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주민자치회가 2월 3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1월 김명숙 충남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충청남도 농촌정책 협업 촉진과 주민자치 강화 조례안’(이하 조례안)을 주민자치회 무력화 시도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 자리였다. 이와 함께 국회 ‘주민자치회법’ 제정 촉구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충남 주민자치회 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박강희 대표회장 취임 이래 두 번째로 열렸다. 긴급 소집된 이날 회의에는 박강희 대표회장을 비롯해 이현상 상임회장, 이일건 사무총장, 조진연 재무총장 등 주요 임원들이 모였다.

박강희 대표회장은 “지난 1월 19일 김명숙 도의원이 발의한 조례 내용을 보면, 중간조직인 농촌활력지원센터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무력화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도 조직이 생기면 15개 시군으로 확대될 것이고 주민자치회는 그 하부조직화 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내용을 보면 주민자치회에서 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센터에서하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일건 사무총장도 “주민자치회가 있는데 별도의 센터를 또 만든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주민자치회가 단합된 힘으로 강력하게 도에 건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연 재무총장은 “농촌정책 협업 촉진과 주민자치 강화가 합쳐진 조례명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충남에 주민자치가 잘 되는 곳들도 많지만 운영이 활발하지 않은 곳들도 있다. 의회와 주민자치회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내용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김명숙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농촌주민 생활여건 개선과 복지증진 등 농촌정책을 총괄하고, 각종 농촌지원사업 간의 연계·협력 및 정책 협업 촉진을 위하여” 도지사는 ‘업무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농촌정책 협업 촉진 행정협의회’를 두며, 사업 집행을 위해 ‘충청남도 농촌활력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간조직인 농촌활력지원센터, 기존 주민자치회가 다 할 수 있는 역할·사업 하게 돼”

이에 대해 이일건 사무총장은 단계적 대응을 제안했다. 그는 “도 주민자치회 회장단이 우선 도지사와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어 도의회의장에게도 우리의 뜻을 강하게 전달하고, 각 협의회장, 위원장님들이 이번 조례안을 공동 발의한 의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할 필요가 있다. 현 주민자치회 조직이 있는데 중간조직을 만드는 것은 기존 체제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상임회장도 “도지사와의 면담이 시급하다. 소수의 임원진이라도 빨리 만나 우리의 뜻을 전달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일건 사무총장은 재차 “도지사와 만나 충분히 어필을 해 답변을 이끌어내고 이어 도의장면담, 각 지역 위원장님들의 의회 방문을 통해 우리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연 재무총장도 “충남 주민자치가 그 동안 잘 이뤄져 왔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지만 이 기회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강희 대표회장은 “의견 주신대로 도지사,도의회의장, 도의원 등을 순차적으로 만나 이번 조례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한다.각 협의회장님들께 오늘 회의내용을 알려 지역회장님들이 의원들로 하여금 발의된 조례가 철회될 수 있게 노력해주시면 좋겠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도지사 면담 일정을 정해 임원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정리했다.

“충남 주민자치회 지원 약속 지켜진 것 없어”

전임 권관희 대표회장 시절부터 충남 주민자치회 조직사무를 맡아온 이일건 사무총장은 그간의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번에 양승조 지사님 만나면 할 말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조례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도의회의 조례안 철회를 이끌어내는 것이지만, 예전에 보령 워크숍,이후 공개토론 등에서 지사님이 약속하신 주민자치회에 대한 지원내용들이 지켜진 게 거의 없습니다. 충남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인 승인도 끝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중간조직이 생긴다고 하니 ‘주민자치회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 박강희 대표회장이 두 번째 안건을 언급했다. ‘작년 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서 빠진 주민자치회법이 21대 국회에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백영춘 수석부회장은 “한병도 의원에 이어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민자치기본법안’은 한병도 의원안에 비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불편한 조항이 들어가 있어 중앙회에서 면밀히 분석중이다. 중앙회의 주민자치회법안도 현재 국회 법제 심의 중인데 아마 국회에서 여러 안들을 모아 복합 심의할 것으로 본다. 올바른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게 다 같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상 상임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수시로 만나 주민자치회법 제정에 대해 계속 설명하고 촉구하고 있다. 다른 회장님들도 열심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더 부지런히 우리 뜻을 전해 주민자치회법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내용은 각 협의회장에게 전달, 결정사항이 빠르게 실행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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