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월간 '주민자치'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월간 '주민자치'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월간 '주민자치' 발행인

1.한국의 주민자치를 일구자고 발행한 월간<주민자치>가 지령 100호가 됐다. 발행할 당시 주민자치의 학술이 불모지였고, 정책도 불모지였고, 현장도 불모지였다.

“내가 걸음마를 떼면서/ 최초에 느낀 것은/ 내 팔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주민이 자치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주민에게는 자치를 동인으로, 국가에는 정책을 자료로, 학자에게는 학술을 기회로 제공했다. 그렇게 하면서 지령 100호가 됐다.

“내가 칠순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느끼는 것도/ 내팔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월간<주민자치>의 지령이 100호가 됐는 데도 주민의 자치는 아직도 걸음마 조차도 떼지 못하고 있다.

 

 


2.주민자치는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회고, 마을을 자치하는 자치회고, 사회 조직인 마을회일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에서 주체인 주민을 고의로 빼어서 무력화 했다.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로 자치를 할 수 없도록 묶어 무력화 했다. 마을을 행정으로 장악하고, 주민의 소통·단합을 저해하고 있다. 주민자치가 아예 싹조차 틔울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관료도 관료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주민자치위원들도 위원들이 할 바를 모르고, 주민들도 주민의 권리를 모른다. 모두가 모른다.

“이 눈먼 싸움에서/ …… / 두 이레 강아지 눈만큼이라도/ …… 눈을 뜨게 하소서.”

월간<주민자치>는 각각의 주체들이 눈먼 싸움에서 눈뜨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했다. 주민이 주인으로 눈뜨고, 마을이 차지로 눈뜨고, 주민이 대동에 눈뜨는 것에 기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도고일척이면 마고일장’(道高一尺魔高一丈)이라 했듯이 주민자치에도 어김없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죽자 살자 덤비고, 이권으로 기를 쓰고 덤비는 현상이 일어났다.

 


3. 서울시 금천구의 경우를 보자. 금천구에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사)마을인교육에 위탁하고 있다. 시민단체에 주민자치를 위탁했다. 주민의 뜻과는 관계없이 구청장이 주민의 자치를 위탁했다. 주민을 시민단체에 내어주는 무모한 처사라 하지 않을수 없다. 동별로 자치지원관을 하나씩 배치했다. 다음은 지원관이 하는 일이다.

즉 주민자치회 운영 사업기획 및 현장 지원, 주민자치회 구성 및 모임 네트워크 구성, 운영 촉진, 자치계획 수립 및 운영 기획, 주민자치회 협의수탁자치, 업무 기획, 자치구 주민자치 활성화 지속화 방안 연구, 주민자치회 회계 지원 등이다.

아예 주민의 자치가 아니라, 지원관의 자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주민자치지원단과 지원관 활동을 보면,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기 위해 체결한 을사늑약을 보는 것 같다. 즉 ‘적당한 시기에 조선의 병합을 단행’하고, ‘병합의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병합의방침에 따라 충분히 보호의 실권을 쥐고, 가능한 노력해서 실력을 키울 것’을 추진했다. 일제의 조선 ‘보호-병합’의 구도에서 박원순 시장의 ‘지원-지배’가 곧바로 느껴지는 것은 필자의 예민함일까?

 


4.그러나 서울시장의 권력으로, 행정안전부의 권력으로 주민의 자치를 조작해도 나는 주민을 믿는다.

“도가 한자 높아지면/ 마는 한척 높아지지만/ 그러나 봉우리에 도달하면/ 마(魔)는 자연히 물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민의 자치를 주민의 궤도에 올리고, 주민의 자치를 자치의 궤도에 올릴 때까지 월간<주민자치>는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 /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주민자치가 주민에 닿아 있지 못하고 자치에 닿아 있지 못하다. 그렇게 자치를 주민과 떨어지게 만드는 조처들에 대해서 단호하게 주민자치의 길로 밝히면서 지령 200호로 가야 한다.

 


5.“이제까지의 나의 생애는/ …… / 모험과 착오의 연속/ 나의 심신의 발자취는/ 모과 옹두리처럼 사연투성이다/ 예서 앞길이 보이지 않기론/ 지나온 길이나 매양이지만/ 오직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끌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