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방향성 모색하는 ‘주민자치 현장의 소리를 듣다’ 첫 번째 간담회 개최

시민단체가 주도한 마을공동체 사업 사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실효성 논란 등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주민자치의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하는 ‘주민자치 현장의 소리를 듣다’ 간담회가 20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종로구에 위치한 태화복지재단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자치학회가 주최 및 주관하는 이번 간담회는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백영춘 수석부회장, 박경하 한국자치학회 부설 향촌사회사연구소장(중앙대 역사학과 명예교수), 박상규 경기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권영옥 공동회장,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 류호익 공동회장, 김봉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자치회장, 배선자 주민자치회 위원, 김선길 서울시 광진구 주민자치연합회장, 허강무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주민자치회 홍보기획행사분과장, 윤방욱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새마을금고 이사장, 김미경 사단법인 관악주민연대 이사, 그리고 이경선 서울시 서대문구의회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주민자치의 현장의 소리를 듣다’ 간담회에서는 서울 각 지역 주민자치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의견이 공유되는 자리였다. 정해진 발제나 지정 토론이 아닌 자유롭게 각자의 의사를 개진하는 가운데 집중적으로 언급된 사안은 동자치지원관으로 대표되는 중간지원조직 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개선안 마련이었다.

주민자치에 대한 기본적인 역량조차 부재된 동자치지원관의 자질 문제,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 사업에서의 실효성과 적합성 등 제도적 문제점과 현실적 쟁점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만큼 참석자들이 발언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좌장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방향성 모색해 정책 제안할 것”

오늘 간담회의 취지는 주민자치 시범실시에 대한 현 상황 진단과 개선방향을 모색해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 주요 후보에게 주민자치 실질화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려는데 있다. 간담회인 만큼 오늘 언급되는 발언들은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가감 없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된다.

 

박경하 향촌사회사연구소장 “행정의 관치, 조선시대 수령향약 같아”

조선 후기 향약 중 촌계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니 언제든 찾아 달라. 촌계를 제외한 조선시대 향약은 모두 상층민들을 지배하기 위한 양반과 사족의 통제수단이었다. 양반향약, 수령향약이 그렇다. 지금의 주민자치를 보면 주민이 상층민이고, 행정이 수령이며, 주민자치회장이 마치 향리가 된 형국이다. 그러나 촌계는 주민이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운영한, 지금으로 치면 제대로 된 주민자치회와 같은 형태라 하겠다. 물론, 훌륭한 수령은 수령향약을 통해 올바르게 운영한 경우도 있다. 결국 제도와 사람의 문제다. 중앙회에서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 건의하고자 한다. 주민자치는 정치가 아니라 생활이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생활의 영역인 것이다. 생활에 대한 사업, 민원 해결 등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동자치지원관 제도는 주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다.

 

김봉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자치회장 “지원관 아닌 주민자치회의 권한 보강해야”

주민자치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첫 번째 주민자치회장을 맡았다. 지역 내 주민자치회가 가져야할 책임과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문제가 어디 있을까? 중간지원조직에 있다고 본다. 신촌동 주민자치센터 신축 관련해 안건을 준비했더니 중간지원조직에서 주민총회에 관련된 안건이 아니면 올릴 수 없다고 막아 버렸다. 실질적으로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행정과 일대일로 대면해야 하는데 중간지원조직이 가로채 버리는 것이다. 사업 여부 결정을 중간지원조직이 맡고 있는 것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와 같이 중간지원조직에 의한 주민자치회는 없어져야 한다.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 내리며, 행정에 제안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의 권한이 필요한 현실이다. 주민자치회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각 지역 정책을 주민자치회가 입안할 때 담보된다. 그런데 지금의 주민자치는 예산사업만 가능하다.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되어 주민자치회에서 법안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배선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자치위원 “주민자치회 역량이 더 높아져야”

주민자치지원관은 당연히 행정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대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를 제대로 하려면 구청장, 동장, 지원관 보다 주민자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 좀 재미있게 말하면 주민자치회가 모두를 확 휘어잡아야 한다.

 

김선길 서울시 광진구 주민자치연합회장 “지원관 무조건 배제는 잘못, 예산 삭감은 큰일

오세훈 시장은 주민자치 하지 말라는 생각인 것 같다. 내년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고 코로나19로 올해 사용하지 못한 예산도 반납할 처지다. 주민자치 현장은 어떤가. 주민자치회장이 직업이 되어 버렸다. 사비를 쓰는 경우도 많고 그럼에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일단 주민자치회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하고, 정치인들 입맛에 따라 주민자치가 호도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원관의 경우는 생각이 다르다. 시민단체 소속이 대다수인 지원관이지만 전문적인 영역의 일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원관을 내보내고 주민자치회 간사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게 맞다. 더불어 제안할 점은 주민자치 조례나 주민자치회법과 관련한 간담회도 개최해 주었으면 한다.

 

허강무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주민자치회 홍보기획행사분과장 “마을 문화와 역사 새겨야

흑석동에서 20년 넘게 살아 왔다. 흑석동 주민이라도 평생 산다는 법은 없다. 오랜 세월 거주했던 분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외형상으로는 발전했지만 과연 흑석동이라는 곳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적 특성이 있을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과 승계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마을에 있는 문화, 역사 등을 소중히 간직해 모두가 향유하고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이야말로 주민들의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주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커뮤니티가 당연히 구축되어야 하고, 그게 바로 주민자치회라고 본다.

 

권영옥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공동회장 “동장 인식 따라 주민자치회 향방 갈려”

동장이 주민자치에 어떤 인식을,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향방이 갈리는 것 같다. 동자치지원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상호 협의하고 공존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주민자치지원관 아닌 주민‘관치주도’관”

초등학생도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을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는 행정이 정해놓은 규정과 일정에 맞춰 지시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민자치회와 위원의 역량을 철저히 기만하고 무시하는 처사다. 간단히 말해 주민자치지원관이 아니라 주민‘관치주도’관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컨설팅을 가보면 동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여의도동 컨설팅을 하면서 골목상권 이야기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동자치지원관의 자질과 역량 문제가 크다.

 

전은경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상임회장 “주민자치 패러다임 다시 생각해 봐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착잡한 심정이 든다. 중간지원조직이라는 것이 주민자치를 도와 마을공동체를 잘 세우라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인데 되레 주민자치를 와해시키는 조직이라는 성토가 많다. 기능에 대한 설정,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데서 문제점이 비롯되었다고 본다. 한마디로 중간지원조직이 행정조직화되고 정책실행집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 차리지 않으면 주민자치가 흡수되는 것 아닐까 우려된다. 미시적으로 지원관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주민자치 영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할 시점이라고 본다.

 

김미경 사단법인 관악주민연대 이사 “지원관 선발에 개선 필요”

관심 분야가 주민자치이다 보니 마을 일에 관심이 많다. 스스로 중간 점검도 할 겸 오늘 간담회가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위원에 지원해 본 기억이 있는데 연임, 당연직, 추천 등에 밀려 배제되었다. 위원 선정에 문제 있는 건 아닐까 묻고 싶다. 더불어 마을공동체 사업에 주민자치가 이어지면서 여러 조직이 이합집산되었다. 체계 없이 유지되다 보니 기형적 형태가 많아졌다고 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런 과정들도 성과의 일부라고 본다. 오늘 같은 간담회가 개최되는 이유가 그런 성과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비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지원조직은 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기 보다는 지원관 선발 및 운영에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윤방욱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새마을금고 이사장 “서울형 주민자치는 퇴보된 모델”

신촌동에서 40년을 살았다. 주민과 상인들에게 신촌학이라는 것을 11년 째 교육 중이다. 그런데 주민자치위원도 주체성 없이 동장의 들러리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박원순 전 시장이 본인의 의사대로 서울형 주민자치회라는 것을 만들었다지만 개인적으로 기존보다 더 퇴보된 것이라 생각한다. 주민자치라 하면 말 그대로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하는 것인데 실제는 행정에서 주도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건 주민자치 아니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문화와 특성이 제 각각인 지역의 성격에 맞게 자치의 꽃을 피워야 한다.

 

박상규 경기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주민자치에 대한 의지, 메아리치듯 사라지면 안 돼

주민자치 참으로 쉽지 않다. 그리고 현장은 더 어렵다. 행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다운 제대로 된 주민자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공중에 메아리치듯 사라지면 안 된다. 단순히 간담회 자리에만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경선 서울시 서대문구의회 부의장 “지방자치와 분권, 모두가 함께 하는 것”

주민자치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 참석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던 시기에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분석,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필요성 등이 우선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당시에도 중간지원조직, 주민자치위원 의무교육, 공개추첨 등이 논란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와 시장이 바뀌니 예산 줄이고 탄압하느냐고 한다. 그런 논리로 풀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서울시는, 행정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들 모두가 주민을 대표하고 주민 위해 봉사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지금의 지방분권, 주민자치에는 주민이 배제되어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와 분권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지향해야지 밥그릇 싸움에 연연하면 안 된다. 주민자치에 대한 문제를 진정성 있게 논의하는 이 자리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한편, 간담회를 마무리하는 발언을 맡은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20년 넘게 주민자치와 인연 맺고 있다. 단 한 번도 개인적 영달을 위해 주민자치에 몸담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주민자치인가. 나라의 위정자는 똑똑한 인재가 해야 한다. 시장이라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자치 영역에서는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을,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위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전하며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본연의 목적과 취지가 사라져 버리고 시장군수구청장과 시군구의회, 시민단체, 지방 토호세력이 엉켜서 권력 다툼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를 놓고 가장 극적인 사안을 만들면 어떨까? 주민자치회장을 주민이 직선하는 것이다. 이러면 읍면동장, 시군구의원, 국회의원은 엄청난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말 그대로 주민과 주민자치회의 힘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또 “동자치지원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지원관이냐가 관건이다. 지원관 선발권을 주민자치회장에게 줘야 한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주민자치회장이 알아서 판단해 인원를 구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을자치센터가 뽑은 지원관을 내려 보내면 주민자치회가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결론저긍로 읍면동이 민주화 될 수 있는 주민자치의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시민단체에 주민자치회를 통째로 맡기고 이를 가능케 하도록 관련 조례를 통과시킨 시군구의회도 문제다. 이런 복잡한 사항들이 얽히고설켜 주민자치 현장에 애로사항이 넘쳐 나는 것이다. 중앙회에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해보려 한다. 더불어 주민자치 관련 정책안을 내년 대선 및 지방선거 주요 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다만 우리도 우리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어른이다. 어른으로서 모범적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구 협의회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을자치센터보다 주민자치를 더 많이 알고 더 잘해야 되지 않겠나. 향후 계속될 간담회에도 지속적인 참여와 좋은 의견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사진 = 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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