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수 연구위원·전상직 회장,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에서 주민자치 기본법 쟁점에 대한 분석 및 고찰

명확한 자치와 분권을 보장하는 한편 주민자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대로 된 주민자치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기획세션을 운영했다.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된 2섹션은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민자치 기본법의 쟁점 사안에 대한 분석과 고찰로 펼쳐졌다.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첫 번째 발제는 ‘주민자치 기본법안의 쟁점과 의미’를 주제로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이, 두 번째 발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주민자치 기본법 비판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종규 동양대 교수, 박상규 경기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이종원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최인수 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주민자치 기본법에서 권한의 주체는 주민총회이고 권한의 실행은 주민자치회에 두고 있다. 주민총회는 지역 현안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이 있고,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풀뿌리자치 활성화를 위한 집행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며 “세부적인 쟁점과 의미를 살펴보면 주민을 주민자치회 구성원으로 보되 주민 중 추첨을 통해 위원을 선정한다는 점이다. 주지할 사실은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례와 자치규약으로 주민의 자격 및 권한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주민총회 참여에 대한 성립 요건을 명확히 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는 참여할 수 있으나 주민총회에 참여 제한을 두는 조항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위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가 삭제된 상황에서 주민자치회 관련 조항의 지방자치법 법률개정안과 개별법으로서의 주민자치 기본법안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그러나 주민자치, 주민자치회 제도화에 있어 지방자치법 일부법률개정안과 주민자치회법안을 통해 조속히 주민자치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 위원은 또 “주민자치, 주민자치회의 법제도화에 있어서 그 간의 주민자치 읍면동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성과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 기본법안과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법 등 관련 4개 법률안의 검토 및 논의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입법적 대안이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민자치 기본법안이 향후 실효성 있는 법제도가 되기 위해 읍면동 현장중심의 사전적 공론화 과정이 필수요소일 것”이라며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다음은 전상직 회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전 회장은 “김영배 의원의 법안은 주민 입장에서 만들어진 주민자치 기본법이 아니다. 주민자치는 읍면동 문제다. 주민의 생활 세계인 통리 및 읍면동은 관료행정 보다 주민자치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데 모두 동의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를 읍면동 계층에 설치하면 읍면동과 주민자치회는 기관중복이 되고 대립이 된다. 따라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협치중심으로, 통리 주민자치회는 자치중심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강조하며 “주민자치법안은 주민들에게 무엇을 하라는 실체법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절차법이다. 주민자치를 둘러싸고 주체인 주민에게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면서 주민의 자치권은 정작 주민자치권력에게 대폭 부여하였다. 서울시 경우 주민자치가 시민단체 관리 아래 편입돼 버렸다. 주민자치회가 자치지원관의 영도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단체장을 주민이 선출하고, 의원도 주민이 선출하는 대의민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과 가장 근거리에 있고 밀접한 읍면동장은 주민들이 선출하지 못하고 단체장이 임명하는 공무원이 맡고 있다. 모순이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통리와 읍면동이 주민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며 “김영배 법안은 1895년 을미개혁으로 입법했던 향회조규의 전통을 무시하고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면서 만든 식민지법의 근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주민을 자치능력이 없다고 업신여기고 자치회도 운영할 수 없다고 무시하며 만든 법안이다. 선량한 주민의 자치 의지마저 좌절시키고 왜곡시키는 악법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환용 선임연구위원은 “주민자치란 주민이 자기 지역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 가는 직접 민주주의의 발현으로 이해돼야 하며, 이는 단체자치를 보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총회에 있어야 할 것이며,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옳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단위는 읍면동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자격을 지방자치법 ‘제12조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안에 주소를 가진 자는 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된다’ 보다 확장해 규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종규 교수는 “주민자치회가 2013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이후 이렇게 오래 계속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시범사업 다음단계를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아직 미숙한 상황이라는 말이다”라며 “전 회장의 발표 중 읍면동을 자치단체화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법안은 읍면동 자치화와는 큰 연결고리가 없어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주민자치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보며 주민에 의한 자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제정되어야 한다. 주민자치 기본법 관련 토론과 경로적 목표 지향을 뚜렷이 하는 자리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박상규 회장은 “주민자치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불합리한 요소를 접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는 지자체에서 마음만 먹으면 자기들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데, 마치 조례가 만병통치약인양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해 관의 지배를 받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김영배 의원의 법안을 보면 분권과 자치의 개념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주민에 대한 개념조차 무시돼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주민자치위원을 구성함에 있어 추첨제가 가장 민주적이고 동등하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배제하게 만드는 것도 얼토당토않다”고 지적했다.

이종원 교수는 “김영배 의원 법안은 조항이 너무 자세히 규정돼 있다. 다양한 지역현실과 현실생활에 기반해 자율성을 바탕으로 형성해야 할 것을 주민자치와 주민자치회에 관련해 너무 자세하게 법제화한 것이다. 따라서 행정관리적 입장의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행정청의 마인드와 주민자치조직의 생활양식이 어떻게 서로 조화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화두라고 본다”며 “결국 지역주민이 진정으로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주민자치의 참여 의지가 있으며, 주민자치회를 운영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에 필수적일 것”이라고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사진 = 이문재 기자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