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관광교통 이슈
서울 도심을 찾는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관광객이 집중되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오버투어리즘(Overturism)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의 유명 관광지에서 거센 주민 반발이 되면서 널리 알려진 신조어이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이론적으로는 관광지역 자체가 관광지로서의 기능이 강화되는 시점에 단체여행객이 집중되면서 거주하는 주민이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지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발생된다고 보고 있다.

서울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집중하면서 오버투어리즘 이슈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2018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1천5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중 79%가 서울시를 방문하고 있으며, 서울 방문지 중 상위 3개 지역이 강북 도심에 밀집돼 있다. 이러한 서울 도심방문 관광 특성 때문에 관광버스 중심의 관광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주요 관광지와 상업지역 주변으로 관광버스가 집중돼 주차난이 발생하면서 노상 정차 및 공회전 등 교통안전과 환경 문제가 대두됐다. 현재는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줄고, 단체 관광객의 비율도 12.4%까지 감소하는 등 정점 시기보다는 완화됐지만, 중국인 관광객 방문 규모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도심 내 관광버스 집중 문제는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도심 내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도심 내 관광교통문제는 전 세계의 유명 관광도시에서는 이미 사회적 이슈가 돼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세계 관광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런던, 파리, 뉴욕, 로마등 기존 유명 관광도시에서는 관광버스 집중으로 심각한 교통정체와 환경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경험을 한 해외 도시의 관광교통 정책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관광버스 진입허가제도 운영 :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는 콜로세움과 바티칸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유명 관광지이다. 시장조사회사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에는 1천31만 7천 명이 방문했으며 전 세계 100대 관광도시 중 16위를 차지했다. 로마는 바티칸이 있어 성지순례를 위한 단체 관광객이 많아 관광버스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로마시는 이러한 단체관광객 수송을 위한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관리하기 위해 관광버스 진입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로마시를 관광수요 집중 수준에 따라 3권역으로 나누고, 관광객의 집중이 심각한 콜로세움과 바티칸 주변 등 2개 지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구분해 관광버스 허가권을 부여한다.

3개 권역은 ZTL(Zona a Traffico Limitato)로 불리는 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로마시 외곽지역을 ZTL A, 도심 주변지역을 ZTL B, 관광객 수요가 집중된 도심 관광지를 ZTLC로 구분하고 있다. ZTL A와 B지역에서는 진입 허가권인Permesso A와 Permesso B를 소지한 버스만 진입가능하고, ZTL C는 초등학교 단체관광이나 호텔 도착 목적의 버스만 하루 3대에 한해 진입할 수 있다.

요금 수준은 특별관리지역에서 외곽 지역인 ZTL A로 갈수록 낮아지는데, 콜로세움과 바티칸 지역으로 운행할 수 있는 허가권인 Permesso B51~B54는 최대 240유로(한화 약32만 원)이며 Permesso A의 경우 55 유로(한화 약 7천300원) 수준이다. 이 요금은 자동차 배출 등급이나 사전구매 여부에 따라 5%~25%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이 요금에는 각 권역이나 특별관리지역에서의 주정차 허가도 포함되는데, 관광지 주변의 도로교통 혼잡 수준에 따라서 15분 또는 30분 단위의 단기 주차구역과 최대 3시간 주차 가능한 시간 단위 주차구역, 24시간 박차가 가능한 장기 주차구역으로 구분된다. 장기 주차구역은 ZTL A에만 위치해 있다.

프랑스 파리는 역사적 유적지와 박물관, 쇼핑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관광 대도시로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연간 약 1천976만 1천 명이 찾고 있으며, 세계 100대 관광도시 중 6위에 오르고 있다. 파리의 관광객 규모는 중국 단체 관광객 급증으로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0.9%, 2019년도에는 8.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파리도 이러한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단체 관광객 수송을 위한 관광버스 운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파리시의 관광버스 운행관리는 도심 진입 자체를 규제하는 로마와는 달리 주차관리를 통한 수용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도심 구역(Z1)과 외곽구역(Z2)으로 구분해 주차허가권의 요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Z1은 단기 주차(2시간, 3시간, 4시간, 6시간) Z2는 장기 주차(4시간, 6시간, 12시간, 24시간)으로 구분해 도심에서의 장기 주차를 제한하고, 야간 박차는 20시에서 8시에 한해 허용하는 등 강력한 주차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관광버스는 ‘PASS Autocar’라는 주차권을 이용해야 한다.

PASS Autocar는 6개의 시간대로 구분해 이용가능 시간 범위를 정하고 있으며 정기권과 임시권으로 구분하고 있다. 파리는 주차요금은 unit 단위로 적용하고 있으며, 2020년 현재는 1unit 당 1.1 유로를 적용하고 있다. Z1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요금수준은 아래 표와 같다.

관광버스 주차 및 운행 관리제도 운영 :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앞서 사례에서 살펴본 로마와 파리는 도심 진입과 주차에 대한 제한을 두는 강력한 규제조치에 해당된다. 이보다는 완화된 정책인 주차 및 운행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은 런던과 뉴욕에서 적용된 사례가 있다.

영국 런던은 주차요금제도와 강력한 주정차 관리체계를 활용해 관광버스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차와 승하차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승하차 지점을 지정해 해당 지점에서만 정차가 가능하며, 관광버스의 수요가 밀집되는 지역의 경우 승하차를 위한 정차 시에도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관광객 수요가 많은 일부 지역의 경우, 1~4시간까지 노상 주차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야간시간에는 주거민 불편을 방식하기 위해 불허하고 있다. 노 외 주차는 대부분 야간 박차용으로 허용하되, 도심 인접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런던은 Red Route와 Yellow Route로 표현되는 노상 주정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버스의 주정차도 이에 부합돼 허용되고 있는데, Red Route 이중선 구간에서는 승·하차가 불허되고, 단일선 구간에서는 최대 20분 이내의 정차만 허용되며 불가피하게 수요를 관리해야 하는 구간에서는 유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런던에서는 시내 주요관광지를 중심으로 특별주차방안(Special Parking Arrangements)을 마련하고 있다. 런던 시내 13개 주요 관광지 주변 지역을 특별주차장 관리지역으로 설정해 지역별 교통 여건과 관광수요를 감안한 지역맞춤형 관광버스 승하차 및 주차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 뉴욕은 관광버스의 상세 이동 경로에 대한 사전계획을 수립하고 문서로 작성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수요 밀집지역에 대한 버스 운행 허용 구간을 지정하는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시는 모든 관광버스 운영자는 사전계획서를 작성하고 상시 소지하도록 하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관광버스 이동 경로는 시에서 지정한 트럭 루트만을 경유하도록 해, 도심 내 주거지나 업무지역으로 관광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관광객이 집중하는 Lower Manhattan의 경우는 최대 주차시간을 3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고 주차요금도 시간당20불을 부과해 뉴욕 시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뉴저지나 퀸즈 등 외곽지역의 주차 요금을 무료 또는 저렴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주차장 인근에 대중교통과 수상교통을 연계하는 Park-andride방식을 적용해 도심 진입 관광버스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해외 주요 도시의 관광버스 관리정책의 시사점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노상에 불법적으로 주정차하는 관광버스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 이로 인한 교통체증이나 안전, 환경문제가 대두됐고, 도심의 매력도 감소됐다. 현재는 중국의 단체관광객이 한시적으로 감소해, 이러한 문제는 소강상태이지만, 향후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도심 관광교통의 문제는 언제든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PASS Autocar에 따라 관리되는 프랑스 파리의 관광버스
PASS Autocar에 따라 관리되는 프랑스 파리의 관광버스

외국의 유명 관광도시는 이러한 문제를 이미 경험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근원적 해결방안부터 관광지별 주정차 관리 등 지역 특성별 맞춤형 규제를 통한 대응책 등 관광교통 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적용되고 있다. 관광지 주변에 국한된 단편적 대응보다는 도시 전체에 대한 관광수요 관리전략을 세우고 국지적 특성에 맞도록 유연적인 방안을 강구했다.

우리나라에서 관광교통과 관련한 문제는 주로 기초 지자체 단계에서 대응하고 있다. 도심의 관광교통의 문제가 주로 관광버스의 주정차 문제에서 시작되면서 주정차를 담당하는 기초 지자체가 제도적 관리의 주체가 되면서 단편적 해결방안이 나오고 있다. 노상 주차를 위한 도로관리 업무는 경찰에서 담당하면서 지자체의 정책방향과는 엇박자를 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소강상태에 있는 관광교통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대응해온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관광버스 수요가 밀집되는 지역에 대한 특별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광 실태를 기반으로 관광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을 찾는 관광수요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시간적 분석을 위한 관광버스 진입 관리방안, 공간적 분산을 위한 관광지별 주정차 관리체계 개선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필요하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관광교통 거버넌스 체계도 구성돼야 할 것이다.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 경찰, 주민, 관광업계 등 이해관계자를 총괄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관광수요 관리체계의 효율적 이행과 잠재적 갈등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관광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미래 서비스산업의 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2019년 4월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는 관광산업을 경제발전의 핵심동력으로 꼽으면서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발전을 견인하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상생하며 관광산업의 발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광교통 분야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아 한국교통연구원 도시재생교통연구센터 연구위원
박경아 한국교통연구원 도시재생교통연구센터 연구위원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