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터뷰• CA PEOPLE

잘 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충남대학교, 카이스트, 한밭대학교를 품고 있는 ‘교육1번지’ 유성구는 ‘신도시’ ‘젊은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대전에서 주민자치가 활성화 되어 있는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마침 구 주민자치협의회 회장단이 바뀌어 새 얼굴들을 만나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신임 여성룡 협의회장과 허광윤 정책위원장 겸 사무국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여성룡 주민자치협의회장(온천1동 주민자치회장)

가장 중요한 건 ‘사람’...구성원 선발이 조직 성패 좌우 

“좀 더 체계적으로 제대로 운영해보려고 하니까 할 일이 많네요. 7월에 임기를 시작했는데 협의회장 되자마자 바로 운영세칙부터 만들었습니다. 일반 주민자치회 운영하는 것처럼 협의회도 딱딱 절차에 맞게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여성룡 온천1동 주민자치회장, 유성구 주민자치협의회장 2년 임기를 시작한지는 3개월째지만 주민자치위원장 2년을 거쳐 주민자치회장 3년차다. 특이한 건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1기 2년을 거쳐 이제 2기에 접어들었다는 것. 그 사이 마음고생이 무척이나 심했던 눈치다.

갑작스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추첨제 위원 선발로 시행착오·수업료 톡톡
“말도 못하게 힘들었습니다.” 이 한 문장 속에 그간의 고충이 다 녹아 있다. ‘동정 자문회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형식상 주민의 참여와 권한을 확장시킨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에 여성룡 회장도 내심 기대를 걸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로 다가왔던 건 ‘일괄 추첨제를 통한 위원 선발’이었다. ‘기회균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더 없이 적합한 방식일 수 있으나 막상 선발된 구성원들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인원도 위원회 시절 25명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 사연을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으나 지난 2년 간 정말 힘겹게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제도나 규칙, 방식에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할 터. 더구나 조직의 가장 큰 자원인 사람을 뽑는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조례나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조례나 세칙 개정을 통해 방법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여성룡 회장이 협의회장이 되자마자 운영세칙부터 제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전 유성구는 다행히 위원 선발 방식에 있어서 각 지역의 특성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여전히 행정안전부 표준조례 조항을 기준으로 하려는 관성은 있습니다만, 온천1동의 경우 1기 때 일괄 추첨제로 하던 것을 ‘선정위원회’ 선발 등으로 방식을 열어놓았습니다.”

시범실시 1기 때 이전에 열정을 갖고 임하던 위원들이 대거 탈락한 자리에 새로운 구성원들이 진입했다. 여 회장은 “마을과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오셔야 하는데 일부 뭔가 대단한 이권이라도 있는 줄 알고 들어온 분들도 있었다. 막상 들어와 보니 일은 많이 하는데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중간에 도태된 분들도 꽤 있다”라며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게 구성원들이다. 사람 구성이 잘 못되면 그 조직은 볼 것도 없다. 어떤 사업을 해도 어렵다”고 말했다.

가운데가 여성룡 회장, 오른쪽이 권종민 온천1동 주민자치회 담당 주무관, 왼쪽이 서경애 주민자치회 간사
가운데가 여성룡 회장, 오른쪽이 권종민 온천1동 주민자치회 담당 주무관, 왼쪽이 서경애 주민자치회 간사

운영세칙으로 보완...주민참여 이끌어내는 게 관건
2기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에는 신중의 신중을 기했다.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 위원 규정에 따라 본인이 희망할 경우 한 번 더 연임할 수 있도록 했으나 참여율이 저조했거나 기타 위원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연임을 할 수 없도록 세칙에 따로 규정을 정해 명시했다. 위원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간을 내서 참여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혹시라도 주민자치에 대해 잘 모르면 배우면 되고 같이 재미있게 일을 하다보면 임원도 할 수 있고 회장도 할 수 있다는 게 여성룡 회장의 생각이다.

“2기 위원은 총 33명인데, 평일 낮 회의에도 32명이 참석할 정도로 열성적이고 적극적입니다. 다들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한 분 한 분 업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분과회의에서 알아서 아이디어도 내고 서로 도와가며 자발적으로 일을 합니다. 33명이 한목소리는 못 내도 한마음이라고 할까요? 생각은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결국 생각도 모아지더라고요.”

한마음 한뜻의 팀워크로 치러낸 올해 주민총회는 각별히 큰 보람으로 남는다. 이전 총회에선 주로 임원들이 움직였다면 이번 총회는 위원들 모두 발 벗고 나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맞춤 홍보 티셔츠를 10일간 입고 차량 스티커를 붙이고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며 주민들에게 총회와 투표를 알리기도 했다. 그 결과 투표율도 크게 늘었고 무엇보다 현장투표율이 58%나 됐다.

“1년 중 가장 큰 사업이 ‘주민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민총회입니다. 그 다음으로 큰 행사가 마을 축제인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올해는 분과위 제안대로 비대면 축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축제분과위에 젊은 분들이 많아 좋은 아이디어가 정말 많습니다. 이번엔 머리 싸매고 서프라이즈로 준비 중입니다.”

주민에게 필요한 의제 더 발굴하기 위해 지역단체들과 협의체 구성
주민들의 요구에 더욱 부응하는 주민자치회가 되기 위해 여성룡 회장은 4개 행정동 관내에 있는 여러 지역단체들과의 협의체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과 협약을 맺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가 뭔지 구석구석에서 파악해 더 많은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협의회에서의 활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협의회의 역할을 “11개 동 주민자치(위원)회의 대변자”라고 표현했다. 1개동 주민자치회에서 구나 시에 개별적으로 요구하기 힘든 것들을 모아 협의회에서 대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예컨대 주민자치위원들이 사업을 하다보면 다치는 경우도 종종 생겨요. 2년 전엔 부녀회장이 화상을 입어 개인 상해보험으로 치료를 했었고요. 작년엔 김장봉사 중에 한 위원이 허리를 다쳐서 치료비용이 크게 들었어요. 지역을 위해 활동하는데 시나 구에서 상해보험을 들어줄 수 없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타 지역 사례를 알게 됐어요. 조례에 단체 상해보험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줌으로 회의를 해서 회장들 한 분 한 분 동의를 받아 시장, 구청장, 의회 의장과 협의를 했어요. 구에서 전체적으로 상해보험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온천1동은 물론 수시로 다른 동네를 다니며 좋은 사업 아이디어도 얻고 벤치마킹도 한다는 여성룡 협의회장. 그렇기에 오늘도 위원들에게 ‘현장’과 ‘교육’을 각별히 강조한다.

허광윤 사무국장(원신흥동 주민자치회장)
허광윤 사무국장(원신흥동 주민자치회장)

“이웃 만나면 편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동네로”

온천1동 주민자치회를 나와 서둘러 원신흥동으로 향했다. 유성구 중에서도 ‘신도시’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 2층 주민자치회 사무실로 올라갔다. 급히 연락을 했음에도, 심지어 곧 회의를 앞두고 있음에도 허광윤 주민자치회장은 일행을 환하게 맞았다.

허광윤 회장은 유성구 주민자치협의회에서 정책위원장 겸 사무국장으로 중책을 2개나 맡고 있다. “회장님, 위원장님들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어려서... 맡으라 하시니 맡아야죠(웃음)”라고 겸연쩍게 말했지만 몇 마디 대화에 왜 허 회장이 정책위원장을 맡았는지 바로 수긍이 됐다.

앞서 온천1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1기 때의 고충을 들었기에 자연스럽게 회장 취임 100일의 소회를 물었다.

“위원회 시절엔 위원 위촉을 동장이 해서 위원들이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들어와 의견이 달라도 잘 표현을 안했어요. 주민자치회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추첨에 의해 뽑은 주민대표기구예요. 민주주의 선출 방식인 추첨제를 도입해 50명을 뽑아 위원을 구성했죠. 의견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 간 친밀도도 다 다를 수밖에 없죠. 그렇게 뽑힌 상태에서 마을의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다 예산과 결부되어 있고, 우선순위 또한 각자 달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친밀도에서 오는 갈등이 있겠고요. 근데 이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최고 대표기구 국회에서도 우선순위 가지고 다투는데 당연하죠. 민주주의는 다른 의결을 조율해가는 과정이고, 처음 시작하는 주민자치회가 그 과정을 겪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 모인 주민자치회 갈등 당연...민주주의 과정”
허광윤 회장과 주민자치와의 인연은 길지 않지만 예사롭지 않다. 그가 처음 주민자치와 연결된 건 위원회 시절, 전문성을 토대로 마을축제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위원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마을 활동행사 경험이 있어서 마을축제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때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지켜볼 수 있고 이후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자치지원관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2년 후 주민자치회장에 오르게 된 것이다.

참고로 유성구는 시범사업 1기 2년간 동 주민자치지원관 제도를 운영했다가 2기 때는 폐지했다. 대신 담당 공무원(주무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희망하는 동에 한해 3개 동에 1명 씩 주민자치 코디네이터도 파견하고 있다.

“지원관과 회장은 역할에서 오는 차이가 가장 크죠. 지원관은 민주적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촉진을 하지만 결정권은 없죠.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형식은 있어도 여전히 두세 사람이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죠. 회로 전환했다고 갑자기 달라지진 않거든요. 회의문화, 설득이라는 것도 지식으로만 되는 건 아니고 경험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지원관이 필요했다는 생각입니다. 사무국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도 필요했고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죠. 주민자치회를 해본 적이 없어 이전 위원회를 대하듯이 회를 대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을 대상으로도 문화를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지원관은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하는 참모 실무조직이었고, 회장은 대표이자 업무총괄이죠.” 소위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허광윤 회장은 스스로의 경험을 이렇게 얘기했다.

가운데가 허광윤 회장, 왼쪽이 이은선 원신흥동 주민자치회 간사, 오른쪽이 윤희숙 주민자치코디네이터
가운데가 허광윤 회장, 왼쪽이 이은선 원신흥동 주민자치회 간사, 오른쪽이 윤희숙 주민자치코디네이터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 해결-효율성 따져도 주민자치 할 수밖에 없는 시대
주민자치와의 인연은 길지 않아도 허 회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소위 ‘마을 일’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원신흥동에 거주한 지 10년,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이들 교육이었다. 학교 운영위원장을 시작으로 마을학교, 경험학습프로그램, 마을 학생기자단 운영 등을 이웃들과 함께 해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이 동네에서 오래 살 거니까 이웃을 만나면 안 불편했으면 좋겠고 편했으면 하는 생각이요. 그 생각으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여러 일들을 해나갔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 교육을 했는데,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책으로 배워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잖아요? 의견이 다른 것도, 그걸 조정하는 것도 경험하면서 커야 하는데… 책으로 배웠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들의 지적인 역량은 우리나라가 정말 훌륭하고, 해방 이후 10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겪고 경제적으로 3만 불 시대가 됐잖아요. 아시아에서 이 정도 민주주의 하는 나라가 없죠. 교육에 투자를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교육, 마을,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또 주민자치와 연결이 됐다.

“지금까지 세대는 누가 깃발을 들면 따라 가서 결집했지만 지금은 각자 생각이 다 다르고 자기중심성이 생겨서 의사가 다양하고 욕구도 다양해졌어요. 행정기관이 정리하기 쉽지 않죠. 하나로 획일화 되지 않고요. 사회구조가 해결하는 것, 스스로 모여서 협의하게 하는 것, 인정 안할 수 없게 된 거죠. 그걸 안 따를 수 없게 됐어요. 예전엔 행정기관이 갑시다 하면 따랐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죠. 시대적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이 다 민원인이 됩니다. 효율성을 따져도 주민자치를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죠.”

협의회로 주제를 돌렸다. 허광윤 회장은 “초기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까지 해보니 동별로 다르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주민자치회를 안하고 있는 위원회 동들이 작은 소문이 부풀려져 오해를 갖고 있는 경우도 꽤 있더라. 사람이나 단체나 종합적으로 판단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협의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고 정보가 공개되는 것,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함께 하면서 상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근인데 상근처럼...시간 많이 쓰이지만 성취감 크다”
취임 100일만큼 아직 많은 사업을 하지 못했다. 발대식과 스마일 만남 그리고 주민총회, 이렇게 3가지 행사를 했다. 그는 “자체 진행 행사였음에도 행사 수준이 괜찮고 잘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보다 참여도 늘었다. 온라인총회를 선거운동 하듯이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홍보해 밴드에 올렸는데 이걸 보고 ‘나도 저기 같이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왔다’고 하는 분이 있어서 뿌듯했다. 주민자치는 자발성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다. 또, 회장은 비상근인데 거의 상근처럼 일한다. 시간이 많이 들지만 결과가 괜찮기에 성취감이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허 회장은 ‘정부수립 100년, 지방자치 30년, 주민자치는 얼마나 걸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문자답, 그의 답변은 “한 100년 걸릴 것 같다”였다. 그는 “주민자치가 주민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하고 결정하는 것인데 이게 원활히 돌아가려면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막 2년 했다. 2년 임기 안에 한 일들이 표시도 안날 가능성이 많다. 소박한 바람이라면 위원들이 일하는데 즐거웠으면 좋겠다. 의견 달라서 토론 하더라도 서로 인정할 수 있으면 괜찮고, 토론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위원들이 오고 싶은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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