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특별연재

사회적 합의 넘어 꾸준한 실천이 답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의 단계적 일상 회복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목표가 점차 겹쳐지면서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내로 억제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최선보다는 차선 해법으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고, 의무인 셈이다.

서울연구원 탄소중립 보고서(2019),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문조사(2021. 9),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설문조사(2021. 11) 등 각종 국민인식조사에서 탄소중립 정책에 찬성하는 응답 비율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선도적 이행과 산업계·시민사회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참·협력하는 실천에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경로 선택,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 선택, 비용 부담, 탄소 감축 기술개발·적용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열린 공감’에서 ‘상황 논리’로 입장 차가 일부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탄소중립을 향한 관건은 단연 ‘상황 논리’에 따른 시각 차이를 열린 공감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앞으로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정부·산업계·시민사회 협치를 통해 탄소중립 최적 경로 선택, 정책목표와 정책 수단 간 연쇄 관계 파악, 이행 비용 부담, 기술개발·적용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요인을 풀어가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다만 탄소중립의 출발점은 정부·지방자치단체, 산업계, 시민사회 간 역할분담이 기본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탄소중립 추진체계의 울타리
1) 2050 탄소중립, 법제화 추세

2015년 파리협정 이후 탄소중립 협정서는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면서 실천이 당연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선언·추진을 주도하고 있으며. 2020년 9월 유럽기후법을 제정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법적 체계 확립, 재정 집행 등 한발 앞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둘러싼 논의는 ‘선언(2020. 10. 28.)과 확정(2021. 10. 27.)’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일정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적 토대인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법률 제18469호; 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2021년 9월 24일 제정됐다. 세계 14번째 2050 탄소중립 이행 법제화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크게 부칙(총 10개 조)을 제외하면 총칙(제1장), 보칙(제11장)을 포함한 총 11장 83조로 구성돼 있다. 동 법에는 감축 목표를 법률 조문에 처음으로 제시했으며, 대통령령에서 추진체계와 정책 수단들이 보다 구체화될 예정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주요 내용으로는 탄소중립위원회 구성, 기본계획 수립 등 탄소중립 이행 절차를 체계화하고, 한편으론 기후영향평가, 기후대응기금, 정의로운 전환 등 정책 수단의 구체화를 담고 있다.

2)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학습효과
탄소중립기본법 법체계를 해석·분석하면,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에 예비 적용할 수 있는 적합한 정책 수단의 선별·선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에서 ‘숲만 보지 말고 나무도 함께 보라’는 냉철한 경계가 요구된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장에서 탄소중립의 선택적 해법을 찾고 합리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기본이고, 정부는 기술혁신과 신규 기술개발을 통해 탄소중립 청사진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차량 보급과 친환경 건물 전환 사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헤아리지 못한 저탄소 틈새시장 발굴은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 실현의 또 다른 단면이다.

이런 의미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향후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저탄소 실행계획 수립, 현장 솔루션과 매칭되는 제도적 기반 구축 확대, 틈새시장 발굴 등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설명 가능한 탄소중립 전략에 대해 지역사회, 시민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편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됐지만, 법 추진체계가 전반적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시행 시기가 6월~1년여 남짓 남아있을뿐더러, 탄소중립 목적과 수단 간 과학적 연계가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및 산업계 모두 온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탄소중립 이행에 앞서, 정부가 주도하는 기후변화 정책 이행 과정에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았듯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하는 각종 탄소배출 감축과 에너지 전환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한계는 정책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유인·촉진하는 법적 기반이 온전하지 못한 것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의 탄소중립 추진에서 탄소중립 기본조례 제정이 뒷받침되고, 이를 토대로 지역 맞춤형 기후·에너지 실행체계도 탄력을 받을 것임을 시사한다.

광역자치단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1)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기본조례 제정·시행

시·도 광역자치단체들은 정부의 2030 탄소배출 상향 조정,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바탕으로 일차적으로 감축 목표 설정, 탄소중립 경로(path) 선택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Thinking Locally, Acting Globally’처럼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에서 출발하되, 정부 정책과 공존하는 기본자세가 바람직하다. 탄소중립 기본조례는 탄소배출 감축과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등 전 과정에서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실천 가이드라인 또는 지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의해야 점은 ‘존중과 배려’의 원칙이다. 탄소중립 기본조례 제정 과정에서 정부 탄소배출 감축 목표, 탄소중립 경로 선택을 최대한 수용하는 존중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 탄소배출 감축 목표 설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상호 협의·결정하도록 유연성을 보장하는 배려원칙이 필요하다.

2) 정부와 광역단체 간 탄소중립 연동화 추진체계 마련
탄소중립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선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현장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이 뿌리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의사결정 방식에서 정부는 선도하되, 양자가 절충·협력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탄소중립 연동화 추진체계 마련에 있어 탄소중립기본법 시행 전, 연동화 숙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숙의 의제는 지방자치단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시행, 공공기관의 기후위기 적응대책, 기후위기 대응사업 시행, 기후위기 대응 물 관리, 녹색도시 기본계획 등이다.

3)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 제도 정비·운영
탄소중립 실천 거버넌스 대표 주체는 광역자치단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다. 2050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둘 수 있는 규정을 원용해 기후변화위원회 또는 녹색시민위원회 등의 전환을 검토한다. 다만 위원회 내 정책분과, 기술분과, 이행평가분과 등의 분과를 제안한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에서 탄소중립 도시를 ‘탄소중립 관련 계획 및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도시로 규정’했으나, 단위사업 중심으로 계획적 관점이 미흡하다.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도시로의 전환 대신, 건물·수송에 특화된 탄소중립 기본방향 제시로 인해 탄소중립 도시로의 전환이 어렵다.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탄소배출 부문의 탄소 감축을 도시계획에서 구현하는 접근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4)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정책 수단 선택
탄소중립 추진체계의 과학적 운영을 위한 정책 수단이 중요하다. 광역자치단체에서 탄소중립 정책 추진 시 2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역 맞춤 탄소배출 감축, 에너지 전환정책의 실익이 반감된다. 첫째 조건은 법·제도의 신설·보완인데, 정책 수단 선택 시 시행 근거, 지침 등과 관련돼 있다. 둘째는 정책 수단의 적용 탄력성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맞춤형 정책 수단의 보완·수정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 정책 수단은 탄소중립기본법 법규의 시행 시기, 모법과 연계된 자치법규 신설, 예산 배분, 전문 인력 양성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 수단을 그룹화하면 지방자치단체 기후변화영향평가,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 운영 등으로 나뉜다. 다만 제도 시행 시기와 지침 마련 등의 원인으로 당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연동화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 기후변화영향평가,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 운영은 광역자치단체 환경 부서를 대상으로 시범실시할 수 있다. 다음으로 법과 조례를 참조해,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를 확대 시행하는 것을 검토한다.

5) 공정·정의와 함께하는 협치(거버넌스) 구축·운영
탄소중립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촉매제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정의 기반 협치 운영이다. 저탄소 사회 안전망 확보는 포용적 탄소중립과 에너지복지 격차를 해결하는 근원적 처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 274건의 법·제도를 2021년부터 새롭게 정비할 예정이다. 그런데 에너지 전환 시대에 발맞춰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또는 에너지복지 격차 해소 대안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외에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구성·운영, 지역 차원에서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관리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정의로운 전환에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취약지역 특구 지정을 통해 금융, 조세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6) 탄소중립 정보소통 채널 확충 및 인프라 정비
탄소중립 실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생산·소비 정보이다. 정부가 설치·운영하는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대응해 광역자치단체 온실가스에너지 정보센터 구성·운영 가능성을 검토한다. 지방자치단체 기후위기 적응센터 지정·평가는 정보센터 구축·운영과 같은 방식, 그리고 정부의 적응센터 지정·평가 이후 대응하는 방식 두 가지 모두 검토한다.

한편 탄소중립 과정에서 시민참여를 보장·지원하고, 특히 탄소중립 여정에서 한 세대 앞선 저탄소 참여 및 모니터링을 위해 20~30대 청년세대와 함께 가야 성과가 나타난다. 청년세대가 공감하는 ‘지역사회 기반 탄소중립 실천 프로그램’ 개발과 유인 동기 제공도 한 가지 방법이다. 더불어 교육위원회와 협의해 저탄소 환경 교육자재 발간과 학교 교육을 통해 저탄소 환경교육지도자 육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7) 기후·에너지 틈새시장 개발·확대 전략
광역자치단체 탄소중립 정책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전환에 초점을 맞추는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의 기후·에너지 틈새시장 개발·확대 전략으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공공부문 탄소경영시스템 시범 도입·운영,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대상 확대(민간부문 목표관리제 협약 체결 포함), 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의 탄소중립 모니터링(탄소중립 예산편성-결산-검증 단계별 지침 작성 포함) 제도 도입·운영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음으로 탄소중립 우수사례 발굴 및 홍보사업이 있는데,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고려하는 친환경 스마트 운전 활성화 정책 추진 검토가 필요하다. 기타 광역자치단체는 행정 경계 유·출입 자동차를 대상으로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탄소중립 공동협력 사업 관리를 검토해야 한다.

시작이 반半, 첫걸음이 중요하다
1)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의 예비 대응 검토

우리나라 탄소중립의 본격적인 출발선은 탄소중립 2개 시나리오의 심의·의결,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이다. 아쉽게도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 추진체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지방자치단체 탄소배출 감축 목표 간 정합성 유지, 탄소중립기본법과 표준조례 간 연계 여부 등 근원적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다.

해결 실마리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탄소중립기본법 추진체계를 진단 후, 이를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기본조례 제정과 동조시키고, 한편으론 탄소배출 감축 추진계획과 연계하는 접근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이 법규에 따라 6개월~1년여 시간이 있기에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 기본조례에 담을 수 있는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를 예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기후·에너지 선도전략 발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본조례 제정 전前 예비 대응은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역량을 강화시키는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기후위기 비상대응’, ‘탄소중립 모범도시’ 실현을 위한 정책 판단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2) 탄소중립 의사결정체계의 양방향 채널 확보
탄소중립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절충·협력이 바람직하다. 이는 ‘명분(탄소중립 선언)과 실리(탄소 배출)’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은 2가지 관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는 정부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2050년 탄소중립 가치와 그 동력원이 모두 망라한 체계로서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탄소중립을 둘러싼 절박한 논의 의제에 맞추려 백과사전식 배열, 정책목표·수단·성과 간 관계분석 이해 부족 등 약점 요인을 지적한다. 이러한 약점은 오히려 탄소중립 일정에 따라 기회 요인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둘째, 탄소중립기본법의 핵심이슈 정리는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기본방향과 실행전략 마련의 표준 가늠자 또는 지침으로서 작동이 기대된다. 다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탄소중립 선언과 실천은 형식상 대동소이하나, 탄소중립 의사결정체계는 상의하달식·하의상달식 접근의 모호성으로 인해 향후 조화로운 절충식 여부에 따라 탄소중립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명분·실익’ 모두 챙기는 탄소중립 기대하며
2022년 임인년은 탄소중립 실천의 첫걸음 원년이다. 탄소중립의 가늠자인 탄소중립기본법의 현장 적용에서 예상되는 문제점, 해법에 많은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게다가 탄소중립 실현의 한 축인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제시된 탄소중립 추진체계 전반에 대한 ‘법 해설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가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 기반 탄소중립 실천 사전 준비와 예비 적용을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형 탄소중립 속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사회·산업계와 함께 기후·에너지 실행 해법 찾기를 기대해 본다.

김운수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운수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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