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1929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세계 대공황을 제외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10여 차례의 글로벌 재정위기는 대부분 10개월 정도 지속됐으나, 지난 1년간 지속됐던 코로나 위기는 아직도 상당 기간 우리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극심한 지역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받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자를 지원하는 재정 운용을 하고 있는데, 2020년 수차례의 추경을 통해 재난지원금과 같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예산을 증액하고, 세출구조 조정을 통해 투자사업비는 전체적으로 증가 폭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그간 경험하지 못한 부정적인 재정환경의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재정 운용 방식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소리만 요란한 보여주기식의 정치적 상징만이 강조되고 실상은 기존 지방재정 운용 방식의 답습에 그치느냐, 아니면 지식(knowledge)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재정 운용 방식으로의 변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자치단체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자치단체 재정 운용능력의 신장이라 말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과제가 아닐 수 없다. 재정 운용 역량의 강화는 자치단체 모든 재정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되며, 그 자체로 별도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는데 특히 IMF 위기 시 기존 사업 축소, 신규 사업 중단, 급여 등 경상비 일률 삭감 등의 비상 재정 운용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 어떤 사업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벤치마킹해, 현 코로나 위기극복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각종 기상재해 등 자연재해가 일상화되고, 자산 노후화에 따른 대규모 시설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등으로 이전재원인 지방교부세, 보조금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본예산과 추경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은 2020년 코로나-19 재난기금으로 급증했으나 국가채무의 증가로 인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현재와 같은 증가가 계속될 것인지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2021년 국가예산은 556조 원으로 증가했으나 국가채무도 누적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2021년 945조 원(GDP 46.7%), 2020년 1천70.3조 원(GDP 대비 50.9%), 2023년 1천196.3조 원(GDP 대비 54.6%), 2024년 1천327조 원(GDP 대비 58.3%)이 예상돼 절대 규모의 증가와 함께 GDP 대비 비율 역시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략적 자원 배분
재정 운용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재정 운용의 효율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고통의 분담이 아닌, 고액자산가나 직장이 보장된 정규직에서 저소득층이나 비정규직으로의 고통이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의 성찰을 통해 공정, 형평 등의 사회적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공정과 같은 사회적 가치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상호배타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잘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의 자발적, 자립적 노력을 어렵게 하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지양하고, 민간과 경쟁해 민간의 자발적, 자립적 노력을 어렵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조에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 이는 그간은 미시예산인 예산 편성과 예산 집행, 그리고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를 별개로 보아 각각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재정위기 아래에서 특히 거시예산인 총액 배분과 각각의 미시적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통합적인 관점에서 자치단체 전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거시예산은 정치·경제 등의 전망과 재정정책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는 재정의 총 규모이고 미시예산은 각부서의 수요와 요구를 반영하면서 조정된 사업의 총 규모로 결과는 같으나 그 과정은 상이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어 재정 운용의 전문성 제고와 규율 강화 등 재정 운용 방식 변화의 시급성 인식해야"

그간은 개별사업에 대한 투자심사 등에 집중한 미시예산 운용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지역의 상황을 고려한 재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총액 재원 배분(Top-down)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비는 물론 재난지원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조사업은 물론 자체사업 등 모든 사업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후 큰 틀에서의 기능별 총액예산 배분이 잘 이뤄져야 한다. 이때, 대부분 자치단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림해양수산에 대한 재평가를 포함해 현행 예산 배분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분야별 배분에 대한 재구조화가 이뤄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의 재정 운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략적 자원 배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은 물론 해당 자치단체의 정책결정자, 재정 관련 공무원과 전 사업부서 담당자들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세부 실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와 이해가 필수적인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 내실화와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민간행사보조 등 자치단체의 보조사업이 상당 부분 감소해 전체 예산에서 지방보조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는데 이는 그간 지방보조사업의 상당 부분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도 지방보조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작업을 통해 유사 사업의 통폐합과 운영과정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부서가 개별 사업부서에 대한 효과적인 내부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재정 운용과 전문성 제고와 재정규율의 강화
전략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함께 재정 운용의 전문성이 제고돼야 한다. 재원 확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재원 배분을 위해서는 의지만이 아닌 통찰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입의 경우 지방세와 지방교부세의 증가 추세가 둔화되는 시점에서 이제 자치단체에서는 새로운 세입원으로 지방채에 대한 부정 일변도의 인식을 벗어나 미래세대에 도움이 되는 기반시설의 확충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보통교부세 산정 기초자료의 통합관리방안 모색으로 부서별로 산재돼 있는 기초데이터의 추이 분석 및 효율적 관리와 기초통계의 보통교부세 산정(기준재정수요와 기준재정수입)에 적용, 보통교부세 산정의 자체 노력분에 대한 관련 부서의 역할과 실적분석, 지방교부세 감액 및 인센티브(보전액) 내역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아울러 세출구조의 조정 및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연례적 집행 실적 부진 사업, 사업성과 미흡 사업, 유사·중복 사업 등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세출 조정의 적극 검토가 요구된다. 사업부서의 각종 법정 기본계획의 적절한가와 이에 근거한 사업 추진 시 문제가 되는 ‘수요의 과다 추진’과 ‘비용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이 제고돼야 할 것이다.

인건비성 경비가 전체 세출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계발, 분야별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지만, 우선은 외부전문가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역의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한 전문적 사업기획과 투자심사는 물론 현재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공모사업관리, 시책일몰제, 예산편성 절차 개선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장려해야 할 것이다. 지역 내 사회경제적 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의 축적을 위해 공무원과 외부전문가의 협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재정규율의 제고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예산과 결산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별개의 업무로 수행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는데, 결산의 피드백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산은 어쨌든 마무리된 업무라는 의식을 갖기 쉬운데, 결산정보에 대해 전향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인식이 필요한데 다음 연도의 예산 편성을 하기 전에 결산을 확실히 분석해야 자치단체 재정 운용 전체의 과제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고, 다음 연도 예산 운용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월은 추경예산에 사업을 편성해 사업 기간이 제약을 받는 등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이월사업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특별회계 및 기금의 관행적 운영으로 인한 예산 대비 낮은 지출과 높은 예비비 비율을 지양하고 기금 및 특별회계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지속 여부를 검토해 재정 전반의 유연성 및 효율성을 확보하고, 기금 및 특별회계를 활용한 세출 확대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거의 무수정 통과되는 자체평가의 관대화 경향 등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 세출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규사업이나 새로운 시설 투자보다 기존 시설의 유지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다른 자치단체와의 공조 필요해
한편,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 지역 자치단체의 각종 시설의 통폐합은 물론 도시 지역도 기존 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도, 인근 시·군, 민간과의 공생산(co-production) 제휴는 물론 대규모 투자 재원이 소요되는 기관·시설의 공동 건립·활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가 감소하고, 재원 확충이 제한받는 상황을 받아들여 지역자원과 주민의 탤런트를 잘 활용하고, 우리 지역만이 아닌 타 자치단체와의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

자치단체 재정 운용은 궁극적으로 주민이 요구하는 살기 좋은 지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살기 좋은 지역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떠한 요인이 작용하는지를 이제 넓은 시야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개별 자치단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를 통해 우리는 이미 해야 했으나 하지 못한 재정 운용 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후에 재정 운용의 혁신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별 자치단체의 책임이다.

강인재 재정성과연구원장
강인재 재정성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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