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종로구청 공원녹지과

경복궁 그리고 청와대 뒤에 자리한 인왕산길은 서울 전경이 훤히 내다보여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시선을 뺏는 근사한 건물이 나온다.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즐길 수 있는 데크 길을 끼고 있는 건물은 시원한 창 안으로 책 읽는 사람들, 커피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비친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덜 알려진 ‘서울의 감춰진 명소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이곳은 원래 놀랍게도 초소였다고 한다.

인왕산 옛길 전면 개방
인왕산은 지리적으로도 서울의 중심으로 조선 시대부터 서울의 명산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시민이 맘껏 누릴 수 없었던 곳이였다. 1968년 1·21 무장공비 김신조 침투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 방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경찰 병력이 주둔하는 초소가 자리하고 있었다(종로구 인왕산로 172). 인왕산 일대는 군사통제구역, 도시자연공원구역 등 다양한 규제법규로 인해 신규 건축을 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할 화장실을 건립하는 일 역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반세기가 넘게 흐르는 동안 이곳은 일반 시민의 발길로부터 멀어진 외딴곳으로 남아 있던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인왕산이 2018년 2월 완전 개방되는 것으로 결정되며, 인왕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점차 열린 공간으로 변화해가는 인왕산을 방문하는 시민은 꼭 필요한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늘기 시작했다.

한편, 인왕산 전면 개방 계획 발표와 더불어 경찰 건물(인왕CP)는 그 목적을 상실하게 돼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에 종로구는 경찰초소 주변의 산세가 수려하고 전망이 양호해 시민에게 양질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간의 민원 해결을 위해 청와대·경찰청에 건물 활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제안하게 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폐쇄된 공간이었고 법적 규제가 많이 얽혀 있어 많은 난관이 있었다.

군사시설을 시민편의시설로
군사시설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에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 것은 아니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으로는 ▲법적인 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관계기관의 설득과 협업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기획 단계), ▲폐쇄공간을 어떻게 개방공간으로 리모델링할 것인가(설계 단계), ▲무절제하게 사용된 콘크리트로 인해 훼손된 자연성 회복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조성 단계), ▲직영 또는 전문가 위탁 등 어떤 관리가 적절한지(관리 단계) 등 사업 추진의 단계별로 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1) 기획 단계 : 철저한 법률검토로 문제해결
사업 추진에 앞서, 경찰청에서는 국유재산경찰건물(인왕CP)은 지자체에 원칙상 무상양여가 불가하다는 입장 고수했다. 하지만, 종로구는 관련 전문변호사 자문 등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국유재산법」 제58조(신탁 개발)에 의거 토지 소유주에게 국유재산을 양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발견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간 청와대 방호 및 보안 문제로 난색을 표한 청와대·경찰청과 지속적 협의 및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2019년 3월 소유권 이전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2) 기획 단계 : 유관기관과 협업체계 구축
군사방호시설은 국가보안사항으로 건축물대장이 없는 일종의 무허가 건물이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을 정상적인 건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담당 부서와 협조가 필요했다. 이에 종로구는 공원조성계획 반영을 위해 서울시 공원조성과 그리고 공공건물 등재를 위해 지적과와 협의에 나섰다. 비로소 2020년 8월 해당 건물은 법적 요건을 준수해 유허가 건물로 등재되게 됐다.

3) 설계 단계 : 건축 분야 최고 전문가 설계 및 자문
종로구는 초소가 자리한 삭막했던 공간을 시민이 편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휴게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나섰다. 건축부분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공공건축가 이충기 서울시립대 교수, 김진숙 공명건축사 소장, 그리고 조경 부분은 조경기술사 주용규 소장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와 협업해 자문을 얻었다. 여기에 공원 이용객과 주민의 의견 역시 반영하며 방문하는 누구라도 멋지고 쾌적한 공간이라고 여길 만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4) 조성 단계 : 인공적 경찰초소가 자연친화적 초소책방으로 변모
경찰초소는 그 특성상 주변의 자연적 요소가 많이 훼손된 상태였으며, 무절제한 콘크리트 사용으로 원형으로의 회복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사업이 추진되며 초소책방은 단순히 폐쇄된 공간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건물만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 자연환경에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존 건물은 1층으로 2개의 층고를 가진 건물이었으나 낮은 옥상 부분을 2층으로 증축해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높은 부분을 전망대로 사용하도록 리모델링했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산책하는 불특정 공원 이용객들과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 공간 구성을 계획해 인왕산 자락길에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과 양질의 휴게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아울러, 기존 경찰초소 인원들이 사용하면서 훼손했던 바위 등의 자연을 복원해 최대한 원래 환경과 모습에 가깝게 회복시켰다.

5) 관리단계 : 민간 전문가 위탁관리, 세외수입 창출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책방은 민간 전문가의 위탁관리 형식으로 운영되게 됐다. 종로구는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 공개경쟁을 통해 사용·수익에 대해 위탁관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매년 6천만 원 이상의 세외수입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복합휴게공간 + 예산 절감’의 일석이조 협업
2020년 11월, 경찰초소(인왕CP)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탄생해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 됐다. 지하 23.47㎡, 지상 1층 195.85㎡, 지상 2층 111.93㎡의 규모로 북카페, 공중화장실, 전망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건물 주변으로는 기존 초소에서 사용됐던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벽돌로 된 초소 외벽과 철제 출입문, 난방용 보일러를 위한 기름탱크 등 ‘초소’였던 역사를 간직하며 개방된 폐쇄공간인 ‘책방’이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주고 있다.

이처럼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건물과 구조물, 여기에 역사 속 의미를 간직한 책방초소는 많은 시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경찰청 건물 무상매입으로 1.2억 원의 예산 절감 및 매년 6천만 원 이상의 세외수입 창출이라는 성과까지 얻어냈다. 이에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 국가정책위원장상, 2020년 적극 행정 최우수상을 받기도 하며 모범적인 정책 추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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