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외국정책사례

프랑스는 불평등이 심한 사회다
사회 불평등의 문제는 오늘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소득불평등은 전 세계적 추세가 됐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프랑스에는 빈곤선을 중위소득 수준의 50%로 설정하면 520만 명(8.2%), 60%로 하면 920만 명(14.6%)이다.

프랑스 불평등 연구소(Observatoire des inégalités)에 따르면 소득분대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Gini)계수가 1990년 초까지 감소해오다 2020년 이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20년 프랑스 지니계수는 0.289(프랑스 통계청 추계에 따른 수치)로 2011년 0.305보다는 감소했지만 1998년 0.279보다는 높다.

또한, 소득 상위 10%의 소득에서 하위 40%의 몫을 나눈 불평등 지표인 팔마비율(Palma ratio)을 보면 프랑스는 1998년 상위 10%의 소득과 하위 40%의 소득이 같아 팔마비율이 1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위 소득자가 차지하는 몫이 증가해 2011년 1.16으로 정점에 다다랐고, 이후 조금 낮아졌지만,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소득 불평등을 한국 사회와 비교하면 매우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사회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강력한 사회정책을 시행해온 나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은 향우 프랑스 사회에서 사회적 위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통계청 INSEE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은 나이가들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세 미만의 정규직 직원은 월평균 약 1천700유로를 받는다. 하지만 직업에 따라 소득은 크게 달라진다. 고위직은 월평균 2천600유로, 육체노동자는 월평균 1천600유로, 30대 미만에서는 약 1천 유로 차이가 난다. 물론 저숙련 청년 노동자는 월평균 약 1천200유로(풀타임인 경우)를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임금의 차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확대된다. 60세 이상 임원은 평균 5천900유로 정도를 받지만, 이 연령대의 육체노동자와 임금노동자의 급여는 1천900유로다. 즉 60세 이상에서는 약 4천 유로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소득의 불평등은 남녀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프랑스의 남녀 불평등
2020년 ‘여성과 남성의 실질적 평등을 향해(Vers l'égalité réelle entre les femmes et les hommes)’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여성(76%)은 남성(84%)보다 경제활동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983년의 여성 59%, 남성 87%와 비교했을 때 차이는 현격히 줄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019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인구 중 28.4%가 파트타임으로 노동하고, 남성 경제활동 인구 중 3.1%가 파트타임으로 노동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7.8%가 불완전 고용(sous-emploi) 상태지만 남성은 3.1%에 불과하다. 임금에 있어서도 2018년 기준 월 연금 수령에 대한 남녀의 차이는 41%로 여성이 낮다. 그리고 2016년 기준, 기업의 중요 임원 중 여성과 남성 임원 임금 차이가 20.6%로, 여성 임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녀 수에 따라서도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즉 자녀가 없을 때 ‘순소득’ 차이는 18.1%에서 한 자녀 24.1%, 두 자녀 32.3%, 세 자녀 47.5%로 확대된다.

한편,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의 선출직 여성 지도자는 2014년 7명(시장)에서 2020년 12명으로 늘었다. 이는 프랑스에서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표직에서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코뮌에서 약 20%에 해당한다. 그리고 2017년 기준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 비율이 39%, 상원에서는 33%로 2012년 국회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26.9%, 2017년 상원은 29.3%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과 남성 선출직의 비율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
프랑스 정부는 일찍이 ‘오루법(la loi Auroux)’으로 불리는 1982년 8월 4일 법률(제82-689호)에 의해 출신, 성별, 가족 상황, 민족, 국가 또는 인종, 정치적 견해, 조합 활동,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거나 해고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83년에는 특히 보수, 승진, 채용에서의 성차별금지원칙을 명문화했다(법률 제83-635호).

1983년 남녀직업평등법은 법률로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지만, 실효성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노사의 단체 교섭을 통해 남녀 직업평등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녀평등에 관한 직업별, 산업별 및 기업별 교섭을 의무화해 남녀 직업 평등을 추진을 위해 2001년 5월 9일 법률 제2001-397 ‘여성과 남성 간 직업적 평등’을 제정했다.

한편, 프랑스 노동부(ministère du travail)는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0년 3월 8일 ‘직업 평등 지표(l'index de l'égalité professionnellele)’를 발표했다. 직업 평등 지표는 다섯 가지 기준에 의해서 평가된다.

① 여-남 임금 차이 40점(l’écart de rémunération fem mes-hommes, 40 points)
② 연간 임금 인상 차이 20점(l’écart dans les augmen tations annuelles, 20 points)
③ 승진에서 차이 15점(l’écart dans les promotions, 15 points)
④ 출산휴가 임금 인상 15점(les augmentations au retour de congé maternité, 15 points)
⑤ 기업 내 고액 연봉자 중 여성 비율 10점(la présence de femmes parmi les plus gros salaires de l’entreprise, 10 points)

또한 프랑스 하원은 2021년 5월 12일 만장일치로 2030년까지 기업 내 의사결정직에 여성 비율 40%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이로 인해 1천 명 이상의 임금노동자를 둔 기업은 고위 의사결정직 내 여성 임원 비율을 2027년까지 최소 30%, 2030년까지 40%를 달성해야 한다.

지금의 프랑스는 사회적 이동이 어려운 사회가 됐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프랑스’, ‘평등한 프랑스’는 적어도 지금의 모습은 아니다. 사회당 출신의 미테랑 대통령이 있던 1980년대에는 그래도 자신의 노력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변화할 수 있고,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위 엘리트 교육 기관으로 불리는 그랑제콜(grande école) 출신이 사회 고위층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에 의한 사회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대표적인 그랑제콜인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쇄한다고 2021년 4월에 발표했다. 국립행정학교(ENA)는 소위 고위층 자제들이 입학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처럼 프랑스 사회에서 사회 불평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논란이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평등’이 한국 사회의 핵심적 문제라는 것에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이러한 불평등과 관련된 논란은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철학과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다. 이에 프랑스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 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논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제도적으로 이를 수정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손동기 호남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손동기 호남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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