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외국정책사례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대한민국 인구감소 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1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함한 대한민국 총인구가 첫 감소세를 보였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처음으로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인구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2070년에는 전체 인구수가 3천76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일을 할 수 있는 생산연령인구 또한 줄고 노인 인구는 증가하면서 향후 복지 정책 운용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9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9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7개 국가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2018년) 0.98명에 이어 더 떨어진 수치이며 OECD 회원국 평균 1.63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2018년 약 26조 원, 2019년 32조 원, 2010년 37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각 지자체도 앞다투어 출산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실정이다. 이에 현금지원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이 아니며 출산과 육아를 장려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동부 유럽국가의 인구감소와 출산율
유럽연합 또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1.59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최소 출산율(2.1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유럽연합의 통계국인 Eurostat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프랑스(여성당 1.90명 출산)이며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몰타(1.34명), 스페인(1.38명), 키프로스(1.39명), 이탈리아(1.39명), 그리스(1.39명), 포르투갈(1.40명) 등 지중해 및 남유럽 국가이다. 루마니아, 체코, 라트비아, 벨기에, 리투아니아, 네덜란드는 유럽연합 평균보다 약간 높고 불가리아와 헝가리는 약간 낮은 편이다.

낮은 출산율과 더불어 중동부 유럽국가의 인구감소 현상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발표된 UN의 인구 동향 데이터가 조사한 인구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는 18개 국가 중 절반이 중동부 유럽과 발칸 유럽국가이다. 통상적으로 인구의 감소는 노동 가능 인구의 부족 현상을 가져오고 이는 곧 경제 불황으로 이어진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노동 인구의 부족으로 중동부 유럽국가들의 성장동력이 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불가리아는 18개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2050년까지 22.5%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라트비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폴란드 및 헝가리는 향후 30년간 총인구의 15%에서 22% 수준의 인구 손실이 예상된다.

헝가리의 파격적인 출산장려 정책
앞서 살펴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각 중동부 유럽국가는 출산장려를 위해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특히 헝가리 정부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총리가 총리로서 첫 번째로 집권을 시작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인구 변화와 출산율을 <표2>에 정리했다.

199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인구는 줄고 있으며 20년간 헝가리 인구 약 57만 명이 감소했다. 또 2004년 헝가리의 유럽연합 가입 이후 서유럽으로의 두뇌 유출 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서유럽으로 이주하는 인구를 포함해 연간 약 4만 명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는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구감소를 해결하는 북유럽 국가와 달리 반이민 정서를 바탕으로 한 순혈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2015년 세르비아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150㎞에 이르는 난민 장벽을 세운 것도 이러한 정치 철학을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난민에 대해서는 이렇듯 강경하게 대응을 하고 있으나, 낮은 출산율과 인구감소는 국가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위기의식 아래 적극적이며 실용적인 출산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헝가리 정부는 인구감소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헝가리 국민이 결혼해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꾸리고 자녀를 갖도록 설득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2019년 국정연설에서 총리는 “헝가리 국내에 사는 인구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헝가리 혈통의 아이들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개념은 오르반 정부가 추구하는 저출산 정책의 기조이다. 헝가리는 다민족 국가가 아니며 가족이 국가를 완성하는 가장 작지만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2019년 2월 헝가리 정부는 <표2>와 같은 정책을 내놓으며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릴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의 실질적인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현금지원으로 출산율을 높인다는 발상은 오르반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의견도 있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전체의 단합과 단계별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의심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오르반 총리는 연간 헝가리 전체 GDP의 5%를 출산정책에 사용하고 있으며 출산 장려정책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유럽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이민을 강조하지만, 헝가리는 다른 방안을 선택하겠다. 이민은 곧 국가의 패배를 뜻한다. 인구감소 추세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돈’ 뿐이다”라고 말하며 대응했다.

정책 설정 이후 역대 최고의 혼인 건수 기록
2019년 11월, 헝가리 중앙 통계청(Központi Statisztikai Hivatal, KSH)은 놀랄만할 만한 통계수치를 공개했다. 2019년 9월,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혼인 건수가 20%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1989년 체제 전환 이후 최고 기록이다. 반면 이혼율은 2010년 67%에서 2018년 33%로 감소했다. 오르반 총리의 이른바 ‘가족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2019년 7월1일부터 시행됐고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결혼한 부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헝가리 정부는 가족의 탄생이 자연스레 출산율을 높일 것이라며 정책 효과에 고무됐다. 다만 아직 출산율의 변화는 파악할 수 없기에 헝가리의 정책이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또 혼인 건수가 다른 요인에 의해서 높아졌는지도 연구를 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 시행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2021년 제천시는 헝가리의 파격적인 출산지원정책을 모델로 ‘3쾌快한 주택자금 지원 사업’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제천 시민이 결혼 후 5천만 원 이상 주택자금을 대출한 경우, 첫째 출산 시 150만 원, 둘째 출산 시 1천만 원, 셋째 출산 시 4천만 원의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세 명의 아이를 출산할 경우 최대 5천15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주택자금이 필요한 부부에게 부담을 크게 덜어주겠다는 취지이다. 2021년 10월까지 56가구가 이 혜택을 받았다. 결혼·출산·주택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국내 지자체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제도는 강화된 출산자금 지원 제도와 ‘택일 방식’으로 추진된다.

또 「아동수당법」 개정에 따라 2022년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 연령이 만 8세까지로 확대되고, 올해 출생하는 아이에게는 200만 원의 출산 바우처(기존 100만 원)와 임신·출산 진료비가 지원된다.

" 단기적인 출산율 수치 증가가 아닌 장기적 차원의 정책설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동과 가족 지원 예산 증대해야 "

헝가리 출산정책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판가름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다. 물론 헝가리의 정책과 같이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도 반드시 동반돼야 하지만 노동시장의 구조나 사회, 경제적 차별과 격차 또한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시행된 러시아의 출산 수당 지원 정책은 단기간 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았지만, 이후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자녀를 더 낳지 않아 출산율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다.

2021년 한국의 저출산 명목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6조 원이 늘어난 46조 원으로 편성됐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정부가 지출한 저출산 예산은 총 150조 원에 이른다.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중 절반은 교육, 주거, 고용에 사용되는 간접지원이다. 청년 또는 신혼부부 주택 구입 자금이 절반이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대한 지원이 1/3을 차지한다.

출산율을 높이려는 헝가리 정부 캠페인(“젊은이들의 결혼은 출산 지원을 받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려는 헝가리 정부 캠페인(“젊은이들의 결혼은 출산 지원을 받습니다”)

2019년 저출산 고령위원회의 자체 분석 결과 순수하게 아동과 가족에 지원된 예산은 GDP 대비 1.48% 수준이며 OECD 평균(2.4%)에 한참 떨어지는 수준임이 파악됐다. 유럽연합의 회원국 중 출산율을 회복한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 사례를 살펴보면 GDP 대비 직접적인 저출산 예산 비중과 출산율 사이에서는 양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헝가리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은 아닐지라도, 비효율적인 정책을 없애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적합한 정책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이하얀 한국외국어대 EU학과 책임연구원
이하얀 한국외국어대 EU학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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