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책제안

세계 콘텐츠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서 압도적인 역대 1위로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다. BTS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차트인 빌보드차트에서 싱글과 앨범 등 모두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아카데미 상에서 주요 4개 부문 수상을 해 한국의 영화제작 실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한 언론사에서는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할리우드에 심각한 경쟁 위협이 될 수 있는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며, 오징어게임이 아주 좋은 예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훌쩍 커버린 것이다.

한국의 콘텐츠가 어떻게 이처럼 높은 위치까지 왔나? 이면에는 많은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한국의 좁은 내수시장이 오히려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내수시장이 작아 해외시장을 뚫기 위해 기업들은 각고의 노력을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한국의 좁은 시장에서는 돈을 벌기 어려워, 일찍부터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개척만이 아니라 국내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환경도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과거 공중파 방송 3사의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거기에 국민의 콘텐츠에 대한 눈은 매우 까다로웠다. 한국 국민은 드라마 하나하나에 대해 심도 있는 비평을 하고 온라인에 이를 게재한다. 그래서 ‘한국의 콘텐츠 소비자 안목은 세계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콘텐츠 기업들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

정부의 역할도 컸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의 지원을 늘리고, 국민에게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지시켰다. 그 결과 우수한 인재와 자원이 콘텐츠 산업에 몰리고 투자가 증가했으며 창업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요인 외에도 콘텐츠 산업의 특성과 우리 민족의 적합성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의 DNA에는 멋과 끼를 살리는 유전인자가 있어 우리 민족이 콘텐츠 산업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다고 본다.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
증권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게임, 메타버스 등 콘텐츠 관련 주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이 유망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류에 의해 많은 해외 사람들이 한국을 알게 됐고, 많은 외국 학생이 한국에 유학을 오는 등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콘텐츠 산업이 중요하고 그 파급효과도 크다. 좀 더 상세하게 문화콘텐츠 산업이 왜 중요한지를 알아보자.

첫째, 유명한 콘텐츠 작품은 인기와 수익성 면에서 장기적 지속성이 있다. 콘텐츠가 유명작품의 반열에 오르면 오랜 기간 인기가 유지돼 제작사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일반제품의 경우 한 제품의 인기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지만 신제품이 개발되거나 소비자의 니즈가 달라지면 다른 신제품에 의해 대체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콘텐츠는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거나 관련 제품이 개발돼 인기가 이어진다. 1928년에 태어난 미키마우스는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연간 6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

둘째, 콘텐츠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문화와 오락을 추구하는 미래 소비자의 취향에 적합한 산업으로, 성장이 빠르고 시장도 매우 크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이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OTT, 메타버스 등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관련된 콘텐츠 시장이 탄생하고, 소비자의 소득과 여유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문화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셋째,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수요가 확대된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타 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고급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미국 아이콘 중의 하나인 디즈니는 디즈니의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테마파크를 만들고, 라이선싱을 통해 상품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

넷째, 문화콘텐츠 산업은 국가브랜드, 소프트파워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K-Pop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문화, 나아가서는 한국을 좋아하게 돼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좋아지게 된다. 한류는 친親한국 외국인 확대, 한국어 확산, 외국인의 한국방문 증가, 한국상품 구매, 나아가서는 한국의 국격 제고의 역할을 한다.

다섯째,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산업이다. 최근 청년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향유하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서, 이들은 게임, 모바일 콘텐츠 등 콘텐츠 산업의 일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이야말로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여섯째, 문화콘텐츠는 한국 서비스산업의 수출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데 비해 수출 비중은 매우 낮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없다.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국내 서비스기업이 없어, 향후 서비스산업의 수출과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문화콘텐츠 산업은 높은 경쟁력으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어 한류를 탄생시켰고, 게임, 음악 등의 분야에서 유수의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고 기업을 배출했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 산업의 성공이 서비스산업의 해외 진출 모델이 될 수 있다.

지역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효과
문화콘텐츠 산업은 대도시형 산업으로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는 문화콘텐츠 기업이 많지 않고 기업의 매출액도 적었다. 대기업이 주로 수도권에 포진돼 있고, 지역에는 연관산업도 발전하지 못했다. 이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수요가 적어 기업이 창업하거나 지역으로의 기업유입이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역량 강화와 지자체의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정책으로 지역에서도 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지역의 문화소비 잠재력과 문화 욕구가 증가하고 있어 문화의 지역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VR/AR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모바일 게임 ‘포코팡’, 춘천의 캐릭터 ‘구름빵’, 경북의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 경기도 부천의 웹툰 콘텐츠 등 성공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역의 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인터넷의 발전에 기인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역에서 개발된 콘텐츠의 전송 및 유통이 가능해지며 ‘거리의 소멸’이 일어나고, 일인 사업자, 소규모 창업자 등이 온라인을 통해 전국 대상 콘텐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사이버상에서 지역 기반의 콘텐츠 프리랜서도 증가하고,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콘텐츠도 지역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더구나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위원회 등 콘텐츠 관련 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지역 콘텐츠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의 다양한 지역사업 추진은 이 지역 콘텐츠 기업이 입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역의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면 많은 부수 효과가 있다. 먼저, 그 지역이 클러스터화되면 이곳을 방문해 콘텐츠를 즐기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관광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의 소비가 증가하고 콘텐츠 생산을 통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또한 콘텐츠 기업이 입주하면서 창의인력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데 지역의 콘텐츠 산업이 기여하고, 지역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며, 이러한 결과로서 주민 삶의 질이 향상된다.

지역 콘텐츠 산업의 육성방향
국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콘텐츠 산업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주면서 발전하고 있다. 과거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에서 발전하던 콘텐츠 산업의 생산이 이제 지역으로 확산되는 변화과정에서 지역의 전략방향은 무엇인지를 보자.

첫째,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지자체들은 콘텐츠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거의 없다. 지역 MZ세대의 콘텐츠에 대한 높은 수요에 걸맞지 않게 지자체에서는 전문 공무원이 매우 적고 관련 조직도 거의 없다. 지역에서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자체에서 전문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 타 산업과의 연계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지역에서 콘텐츠 산업의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문화관광 등 콘텐츠는 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크고 OSMU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 지역의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대중적인 콘텐츠를 재생산하며 이를 활용해 타 산업으로까지 효과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지역의 브랜드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 콘텐츠 클러스터에서 중심이 되는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고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클러스터를 성공시키는 첩경이다. 이를 위해 문화콘텐츠 창업 인프라를 확대하고 지역의 예비 창업자들을 그 지역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나아가서 이 지역을 창조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반 여건을 갖춘 창조도시로 확장시켜야 한다.

넷째, 지역착근형으로 지역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고유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의 전통문화, 역사유적 등을 콘텐츠화, 산업화, 관광자원화해 지역문화의 산업적 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루아르강을 중심으로 지역정체성의 활용과 극대화를 모색하던 중 지형적 특성인 수변공간을 활용해 클러스터를 기획 및 조성한 사례가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역사, 신화, 고전 등 다양한 스토리를 수집해 한국의 고유한 문화원형을 보존하고, 문화콘텐츠 산업화에 활용하기 위해 지역별로 이를 수집하고 가공한 스토리를 소재로 해 문화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역문화산업의 글로벌화이다. 지역 차원에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역에서 만든 작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는 해외기업을 유치하고 해외기업과의 공동제작 등을 통한 글로벌화의 확장모드가 요구된다. 이는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해외 진출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기관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이 직면하는 언어적 한계와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러한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지역의 콘텐츠 시장은 지역 청년층의 관심 증대로 인적 생산역량이 증가하고 있고, 지역에서의 콘텐츠 인프라 구축 확대로 물적 생산역량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 콘텐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어, 지자체는 젊은 세대들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판을 깔아줘 기업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고용이 창출되며 궁극적으로 지역의 이미지도 높아질 것이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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