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모 전라남도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

“주민자치는 선택이 아닌 우리 삶의 기본입니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우리가 나서서 마중물이 되고 디딤돌을 놓아야 할 것입니다. 전라남도 주민자치회, 여성회의와 손을 맞잡고 전남 주민자치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주민자치 발전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월 전라남도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에 오른 김석모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마중물’ ‘디딤돌’ 다 소중한 역할이고 그에게 잘 어울리는 용어이지만 어쩐지 김 회장을 보면 ‘초석’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여수시 주민자치의 초석’.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여수시 주민자치의 뿌리를 내려놓은 사람으로 통한다.

지역에서의 봉사, 사회단체 활동은 일찍부터 시작했다. ‘주위에서 자꾸 추천을 해서’라는 이유를 대지만 소위 ‘주변 권유’도 다 까닭이 있을 터다. 김석모 회장은 국가적으로도 큰 행사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기 직전인 2011년 쌍봉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은 후 4년 간 맹활약을 펼쳤다. 2012~13년 2년간은 여수시 협의회장으로서 여수세계박람회 성공에 기여했다.

“제가 협의회장을 맡기 전까지 협의회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진 못했어요. 당시 여수시장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각 동마다 사무실을 설치해 개소식을 다 했고요. 2011년 당시 전국에 사무실을 갖춘 자치위원회가 거의 없었는데 여수시는 싹 다 만든 거죠. 여수 엑스포 때는 ‘친절’ ‘질서’ ‘봉사’ ‘청결’ 4개 분과 중 ‘청결’ 분과를 협의회가 맡아 성공리에 해냈지요.”

여수 협의회장으로 엑스포 성공에 기여...주민자치위원회 위상도 높여

여수시 주민자치위원들끼리 서로 잘 몰라 소통과 단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뜸 1년에 한 번 씩 위원 단합대회를 만들어 시행했고 선진지 견학도 진행했다. 각 동과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협의회 월례회도 각 동 위원회에서 돌아가면서 실시했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그렇게 각 동을 다니며 회의를 하고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니 여수시 주민자치위원회가 일괄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확 성장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왕성한 활동은 다행히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단절되진 않았다. 이후 협의회 고문으로 추대돼 지금까지도 ‘주민자치 원로’로서의 활약을 계속하고 있다. 1년 전 출범한 전남 주민자치원로회의로 연결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텍스트로만 읽는다면 더없이 성공적인 행보다. 그러나 행간에 숨겨진 숱한 고충이 왜 없었겠는가.

“가장 큰 애로는 부족한 예산,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 갈등 해결 등이죠. 예산이 부족해 자비도 많이 썼고요. 힘들어도 헤쳐 나갔죠. 협의회장하면서 동장과 위원장 사이가 안 좋은 곳은 지속적으로 소통, 중재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약한 동장들은 계속 설득해 나갔죠. 부족한 예산은 어떻게든 따 내서 해결하고,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월례회의 할 땐 각 동 위원장 뿐 아니라 간사들까지 전부 다 참석하게 했어요. 위원장이 미처 못 듣고 넘어가는 것을 간사들이 기록했다가 전파할 수 있게끔 한 거죠. 또 회의 땐 동장, 노인회장 등 타 단체장, 시도의원들까지 다 참석할 수 있게 해서 위상을 높였고요.”

이렇게 협의회를 활성화 시키다보니 ‘1년 단임’ 임기를 주변에서 더 아쉬워했고 결국 연임 규정을 조례에 넣어 1년을 더 하기도 했다.

힘들어도 헤쳐 나간다!
“지금 주민자치는 자치가 아니라 관치입니다. 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동장, 이장, 통반장들이 없어져야 해요. 주민자치위원장이 동장을 겸임하면 되고, 통장은 동 자치위원으로 들어와 위원회가 그렇게 구성돼야 합니다. 관에서 통장, 이장을 만들어 놓으니까 주민자치위원도 공무원 하수 역할 밖에 안 되는 것이죠. 자치위원이 이래서는 안됩니다. 97%는 위원 스스로 해나가야 하고 2~3% 기술적인 면을 동에서 지원해주는 형태가 되어야죠. 그게 잘 되어서 자치위원장을 민선으로 뽑아 동장을 하게하고 자치회에서 관리를 하고요.”

아직도 아쉬운 건 지난 20대 국회 때 이루지 못한 ‘주민자치회법안’ 제정이다. 김석모 회장은 “그때 공청회, 회의 참석한다고 여수에서 국회의사당을 몇 번이나 오고갔게요. 지역구 국회의원들 다 만나서 법안 발의에 동의해주라고 요청도 엄청 했었죠. 이번 국회에선 법안이 꼭 통과될 수 있게 한 번 더 뛰어야겠죠.”

주민자치회법안이 제정될 수 있게 힘쓰는 한편 여전히 ‘관치를 위한 조례’인 시 조례를 개정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의 위치이지만 주민자치 실질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조언이나 지원 등 후방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다할 마음이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주민자치회법안 국회 통과가 중요하지만 각 지역 조례부터라도 ‘관치를 위한 조례’가 아닌 ‘자치할 수 있는 조례’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전문가 자문을 구하고 타 지역에 잘 되어 있는 조례를 수집, 참조해서 조례를 바꿔나간다면 주민자치위원회 사업비는 물론, 운영비, 간사 보조금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받아 주민자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민자치회법안 국회 통과가 중요하지만 각 지역 조례부터라도 ‘관치를 위한 조례’가 아닌 ‘자치할 수 있는 조례’로 만들어야 한다"

전남 원로들의 힘 제대로 결집
주민자치(위원)회 역사가 20년이 되다보니 김석모 회장처럼 현직에서 획을 긋는 왕성한 활동을 하다 물러난 전직 위원장들이 전국에, 또 전남만 해도 엄청 많다. ‘원로들의 주민자치 경험과 지혜를 사장시키지 않고 현직의 활동을 든든히 지원한다’는 원로회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 지금까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주변에 많은 원로들을 보면서 이 분들의 힘을 결집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여수를 비롯해 전남은 원로들의 활동이나 모임이 활발한 편이기도 했지만 마침 1년 전엔 전남 원로회의가 출범하여 이 분들의 힘을 제대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많은 지역과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발발과 확산은 막 날개를 피려던 전남 원로회의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전남 곳곳을 다니며 원로들과 만나고 지역 조직을 활성화 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현직 시절 전남 주민자치회장을 역임했던 만큼 원로회의와 주민자치회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 원로회의 지원 역할에 대한 견해도 확고하다.

“임기가 끝난 위원장 분들에게 원로회의에 들어와 힘이 되어 주십사 거듭거듭 요청하고 있습니다. 원로회의와 도 주민자치회와의 연계, 협력조직으로서의 역할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전남 주민자치, 더 나아가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발전을 위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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