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특별연재

왜 탄소중립 그린도시인가
앞으로 30여 년간 예정됐고 중도 기권이 눈총 받는 마라톤, 탄소중립 여정이 2022년 새해를 맞아 본격 출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일명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해 제정(2021. 9. 24)되고,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산업계·시민사회와 협치(거버넌스)를 통해 탄소중립 최적 경로 선택, 정책목표와 정책 수단 간 연쇄 관계 파악, 이행 비용 부담, 기술개발·적용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요인을 풀어가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맞닥뜨릴 탄소중립 여건 변화를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능동적·적극적인 해법 찾기는 향후 국가 품격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한국형 탄소중립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탄소중립의 출발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 분담과 협력이다. 특히 탄소중립도시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지정·시행되는데, 지역적 기후환경 특성을 반영하고, 현장에 맞는 솔루션이 적용되는 탄소중립도시 조성은 한국형 탄소중립의 실천적 모델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 비전은 도시 간 비교 경쟁력 지수·척도 또는 브랜드(brand)로서 의미를 부여해 종종 표현된다. 도시 경쟁력은 내부적으로 사업 시행의 성과를 판단하는 정책정보로서, 외부적으로 교육·캠페인을 통해 시민사회와 소통·협력함으로써 도시 간 비교 우위성을 확보하는 통계정보로서 활용된다. 기후환경변화에서 도시 단어 앞에 위치하는 접두사는 일반적으로 도시 경쟁력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생태도시, 광합성 도시, 기후변화 도시, 친환경 도시, 자원순환도시, 기후환경수도, 기후중립도시(carbon neutral city) 등 다양한 도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 비상대응에서 도시 경쟁력 척도를 대신하는 탄소중립도시 또는 탄소중립 그린도시(탄소흡수원 조성·확충·개선, 생태축 보전 및 생태계 복원 사업 등을 강조), 탄소중립 스마트 그린도시(사물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탄소중립 기술 적용 도시) 등이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에서 탄소중립도시 조성은 국가 탄소중립 실현의 현장 솔루션으로서, 나아가 지역적 확산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외 탄소중립 그린도시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1) 탄소중립도시 개념

용어 사전에서 탄소중립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제거되는 탄소량을 같이 해 탄소의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2015년 파리협정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은 국가뿐만 아니라 도시들도 탄소중립의 한 축으로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국가 탄소중립은 용어 사전의 해설서처럼 국가 순배출이 ‘0’이 되는 반면, 탄소중립도시는 사뭇 다르다. 탄소중립도시는 순배출이 ‘0’이 아닌 대신,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도시 전체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다른 도시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그 도시가 배출하는 탄소량 이상으로 청정에너지 생산, 산림 흡수원 조성 등을 추진하는 친환경 도시를 의미한다.

2) 국내외 탄소중립도시 추진현황
탄소중립도시 조성은 탄소 배출·감축의 주체, 기후변화의 영향지역, 지역 맞춤 틈새 해법 발굴 등을 감안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탄소중립도시 조성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유럽연합(EU)에서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후중립도시 100’ 정책이다. 유럽 100개 도시를 대상으로 탄소중립의 실험·혁신모델로 개발해 2030년까지 기후중립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고, 성과를 다른 도시에 전파해 유럽연합 탄소중립의 조기 실현에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탄소중립도시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와 달리 도시 탄소배출 감축 잠재력을 감안해 차별적 목표를 설정한다.

주목할 것은 도시들의 기후중립 프로젝트 이행 지침서, 기후중립 스마트도시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정책결정자,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기후중립도시 개발·협력, 이행점검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22개 도시들은 탄소중립도시동맹을 결성했고, 700개 이상의 도시와 지역들은 ‘탄소배출 제로화 경쟁(Race To Zero)’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2020년 6월 5일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226개 자치단체가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탄소중립 실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역 맞춤 탄소중립 이행체계가 확보되지 못해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에 즈음해 활발한 진행이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정부에서 지역 기반 탄소중립 시행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 선언’ 1주년을 맞아 탄소중립 실천을 선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22곳(광역 7곳, 기초 15곳)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움직임은 올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로에너지 특화도시’ 조성을 추진이며, 이는 에너지와 생태환경이 융합된 선도 사례로서 조명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탄소중립도시 선정은 과거 기후변화 대응 사례에 연장선 차원에 그쳐 다소 미흡하다.

3) 향후 탄소중립도시 조성 과정에서 유의점
환경부는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탄소중립 본격 이행, 통합 물관리 성과 확산, 포용적 환경서비스 확대 등을 3대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그 가운데 탄소중립 본격 추진하기 위한 시범사업 차원에서 탄소중립 그린도시 시범사업(2개소)을 통해 도시 단위 탄소중립 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안)과 기본계획(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런데 외국사례의 시사점을 정리하면, 앞으로 탄소중립도시 조성 과정에서 시급한 핵심요소는 탄소중립 표준조례 제정,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매뉴얼(지침서) 제작·보급, 탄소중립 체크리스트 운용, 탄소중립 거버넌스 운영 등 지역 맞춤 탄소중립 실행 해법 도출이다.

탄소중립 그린도시 개발의 전제조건
1) 탄소중립도시의 선도 모델 구축, 판단지표 믹스가 핵심

급변하는 기후환경 변화에 능동적·탄력적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한 도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비상대응에서 탄소중립 선점 움직임 역시 국가 간 경쟁 못지않게 도시 간 경쟁도 같은 선상에 있다. 결국 탄소중립 실천 노력은 국가 또는 도시의 탄소중립 체질로 전환시켜, 국제사회 속에서 글로벌 품격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척도가 된다.

탄소중립의 경쟁력 판단지표는 탄소배출 감축, 탄소 저장·흡수·이용 등과 연관된 항목들이다. 이를테면, 탄소중립도시의 경쟁력 판단지표는 탄소 감축 및 에너지 자립 비율, 탄소 흡수원 조성·확충·개선, 생태축 보전 및 생태계 복원, 자원순환형 시스템 운영,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환경의 질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탄소중립도시의 경쟁력은 탄소배출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5개 지표의 최적화된 믹스(mix)가 관건이다.

2) 탄소중립도시 조성, 기본인식을 바꿔야
기후위기 비상대응에서 탄소중립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역사 흐름’이고, ‘지구촌 상생’은 책무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문구는 1960년대 이후 환경·생태보전 우선주의, 기후환경변화 대응 패러다임을 거치면서,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을 재촉하는 경구警句로서 어울릴 것 같다. 이는 국가 단위의 탄소중립 실천, 국가 간 협력·지원을 통해 2015년 파리협정에서 논의·채택된 지구평균온도 1.5℃ 상승 억제 목표 달성을 통해 2050 탄소중립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 문구를 2022년 우리나라 탄소중립 버전으로 바꿔보면 여전히 유효하다. 나아가 지구촌 대신 국가로 치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맞춤 탄소중립 실천, 국가 2050 탄소중립 실현’으로 연계할 수 있다. 탄소중립도시 조성은 선도·혁신모델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3) 탄소중립도시 설계,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기후위기 경로선택과 비전에 따라 탄소중립을 둘러싼 도시와 국가 간 지향점이 다소 다르다. 탄소중립도시의 설계는 탄소 순배출량이 ‘0’에 도달·완료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 감축 잠재력을 최대한 최적화해 납득 가능한 수준에 맞추는 것이다. 이에 탄소중립도시 설계과정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간 연도·부문별 감축목표 연계, 탄소중립도시 지침서(가이드라인) 작성, 탄소배출 통계정보 생산, 5개 탄소중립 권역 확장과 대기관리권역 통합관리, 지역 맞춤 탄소중립 기술개발·적용, 지방의회 탄소중립 예산 모니터링, 시민사회·산업계 협치 및 탄소중립도시위원회 운영 등을 검토한다.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그린도시 기본전략
1) 기본조례 제정, 지역 맞춤 시행체계 구축·운영해야

올해 탄소중립기본법 시행 예정에 맞춰 가장 주목되는 핵심이슈는 ‘탄소중립 기본조례, 탄소통계, 녹색기술 개발, 녹색제품, 탄소국경세, 비용 부담, 탄소인지예산과 녹색금융, 기후영향평가, 기후대응기금, 탄소거래, 기후정의, 사회안전망, ESG, 탄소·에너지 경영,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화, 금속자원 확보, 분산전원, 국제협력’ 등이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에 수많은 난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이 요구된다.

SF 코미디 명작으로 휴일과 명절 때마다 방영되는 단골메뉴인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처럼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2050 탄소중립 달성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허튼 생각이 간혹 든다. 그만큼 탄소중립은 30여 년 걸쳐 가야만 하는 길고 긴 여정이고, 수많은 난관과 갈등을 풀어나가야 하는 최대 숙원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여정의 시행착오 비용을 다룰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접근이다. 요약하면 ‘온’전한 탄소중립 계획, ‘고’차원 가치생산 정책 실시, ‘지’속가능한 점검, ‘신’속한 처방의 4단계이다. 이처럼 향후 탄소중립도시 조성은 4단계 접근과정의 선순환하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

2) 탄소중립기본법 적용 한계를 극복해야
탄소중립기본법 제29조(탄소중립도시의 지정 등)에 의하면, 탄소중립도시는 ‘탄소중립 관련 계획 및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도시’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밖에 탄소중립도시 조성 정책의 수립·시행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이며, 탄소중립도시 지정권한은 정부에 있는 대신,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른 정부 지정 등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탄소중립도시 지정 요건은 도시의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자립률 향상 사업, 도시 탄소흡수원 등 조성·확충·개선 사업, 도시 내 생태축 보전 및 생태계 복원 사업, 기후위기 대응 자원순환형 도시 조성사업, 도시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환경의 질 개선사업 등 5개 유형의 사업이다. 그러나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법규에 따른 탄소중립도시 조성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몇 가지 해결과제가 남아 있다.

첫 번째는 ‘탄소중립도시’의 법적 개념이 도시(공간) 내 탄소중립이 실현되는 도시인데 반해, 실현의 이미지(image)가 구체적이지 못해, 탄소중립 가치인 목표 내지 비전이 되레 훼손되는 딜레마에 처할 우려가 있다. 이에 탄소중립기본법 제11조(시·도 계획의 수립 등)의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제12조(시·군·구 계획의 수립 등)의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규정과 연계해 탄소중립 지역 맞춤 선도도시 지정·전파 등과 같이 제29조(탄소중립도시의 지정 등) 규정의 수정·보완이 바람직하다. 이를테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시행의 최적화된 모델로서 선도·혁신 가치가 인정받는 탄소중립도시 정립이다.

두 번째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의사결정은 상의하달, 하의상달의 일방적 의사결정 대신 쌍방향·절충식 과정이 우선돼야 하고, ‘정부 선도, 지역 맞춤 탄소중립’의 역할 분담이 기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와 같이 탄소중립도시의 직접 지정 권한을 갖게 함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하면 동법 제11조, 제12조, 제29조는 상호 탄소중립도시 실현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세 번째는 탄소중립도시의 법적 지정 요건에서 5가지 사업 가운데 하나의 사업 내지 복수의 사업 추진으로 지정되는 경우, 탄소중립의 부분별 추진 효과만 부각돼 탄소중립도시 지정 의미가 반감되게 된다. 현행 탄소중립도시 지정 과정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시행에서 제시하는 국가비전 및 중장기 배출부분별·지역별 감축목표와 부조화 원인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탄소중립도시의 바람직한 모습은 도시라는 공간 단위에서 탄소중립이라는 정량 목표치를 설정해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목표-수단 간 최적화 과정’으로 대변된다.

이에 도시공간에서는 에너지, 건물, 수송, 폐기물, 농·축산, 흡수원 등 다양한 분야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탄소중립 통합 시스템으로 설정하고 최적화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결국 탄소중립도시의 지정·시행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의도하는 탄소배출 감축목표 달성을 유도할 수 있는 선도 모델로서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탄소중립도시 지정은 선도·혁신모델로서 지역적으로 탄소중립을 확산·전파하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탄소중립을 실현(Act Locally, Think Globally)하는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한국형 탄소중립 그린도시 개발을 기대하며
지난해가 우리나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공개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탄소중립 실천의 첫걸음 원년이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 흐름’이고, ‘지구촌 상생 책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문구는 국제사회,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중립을 재촉하는 경구警句로서 안성맞춤일 듯하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은 향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더 나아가 2050년까지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제고하기 위한 법적 토대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탄소중립 시행체계의 가늠자인 탄소중립기본법의 지역 맞춤 적용에서 예상되는 문제점, 해법에 많은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이 가운데 탄소중립도시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이나, 선도·혁신 모델로서 가치가 충분해 법 적용의 한계를 넘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탄소중립도시 모델은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 향상은 척도이기 때문이다.

김운수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운수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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