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웅 전라남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최철웅 전라남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최철웅 전남 주민자치회 대표회장을 보면 한 눈에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다소 엄격해보일 수 있는 인상이지만 그 만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 같은 믿음 또한 급상승한다.

30여년 공직 경험, 그것도 경찰 공무원 생활, 더구나 주로 수사업무를 담당하며 수사과장을 역임했고 퇴임 직전엔 정보업무를 수행했다는 이력을 접한다면 그 ‘카리스마’의 배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직 생활을 해서인지 동이나 시군 공무원을 보면 그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과 안타까운 마음이 다 듭니다. ‘라떼는 말이야’가 될 수도 있지만 예전엔 호적등본을 떼려도 호적계 직원이 읍면에 가서 필사를 했거든요. 지금은 다 전산화 돼서 이름만 치면 전부 나오잖아요. 인구는 줄고 있지만 공무원 숫자는 엄청 늘어났거든요. 그런데 또 정작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고 행정서비스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꽤 있더라고요.”

정년퇴임 후 사업을 시작하고 지역 활동을 하다 보니 그 공무원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민자치위원회 일을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의 계기가 그렇듯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주변 권유’로 하게 됐더라도 일단 시작했으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막상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니까 진짜 실질적으로 제대로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행정의 하수(下手)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 주민자치위원회라면 동민들이 위원장을 뽑아야 하는데 지금은 주민자치위원장을 동장이 임명하니까 동회에 소속되는 셈인데 무슨 주민자치가 되겠나 싶습니다. 그게 자치와는 안 맞는 것이죠.”

최철웅 대표회장은 “주민자치를 하려면 주민이 각 동, 각 면의 실질적 주인이 되어 위원장을 뽑고 위원장 산하에 각 기구가 편성되고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라며 “자체 회비만으로는 부족하고 안정적 수입원이 있어야 일자리 창출도 되고 사업도 되는데 이게 안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사례를 들었다. 아파트 세대원들 모두가 회원이고 각 세대가 납부한 각종 시설 사용료, 공동 전기료, 관리비 등에서 관리 인건비가 나오고 재활용품 등을 판매해 수입원을 만드는 구조에 주목했다. 그와 비슷한 편제를 만든다면 동 주민자치위원회도 자생력을 갖고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방의원들 만날 때마다 제안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각 동에 다 해당되는 쓰레기 처리 관련 사항만 봐도 이와 관련된 예산을 각 동에 할당해 내려 보내 실질적으로 각 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겁니다. 우선 시군구 단위로 해서 활성화 된다면 보완할 거 보완해서 목포시 23개동에 배분한다면 각 동에서 실행하면서 재활용 분리수거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쓰레기 하나라도 자원화 하는 노력을 하면서 쓰레기도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운영하다보면 장단점이 나올 것이고 이를 충분히 보완해 거시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민자치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이런 실행사업을 통해 주민자치도 더 잘 될 수 있을 겁니다.”

주민자치 실질화 되려면 주민자치 법제화 절실
목포시 용해동 주민자치위원장, 목포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을 거쳐 전라남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에 오른 것은 ‘제대로 된 주민자치’에 대한 열망, 갈급함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주민자치 법제화’로 연결된다.

“보통 지자체장이 바뀌면 주민자치위원회도 영향을 받습니다. 전·현직 갈등이나 편 가르기로 이상한 불이익을 받기도 하고 활성화가 안 되는 경우도 생기고요. 행정, 관치를 벗어나야 주민자치가 제대로 서고 활성화 되는데 지금은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아닙니다.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서는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 20대 국회 때 안 돼서... 이번 21대엔 꼭 되어야 합니다. 어제도 지역구 김원이 의원을 찾아가 ‘주민자치회법안’ 설명도 드리고 공동 발의 동참과 함께 이번 국회에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왔습니다.”

경찰공무원으로서 오랜 수사 경험은 알게 모르게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역 돌아가는 상황, 동네 구석구석을 살핌에 있어서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어떤 게 필요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걸 바꾸고 고쳐나가야 하는 지를 ‘프로 불편러’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자체장, 지방의원들에게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과 대립하고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역을 위해 협력하고 협조를 이끌어내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할 말은 하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네트워킹은 매끄럽게 구축한다.

주민자치위원회 활동도 마찬가지다. 동네 문제점을 살피고 어려운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이거다’ 싶은 일이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방역이 이슈가 되고 있을 때도 주민자치위원들에게는 물론, 지역 직능단체에도 ‘공무원 한두 명이 방역 하는 거 보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 동네 방역 우리가 직접 하자’고 제안해 매일 몇 명씩 조를 짜서 방역을 실시했다.

"주민자치 활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연결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최대한 많은 분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싶다"

전남 22개 시군 중 협의회 구성 안 된 데 많아 조직화 과제
용해동, 목포시에 이어 최철웅 회장의 주민자치 프리즘은 전라남도로 확대됐다. 지난 2019년 6월 도 조직인 전남 주민자치회장에 오른 것이다. 의욕적으로 조직을 정비해 본격적인 활동을 막 전개하려던 시점에 코로나19가 터졌다. 광역 조직인 만큼 목포는 물론이고 여수, 순천 등 타 시군을 찾아다니며 활발히 사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것이다.

“전남 22개 시군 중에 협의회 구성이 안 되어 있는 곳이 절반 가까이 돼서 우선 조직부터 정비하고 구성하는 게 시급합니다. 각 지역의 실상은 파악하고 있지만 시군 회의 할 때 실질적으로 가서 얼굴 맞대고 같이 움직여주고 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못 되고 있어 무척 안타깝습니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일선에서 같이 연계하고 뭉치게 되면 엄청난 큰 힘이 생길 것입니다.”

광역 주민자치회로서 풀어가야 할 실질적 애로도 적지 않다. 당장 주민자치회 사무공간이나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최 회장은 “주민자치회나 위원회에서는 일손이 부족하지만 지역을 다니다보면 주민자치 활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연결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최대한 많은 분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싶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