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의견서에 대해 반론서 제출한 위헌소송 청구인단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사전의무교육이 헌법상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에 대한 양천구의 의견서를 놓고 청구인의 반대 변론서가 제출돼 이목을 모으고 있다.

서울특별시 양천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 제1항 등 위헌 확인(사건번호 2021헌마1605)에 대해 지난 3월 2일 양천구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에 청구인 겸 청구인 채진원 한국자치학회 학술부회장(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의 대리인 법무법인 온다의 이동호 변호사가 오늘자인 12일 헌재에 변론서를 전달했다.

 

사전의무교육 실효성 있나...위원 선정 배제하고 수준은 교양 강의에 그쳐

양천구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사전의무교육은 온라인 6시간으로 진행되며 주민자치회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통해 주민자치회 사업 취지 및 위원의 역할과 책임 등을 이해시켜 향후 위원으로 선정된 후 원활한 주민자치 활동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실제 2018년에는 위원 모집 신청자 350명 중 280명(이수율 80%)이, 2020년에는 570명 중 430명(이수율 75%)이, 2021년에는 380명 중 230명(이수율 60%)이 사전의무교육을 이수한 바 있다.

이동호 변호사는 이 부분에서 주민자치위원 선정에 있어 사전 배제적 기능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수율이 첫 해는 80%로 비교적 높았지만 다음 해 75%, 작년에는 60%로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 확인된다”라며 “이는 사전의무교육이 교육을 받지 않은 신청자를 주민자치위원 선정 대상에서 배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는 또 사전의무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양천구가 밝힌 사전의무교육 내용은 아래의 표와 같은데, 이 변호사에 의하면 “양천구가 의견서에 교재를 첨부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세부 내용에 기재된 제목을 통해 유추하건대 기본적인 교양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같은 교양 수준의 교육을 사전에 6시간 수강한 지원자에게만 주민자치위원이 될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과연 타당한 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에 의한 주입식 교육이라는 의구심

한편, 이동호 변호사는 “김소양 서울시의원이 올해 3월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각 구별로 실시된 사전의무교육의 강의일자 및 내용, 강사 정보(대표이력 포함), 강사료, 참석인원 등을 알 수 있었다”라며 “자료에 따르면 사전의무교육 강사는 주로 시민단체 활동가 위주이고 강사료는 시간당 150,000원에서 180,000원 수준이지만 1시간 강의의 경우 230,000원이 지불된 사례도 파악된다. 주민자치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주민자치위원 지원자들을 상대로 주입식 교육을 시행하면서 특정 또는 소수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우려를 피력했다.


공무담임권 위배 모자라 행정 우월의식마저 엿보여

양천구는 사전의무교육의 목적을 주민자치위원의 역할과 권한을 알지 못한 채 주변 권유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신청한 지원자에게 위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선정 이후에도 사퇴 없이 원활하고 지속적인 주민자치 활동을 도모케 하는 것이라고 의견서에서 밝혔다.

더불어 쉽고 편리하게 교육받을 있도록 온라인 방식으로 시행하고 이수 기간도 충분히 두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사전적 보완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동호 변호사는 “양천구 입장처럼 사전의무교육이 주민자치위원의 역할과 권한을 사전에 안내해 여건상 수행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온라인으로 실시해 교육 이수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음은 나름 수긍이 간다”면서도 “하지만 주변 권유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신청한 지원자들에게 안내를 통해 판단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행정 주도의 우월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며 주민자치위원을 계도와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시각마저 엿보인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또 “지원자의 여건에 비춰 위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역시 지원자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지 행정이 나서 일일이 안내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무엇보다 교육을 받은 후 위원 역할을 수행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 자진해서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끔 유도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의 주장처럼 주민자치위원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안내와 판단 기회 제공은 사전 권고로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의무로 강제한 것은 주민자치 본연의 취지에 역행하는 위헌적 조치이며, 이는 명백한 공무담임권 침해라 하겠다.

이번 위헌소송을 제기한 청구인단은 작년 12월 30일 헌재에 위헌소송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왼쪽부터)채진원 교수, 이동호 변호사.
이번 위헌소송을 제기한 청구인단은 작년 12월 30일 헌재에 위헌소송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왼쪽부터)채진원 교수, 이동호 변호사.

 


무차별적 사전의무교육 강요, 평등권 침해의 핵심

한편, 양천구는 이번 위헌소송에서 제기된 사전의무교육의 평등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지역이 있다 해도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입법 활동이며, 지자체의 자율성과 재량이 어느 정도 허용되므로 생활근거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의견서에 밝혔다.

또한, 사전의무교육 이수가 어려운 사항도 아니고 주민자치회 활동에 대한 사전 이해를 제고시켜 위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지원자의 선택 폭을 확대시키고 의사결정에도 도움이 됨으로 차별이라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주민자치위원은 위촉직인데, 예를 들어 도시계획자문위원처럼 관련 분야 학식과 경험을 위촉직 위원의 자격으로 요구하는 다른 위원회 사례도 있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과 비교해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동호 변호사는 “위헌소송 청구인들의 주장은 교육의 접근성이나 난이도에 대해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사후에 하거나 굳이 사전에 하더라도 권고 정도로 그쳐도 될 것을 굳이 사전의무교육으로 무차별 강제했냐는 것이 평등권 침해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시계획자문위원은 당연히 전문지식과 경험이 요구되지만 주민자치위원은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 직책이 아니다. 조례에서도 18세 이상과 주민등록 말고는 별다른 자격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도시계획자문위원과 주민자치위원을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라고 단정 지어 주장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권 정신이다. 주민자치위원은 도시계획위원이나 선출직 공무원과는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하지 않는 지자체 주민에 비해 명백히 차별 받기 때문에 평등권 침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문효근 기자

저작권자 © 더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