙에 포괄적 위임할 경우 예산 편성권자의 자의적인 예산 편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조례안 제정 시 재정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조례 취지와 무관하게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가 지속될수록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된다. 이는 사회·정치적인 지역 주민의 요구가 반영된 조례 제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례제정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지방정부 예산의 건전성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용추계제도 운영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마련돼 지방의회의 입법과정과 예산과정의 유기적인 관계발전을 기대한다.

박재용 경기도의회 예산정책담당관실 예산분석관
박재용 경기도의회 예산정책담당관실 예산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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