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림 전라남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오후림 전라남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주민자치회는 지역 봉사단체나 직능단체가 아니다. 주민을 대표하는 마을의제 최고 심의·의결기관이다.”

각 읍면동 단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역단체(꽤 오랫동안 ‘관변단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왔던)들과 구별되는 주민자치회의 차별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맞는 얘기다. 주민자치회는 각 읍면동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회이자, 주민들 스스로 마을 일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치회가 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 역시 자원봉사자가 아닌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

이는 그렇게 되어야 하는 ‘당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수많은 주민자치위원장들과 위원들을 보면 오랫동안 소위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주민자치회가 봉사단체가 아닌’ 것과 상관없이 주민자치위원들 역시 남다른 ‘봉사DNA’가 장착된 분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후림 전라남도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또한 예외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어요. 나눌 게 부족하다면 마음이라도 나눴고, 크게 못하면 작게라도 항상 이웃들과 나눠왔어요. 그런 것들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또 그 분들의 마음을 읽는다고 할까요. 그렇게 마음을 알아주고 써주고 하는 게 좋아요.”

천생 ‘봉사자’의 마인드. 봉사DNA도 타고나는 것일까. 오후림 상임회장은 “어렵게 자라서 그런가? 특히 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베푸는 즐거움과 보람 등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함께 나누고 베푸는 것 좋아...힘든 일? 왜 없겠느냐마는

오후림 회장은 15살 때 고향인 고흥에서 여수로 이주해 50년 이상 터를 잡고 살아 왔다. 일가친지 분들도 다 이곳에 계시고 오래 거주한 만큼 마을 어르신들부터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더구나 반장, 통장부터 부녀회, 새마을금고 등 마을 활동도 열심히 해왔으니 말 다했다. 부녀회장 10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새마을금고는 대의원·이사·봉사단장을 거쳐 지난해 여수시 최초로 여성 이사장에 선출됐다.

여기에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10년 전부터 주민자치위원, 간사, 사무국장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4년 간 국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아 이끌었다. 예전에 비하면 약간 늘어났지만 지금도 많지 않고 당시엔 더 드물었던 여성 위원장으로서 열심히 활동했다. 여수시 27개 동 위원장들이 모인 협의회에서도 부회장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여성도 남성도 다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

“힘든 점이요? 어려운 일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크게 어렵고 힘들지 않았어요. 위원장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는데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다 좋은 분들이고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애쓰셨어요. 저도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했고요.”

오후림 회장이 일을 대하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긍정’과 ‘경청’이다. 그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해서인지 일을 보러 다니면 재밌다. 일을 잘 알고 파악해서 재밌는 것 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흥미롭다. 우선은 사람들이 한 말을 다 믿고 그대로 해보다가 틀리면 다시 할지라도 일단은 들은 대로 해본다. 그렇게 일을 하면 잘 되더라”고 말한다.

주민자치, 여성도 남성도 다 필요하다
전국 주민자치여성회의 회장단을 인터뷰 할 때 저절로 부각되는 것은 ‘주민자치에서 특히 필요하고 중요한 여성들의 저력’이다. 특히 ‘마을 일’은 일처리가 섬세하고 꼼꼼하며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하고 기본적으로 소통에 특화된 여성들이 더 잘 챙기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공감 100%다. 주민자치위원의 경우 여성할당제 등으로 여성들의 참여가 이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지만 회장(위원장) 중 여성의 비중은 여전히 낮다.

오후림 회장 역시 여성의 참여나 비중, 역할과 중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강조하는 한편, 현실적인 이야기도 들려줬다.
“여성들의 꼼꼼한 일처리솜씨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근데 일을 하면 할수록 여성도 남성도 다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아직까지는 대외적인 일이라든지 행사 때 찬조나 협찬 요청 등에서 남성들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들, 남성들이 더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더라고요.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균형적으로 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취임으로 한창 분주한 시점이지만 오후림 회장에겐 중요한 역할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전남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직이다. 처음엔 극구 고사했지만 결국 전남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한마음으로 중책을 맡게 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창립식에서 오후림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국 주민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시 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고 그동안 남성들 중심으로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되고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동력, 여성의 힘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 때”라며 “사실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를 들여다보면 여성비율은 그리 높지 않고 여성출신 위원장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여성들의 섬세함과 꼼꼼함 그리고 생활 속의 다양한 지혜들은 주민화합을 도모하고 이웃주민들과의 친밀감 유대감을 조성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남 여성회의는 코로나19 상황을 뚫고 창립했지만 팬데믹의 지속으로 조직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 회장은 “중책을 맡은 만큼 잘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데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마음 한 쪽이 무겁고 편치 않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활기차게 활동하는 성격이라 코로나가 다소 잠잠해지면 얼른 임원님들부터 만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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