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대전시 주민자치 토론회
대전시 주민자치회, 시의회와 주민자치 정책토론회 개최

대전시 주민자치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전시 주민자치회는 10월 26일 시의회와 함께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홍종원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의 발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대표회장이 ‘주민자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김현중 입법정책실장의 개회선언에 이어 홍종원 위원장이 인사말과 함께 참석 내빈을 소개했다. 홍종원 위원장은 “현재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확대되고 있지만 읍면동장 권한 아래 관치를 끊어내지 못하는 등 주민자치회 실질적 권한에 한계가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올바른 주민자치 확립으로 가능하다.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자발적인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고 실질적으로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자치회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주민자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늘 토론회를 통해 주민자치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올바른 정착을 위한 과제와 방향이 풍부하게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제에 나선 전상직 회장은 “지방자치 30년, 주민자치 20년인데, 지방자치는 30년 만에 의미 있는 발전을 했지만 주민자치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오늘 그 답을 찾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전상직 회장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기초의원 모두 주민이 직선하는데 읍면동장, 통리장만 직선을 못하고 있다. 시군구 단체장은 의원들 말은 듣는데 주민들은 관리, 통제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이렇게 하는 나라가 OECD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도 선거를 한다”라며 “그렇다면 두가지 방법이 가능할 것 같다. 읍면동을 아예 자치단체로 만드는 것 아니면 주민자치, 직접민주제로 가는 것, 어느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게 큰 주제가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좌장 홍종원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왼쪽), 발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좌장 홍종원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왼쪽), 발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읍면동장 직선해야...주민자치 하기 적합한 규모는 통리”
계속해서 전 회장은 “읍면동은 일제강점기에 통치기구가 됐다. 유럽과 일본은 다 자치단체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그대로 두고 주민자치회를 만들자는 쪽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나 읍면동은 무보수 명예직 주민자치회가 감당하기에는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그래서 통리가 주민자치 하기에 딱 적합한 규모이다. 읍면동은 규모 상 불가능해서 협치형 주민자치회로, 통리는 자치형 주민자치회로 이렇게 중층구조가 적절할 것 같다”고 제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주민자치는 주체가 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로 변경되고 따라서 기능도 달라진다. ‘사회적 자본 형성’‘사회서비스 공급’‘주민목소리 대변’ 등이 그것이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들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주민을 이웃으로, 마을 일을 내 일로 승인해야 주민자치가 성립되고 성공할 수 있다”라며 “행정은 이게 가능하도록, 주민들이 이렇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데 그게 정리가 잘 안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자치회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를 주민에게 부여하고 주민자치회에는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치권리와 자치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주민자치분권’이 핵심이다.

한편 전상직 회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에는 있는)주민자치 전통이 없다’는 세간의 인식에도 반박했다. 그는 “1895년 제정된 향회조규라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 이는 오늘날의 주민자치회법인데 그 이전 328년간의 향약의 경험이 쌓여 이때 드디어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향회의 전통은 현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1999년 출범한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센터 프로그램 심의라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했고 2013년 시작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또한 여전히 ‘시범’에 그치고 있다.

전 회장은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 표준조례를 분석하며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는 담겨 있던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문구가 빠져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를 만들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주민자치회에는 권한이 없고 이를 중간지원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며 “주민자치 없는 지방자치, 주민 없는 주민자치는 모두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주민이 없으면 주민자치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토론 김찬동 충남대 교수, 토론 배석효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회장, 토론 유태영 관평동 주민자치회장(왼쪽부터)
토론 김찬동 충남대 교수, 토론 배석효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회장, 토론 유태영 관평동 주민자치회장(왼쪽부터)

“주민자치 없는 지방자치, 주민 없는 주민자치”
이어 전상직 회장은 하나하나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는 ‘분권’ 관련 질문들을 잇달아 던졌다. ‘누가 주민자치회를 만들 수 있는가’‘주민이 주민자치회에 주권이 있는 회원인가’‘주민자치회가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누가 주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가’‘주민자치회가 지역과 주민의 일을 결정할 수 있는가’‘주민자치회는 누가 설립하고 누가 운영하는가’ 등이 그것이다.

주민자치원리에 따르면 이 질문들의 해답은 모두 ‘주민, 주민자치회가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이다. 그러나 이전 주민자치위원회 역할이나 행안부 표준조례에 따르면 이 질문의 답은 모두 ‘할 수 없다’이다. 특히 주민이 회원이 아닌 상태에서의 주민총회는 주민설명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총회’는 될 수 없다고 전 회장은 일갈했다.

‘분권’에 이은 ‘자치’의 문제들도 언급됐다. △‘주민자치회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일감의 문제 △누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일손의 문제 △재원 마련의 문제 △조직 구성의 문제 △회장, 임원 선출 즉 민주성의 문제 △직능단체, 사회단체, 통리, 읍면동, 시군구, 시군구의회 그리고 주민과의 관계 등등. 전상직 회장은 “이런 여러 문제들을 다 고려하고 생각해 주민자치회를 설계해야 한다”라며 “분권이 선행되어야 자치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치가 안 된다고 행정에서 이를 조장하면 안 된다. 중간지원단체가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다. 행정에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분권’ 선행되어야 하고 주민들의 ‘자치력’은 행정서 인내 가지고 기다려줘야
발제가 끝난 후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1999년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려고 하다가 일부 남겨서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후 주민자치답게 해보자 하면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주민자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관련하여 읍면동을 자치단체화 하자는 논의가 있고,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주민 참여를 확장해 주민자치답게 해보자 하는 단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 있어서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하게 하느냐가 본질이고 대표성을 갖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핵심이다. 오늘 발제에서 흥미로운 점은 협치형 주민자치와 자치형 주민자치 개념을 분리한 것이다. 또 특별법에 있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으로 구성되는’ 부분이 빠진 것, 중간지원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지적한 것은 특히 예리한 통찰이다. 분권과 자치에 대한 질문들 하나하나도 다 재밌는 의제이다. 경영학적인 분석,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사무국, 사업국, 회원국으로 구분한 것 등 논점들을 조목조목 잘 짚어내셨다. 현재 주민자치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가에 대한 논란 속에서 지방자치의 길, 잃어버린 주민자치의 길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토론 최영희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이사(왼쪽), 토론 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토론 최영희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이사(왼쪽), 토론 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배석효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회장은 “주민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대전시의 경우약 60%의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된 상황인데, 관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자치를 할 수 있게끔 해주시면 좋겠다”고밝혔다.

유태영 관평동 주민자치회장은 “대전시 5개구 중에서 유성구가 주민자치에 있어서 선도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체장, 공무원들의 의지도 강하다. 오늘 발표 잘 들었는데, 일부 현장과 다른 내용도 있는 것 같다. 유성구 조례의 경우 의견수렴을 통해 개정했고 위원 모집 시에도 공개추첨과 함께 추천제를 병행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이전에 비해 예산이나 지원이 늘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회의수당 신설하는데 8년이 걸리기도 했다”라며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면서 수요조사를 통해 진짜 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게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지금도 주민의견수렴을 위해 두달 넘게 수요조사 중이다”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주민이 진정 원하는 것 담아내는 주민자치회 중요”
최영희 대전시 주민자치회 상임이사는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로 어떤 변화가 생긴다는 게 큰 기쁨인 것 같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의 주민자치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시범실시 초기에 나타났던 문제는 무엇인지, 주민자치회원들의 자치권 행사 역량은 준비되었는지, 시범 초기와 비교하여 2기 실시 후의 예산 배정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주민들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역량 강화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대전시 전 동에서 이뤄지고, 무엇보다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절실하다. 예산이 시범실시 초기보다 줄어들고 있는데 충분히 반영되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 대전시의 주민자치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해야 될 것 같다 "

끝으로 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은 “오늘 많은 의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고, 현장회장님들, 전문가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는데 동장님들도 참석해주셨으면 좋았을 거 같다. 행정이 보이는 것보다 굉장히 복잡하다. 또 지금은 행정이 주민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주민자치도 사람과 시스템이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같다. 제도를 완벽히 만들어도 현장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법률이나 조례가 좀 불리해도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행안부 시범조례가 완전하다고 보진 않지만 큰 틀의 방향성은 갖고 있다고 본다. 주민자치도 현장 시스템, 사람들간 상호작용으로 발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일선에서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로 원만하게 합의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진 국장은 또 “경험적으로 볼 때 동별로 뚜렷한 대표 아젠다를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주민자치회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메시지가 주민들에게 전달될 필요가 있다. 주민 신뢰가 높아지고 주민자치회의 자신감도 커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후원금이 모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꼈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법 제정, 시스템적인 부분인데 기본적인 게 미비해서 아쉬움이 많다. 제도적으로 올해는 완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범실시 이후 코로나19로 활성화 타이밍 놓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주민자치는 자꾸 만나야 하는데 비대면으론 한계가 있다. 재원 확보는 시에서도 항상 어려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시의회와도 협의하고 현장 위원님들 의견도 듣고 상의해서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귀한 자리 마련해주시고 현장의 소리 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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